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최소한 지난해 말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합동근무와 상호 자유왕래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남북 모두 JSA에서 소총 등 모든 화기를 철수하고 검증을 마쳤으며 각각 2개씩의 초소를 신설하고 경비병력 규모를 확정했지만 향후 JSA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돌발변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를 놓고 남·북·유엔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당국에 따르면 핵심문제는 남북 경비병력이 비무장 상태로 근무하는 상황에서 지난 2017년 11월에 발생했던 북한군 오청성 귀순 같은 사건이 다시 벌어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다.
당시 오청성은 북한군 추격조의 총격을 받으며 JSA 군사분계선(MDL)을 넘었고 북한군이 쏜 총탄 수발이 우리측으로 넘어오는 등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는 JSA 합동근무와 자유왕래 원칙에 따라 북한군의 초소가 기존 군사분계선 넘어
남측지역에도 설치됨에 따라 탈북 귀순이 더 쉬워졌다는 것이다.
북한군 오청성씨가 귀순할 당시 CCTV 모습(사진=유엔사가 공개한 영상 캡처)
가능성은 적지만 남측 군인이 군사분계선 넘어 북측 지역 초소에서 근무하다 탈남을 시도할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JSA에서 근무하는 북한 군인들의 경우 주로 고위층의 자녀이고 이념무장이 잘 돼있지만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모른다"며 "남북유엔사 모두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의 JSA 자유왕래도 남북 군 모두에 부담이다. 탈북 또는 탈남 시도를 어떻게 예방할지 실제 상황 발생시 양측이 어떤 원칙으로 대응할지 등이다.
남북이 이미 JSA 경비병력을 35명씩 두기로 합의했지만 관광객 안내·보호 인력을 추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남북 모두 정치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대측으로의 귀순이나 망명 등을 막기 위해서는 원천적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군인이나 관광객이 JSA에서 상대측으로 넘어가려는 시도를 할 경우 남북 군이 같이 제지해 상대에게 넘기는 것인데 이럴 경우 심각한 인권유린의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긴장완화를 위해 DMZ 평화지대화의 일환으로 비무장·합동근무·자유왕래를 합의한 것이지만 정치체제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택하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자유와 권리에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피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탈북·탈남 대해서만 귀순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도 있으나 이 역시 기준 만들기가 쉽지 않고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신인균 자주국방포럼 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북한군인이나 주민이 일단 남측으로 오면 당사자의 귀순 의사 여부에 따라 북으로 돌려보내거나 귀순자로 받아들였다"며 "JSA라고 이 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JSA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귀순 시도 등에 대해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군 안팎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JSA 합동근무수칙과 운영방안이 합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남북 모두 민감한 귀순과 체제탈출의 시도 발생시 어떻게 조치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