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지인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최수환 부장판사)는 10일 살인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64)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살인 혐의는 무죄로 보고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2회 있음에도 또다시 음주운전을 해 사망사고를 낸 데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12월 30일 오전 3시 40분께 전남 여수시 한 공원 주차장에서 지인 B(62)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공원 인근 술집에서 B씨와 술을 마시고 나와 노래방에 가는 것을 놓고 주차장에서 다퉜고 승용차로 주차장에 쓰러진 B씨를 두 차례 넘고 지나갔다.
경찰은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보고 A씨를 특가법상 도주(뺑소니)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A씨가 차로 B씨를 2차례 역과한 점을 토대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가 피해자 유가족과 합의했지만,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유가족이 받은 고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가 우울증 치료로 인한 불안정한 상태라 할지라도 죄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행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압도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는데 1심에서도 살인의 동기와 목적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1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A씨와 B씨는 차에서 대화했고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로 그동안 한 번의 다툼도 없었다. A씨가 안경이 부러져 있었다고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B씨 몸에서 몸싸움한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고 대화하다가 6∼7분 만에 갑자기 싸웠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술도 덜 취했던 것으로 보이고 체격도 더 좋다"며 "A씨가 부러진 안경테 다리를 그대로 두고 자동차의 시동을 켜둔 채 집에 돌아가 잠을 자는 등 차에서 내려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점 등을 보면 살인에 대해 증명이 안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