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11일 법인등기를 마치면서 법적으로 4년여만에 부활했다. 이 기간 우리금융그룹은 은행을 중심으로 사업규모를 충실히 지켜냈지만, 앞으로의 경쟁을 위한 성장기반 마련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우리금융지주의 2013년 사업보고서와 우리은행의 지난해 3분기보고서를 비교하면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영상태가 건전하게 유지됐다.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11월 해체된 바 있다.
옛 우리금융지주의 2013년말 자산총계는 340조6903억원이었는데, 지난해 9월말 현재 우리은행의 자산총계는 329조8016억원으로 비슷하다. 지주체제 붕괴에 알짜 계열사의 매각이란 악조건에 불구하고 4년간 '덩치'를 지켜낸 셈이다.
옛 지주사는 2014년 들어 해체되기 전까지 광주은행(현 JB금융지주 자회사), 경남은행(현 BNK금융지주 자회사), 우리투자증권(현 NH농협금융지주 자회사), 우리파이낸셜(현 KB금융지주 자회사), 우리아비바생명보험(현 DGB금융지주 자회사) 등 8개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사업영역이 대폭 축소됐다.
2013년말 옛 지주회사(7134억원 순손실)와 지난해 9월말 우리은행(1조9208억원 순이익)의 당기순이익을 비교하면 오히려 이익을 늘리는 성과까지 냈다.
해외 점포 수도 오히려 늘었다. 우리은행은 옛 지주사 시절과 달리 캄보디아·미얀마·필리핀·베트남 등지를 개척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은행은 해외 네트워크 수 430개로 독보적인 국내 1위이자 세계 20위권을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이같은 질적 성장이 노사의 일치단결에서 나왔다고 여긴다. 지난해 우리은행 노조는 지주회사 회장으로 손 행장의 겸임을 지지해 논란을 선제적으로 막았고, 일찌감치 임단협을 타결하는 등 화합했다. 우리사주조합도 최근 지분 추가매입을 통해 지분 6.4%의 3대 주주로 등극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다만 지주회사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서는 앞으로의 과제가 적지 않다. 당장 경쟁사들과의 덩치싸움에서 밀린다. 지난해 3분기말 자산규모는 KB금융지주 477조7156억원, 신한금융지주 457조7068억원, 하나금융지주 381조8696억원으로 우리금융보다 크다.
2013년말과 대비하면 우리금융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경쟁자들 자산규모는 29%~63% 늘었다. 당시 자산규모는 KB·신한·하나금융보다 우리금융이 컸다.
이를 위해 증권·보험 등 비은행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 하는데, 당장은 우리금융이 M&A를 적극 추진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까지는 자기자본비율 계산에 불리한 표준등급법을 적용받을 공산이 커 M&A에 동원할 '실탄'이 부족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4대 은행그룹 중 유일하게 정부 지분(국민연금 지분 제외)이 18%대에 달하는 우리금융으로서는 민영화도 필수적이고, 3만~4만원대인 경쟁사들 주식보다 저평가돼 있는 주가(1만5000원대)도 끌어올려 경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채용비리' 사건으로 훼손된 이미지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면서 우리금융이 가장 먼저 매를 맞았다. 무혐의 처분된 윤종규 KB금융 회장이나,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함영주 하나은행장 등 경쟁사 CEO급에는 아직 유죄 판결이 없다.
우리금융은 오는 14일 지주회사 출범식과 손태승 회장 기자회견을 통해 지주회사의 청사진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