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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상처와 2번의 굴뚝…'책임 고용'이 파인텍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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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불이행 트라우마가 2차 굴뚝 농성 계기
고용 책임성·안정성 보장이 관건
노조는 "직접 고용" vs 사측은 "절대 불가"

(자료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한 번 깨진 믿음은 두 번째 굴뚝 농성이 9일로 424일을 넘긴 이유였다. 파인텍 노사는 최근 네 차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고용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굴뚝에 오른 두 노동자는 단식까지 들어갔고, 사측은 기자들을 모아놓고 입장 변화는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내비쳤다.

위기감은 고조됐지만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관건은 '책임 고용'이다. 노조는 파인텍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의 직접 고용이나 파인텍으로 돌아가되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가 직접 파인텍 대표를 맡을 것을 요구한다.

이 배경에는 '배신의 트라우마'가 있다. 과거 스타플렉스는 2010년 파인텍의 전신인 한국합섬을 인수하면서 고용 보장을 약속해놓고도 돌연 공장 가동 중단과 대거 정리해고를 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2014년 408일의 1차 굴뚝 농성은 파인텍을 만들어 고용 승계와 기존 단체협약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막을 내렸지만, 사측의 태도 변화로 1차의 기록을 뛰어넘는 세계 최장 고공농성이 현재진행형이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우측).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차광호 지회장은 "김 대표가 5년째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버티자 굴뚝에 올라가 투쟁해서 합의한 게 파인텍인데 또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런 약속이 자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노동자에게 죽음이며 김 대표는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파인텍 대표인 스타플렉스 강민표 전무는 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파인텍 노동자들을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에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을 고수했다.

"절대 불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말이 반복됐다. 강 전무는 "회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이유를 댔다.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인 상여금 문제도 1년 차엔 200%, 2년 차엔 300%, 3년 차엔 400%로 잠정 합의됐지만 노조가 더 요구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다만, 굴뚝 위 노동자들의 목숨마저 위태로운 현재 상황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은 노사 모두 느끼고 있다.

이날 굴뚝에 올라가 건강진단을 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종원 의사는 "두 사람의 몸은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위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김소연 대표는 "사측의 선언은 위에 있는 두 노동자에게 죽으란 선언과 다름없다. 김 대표가 살인자가 되느냐 마느냐의 결단기로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강 전무도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 인간적 책임이 있으니 협상에 참여했던 것"이라며 최소한 '도의적'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김세권 대표가 오는 13일쯤 해외 출장을 갈 계획까지 알려지고, 노조가 그 전에 온라인으로 고발인을 모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을 내놨지만, 정작 5차 협상을 위한 일정조차 조율되지 못해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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