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네 번째 만났다.
첫 번째 만남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9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을 때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해 2월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다섯달 만에 첫 번째 공식행사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노이다 공장 준공 축하인사를 건넨 뒤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고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다면서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고 청와대가 당시 전했다.
두 번째 만남은 지난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기업인들과 함께 방북한 자리였다.
세 번째는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 신년회에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재벌 총수들이 초청받았을 때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만남에서 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간의 대화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는 그야말로 '말문'이 트인 것 같다.
이 부회장은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수출실적이 부진해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이나 시장축소는 핑계일 수 있다"고 자책했다.
이어 "자만하지 않았나 하는 성찰도 필요할 것 같다"면서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해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히 성과를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3년간 일자리 4만명 약속은 꼭 지키겠다"면서 "질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혁신기술인력 중점지원하겠다고 말하고 고용부와 과기정통부에서 석박사, ICT,AI 인력 양성 지원하겠다고 해 너무 감사했다"면서 "차세대 반도체 등으로 미래산업이 창출되면 행사장에 걸린 캐치프레이즈 '기업이 커가는 나라'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좀 더 기업 의견을 경청해 주면 기업도 신바람 나게 일해 캐치프레이즈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기업이 커가는 나라'와 '함께 잘 사는 나라'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계산한 이날 행사의 컨셉을 거론하면서 '할말'을 다 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업인과의 대화 이후 영빈관에서 본관-불로문과 소정원-녹지원까지 이어진 '커피보온병 산책'에서는 "지난번 인도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 주십시요"라면서 대통령의 국내 사업장 방문도 청했다.
이에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습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들면 언제든지 가죠"라고 화답한 뒤 "반도체 경기가 안좋다는데 어떻습니가"라고 물었다.
이 부회장이 "좋치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거죠"라고 말하자 최태원 SK회장이 이 말을 받아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게 제일 무섭습니다"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종합해 보면 기업인과의 대화나 이 대화 이후 이어진 산책 까지 전반적으로 이날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회동은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와 대화들은 새정부 출범이후 1년 반이 넘게 지난 시점에서 청와대와 재계가 긴장관계에서 협력관계로 전환해 가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CBS노컷뉴스에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이 교체되고 친경제쪽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심 반가울 것"이라면서 "줄다리기를 끝내고 재계도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정부에서도 줄 것은 주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고 판단하는 만남일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이 이어지면 선거를 앞둔 여당의 요구가 봇물을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합을 맞추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공장과 연구소에 방문해 달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요청'과 대규모 투자로 공장이나 연구소를 짓는다면 언제든지 가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화답이 이를 비춰주는 거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