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미가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2월 말에 여는데 합의했다.
최근 미국의 대북 정책의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에서 ICBM 폐기로 선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오늘 백악관은 북미가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두고 논의했다고 밝히며 최종 목표는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임을 강조했다.
◇ 북미, FFVD에 대해 논의…"ICBM 폐기는 협상 초기 구체적 조치에 불과"미국 백악관의 새라 샌더스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12시 15분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만난다며, 이들이 "북미 관계와 함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관한 계속된 진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1시간 30분가량의 면담이 끝난뒤, 샌더스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면담이 "생산적"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2차 북미정상회담은 2월 말쯤 열릴 것이고, 회담 장소는 추후 공개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FFVD는 미국 정부의 북핵협상 기본 원칙이다.
이날 샌더스 대변인이 여러 번 언급한 FFVD관련 발언은 기존 입장의 반복에 지나지 않지만, 최근 미국 입장이 완전한 비핵화에서 후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기에 의미가 크다.
최근 미국이 빠르게 성과를 내기 어려운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고, 대신 자신들의 본토를 노리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에 제재 일부 완화를 내걸고 이견을 조율 중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11일 폼페이오 장관의 "궁극적으로는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는 발언과 지난달 미국 국무부 동아태국이 공개한 '지역 전략 보고서'의 당면 목표가 '북한 핵개발 동결'이라고 적시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해당 보고서엔 분명 "미국의 장기 목적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는 전제가 달려있었고,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ICBM 폐기를 언급한 적이 없었음에도 '미국의 전략 후퇴' 논란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볼 때, 여전히 미국의 최종 목표는 FFVD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ICBM은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므로 이를 폐기한다는 것은 비핵화 초기 조치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것으로 비핵화 협상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장 우리는 물론 중국·일본·러시아도 핵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되므로 반발할 것이고, 미국 내의 회의적 시각도 더 커질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완전한 비핵화와 더불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바라고 있는 우리 정부는 물론, '골칫덩어리' 북핵 이슈가 해결되기 바라는 6자회담 다른 당사국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외교적 필요성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활용하기 위해선 더 진전된 성과가 필요하다. 북한에 큰 에너지를 쏟으며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내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쉽사리 노선을 바꿀 경우, 타격을 감수해야 하며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 ICBM 폐기와 동결에만 머문다면 당장의 미국을 겨냥한 위협은 사라질지 몰라도 미래에 북핵 위기가 다시 발발할 가능성이 잔존하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 시간에 쫓겼던 1차회담 '학습효과'…先의제조율 뒤 일정 확정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이후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했을 때와는 달리 직접 소통이나 트위터를 통한 언급도 없는 등 신중한 반응을 내놓는데 우려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말, 김 부위원장과 면담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사진을 직접 공개하고, 1차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직접 알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뉴욕에서 김 부위원장과 만찬을 하며 마천루를 관람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미와는 대조적인 상황인데, 이는 북미간 협상의 난항을 뜻하기보다는 1차 북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겪었던 과거의 학습효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1차 정상회담의 분위기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며 "이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태도가 밖으로 내보이기보다는 내실 있게, 훨씬 더 신중하고 진중하게 가져가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 부위원장의 방미 이후, 의제와 의전·경호 등을 다루기 위한 후속협상이 시작됐지만, 비핵화 의제 관련 논의는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까지 논의가 계속되는 등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합의한 일정에 쫓겨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한 채 이뤄진 북미정상회담에선 포괄적인 수준의 합의문밖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민정훈 교수는 "1차 회담 당시에는 일정을 못 박은 뒤 논의가 시작돼 의제 조율 부분은 끝까지 난항을 겪었다"며 "이번엔 2월 말이라는 개최 사실만 확정하고, 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북미 간 실무협상의 의제 조율을 먼저 하겠다는 의지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남북미 비핵화 협상 실무 책임자들이 스웨덴에 집결한 현재, 양자 또는 3자간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져 구체적인 비핵화-상응조치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