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보험 혜택이 되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환자들이 굳이 비보험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간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거나 막연하게 취업‧이직의 불이익을 걱정해서다.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을 계기로 '낙인 없는 정신과 치료'를 위한 환경 조성을 위한 관심이 커졌지만, '치료가 낙인'이 되지 않기 위해 남겨진 과제는 적지 않다.
직장인 최모(34)씨는 지난해 6월 우울증 진단 검사를 받으면서 몇 차례 상담과 약물치료에 대해 '비보험'을 선택했다.
건강보험공단 기록에 F코드(정신질환을 일컫는 상병코드)가 남으면 실손‧암 보험 등에 가입이 까다로워질 것을 걱정해서다.
우울증 검사 기록이 있을 경우 1년 이상 유예기간에 치료를 받지 않아야 일반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정신과 진료가 보험 가입 허들을 높인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건강보험으로 정신치료를 받으면 본인 부담을 완화해주는 정책 등을 내놨지만, 최씨가 비보험을 고집했던 이유다.
최씨는 "F코드가 남으면 보험 가입이 어렵고 또 실비 보험은 5년이 지나야 보험사에서 진료기록을 못 본다고 하더라"며 "비보험으로 진료 받으면 훨씬 부담되지만 스트레스 덜려고 가는 건데 더 받아서 비보험으로 몇 번 상담 받았다"고 했다.
보험을 적용받으면 1만 1600원이면 될 치료비는 10만원으로 뛰었다.
의료법상 개인의 진료기록을 임의로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취업 등에 혹시나 하는 불이익 우려로 역시 일반 상담 코드를 요청하거나 비보험으로 약물 처방을 받고, 아예 치료를 꺼지는 젊은층도 적지 않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과 교수는 "진료기록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게 원칙이지만 동의 받고 떼어오게 하는 게 민간보험이다"라며 "본인한테 정신적인 바인딩(속박)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자녀를 대신해 엄마가 자기 이름으로 접수하면 안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다"며 "정신건강이해력(mental health literacy)이 부족해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 무지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꺼린다"고 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 경험자 중 정신과 전문의, 기타 정신건강 전문가를 통한 상담·치료를 받은 비율은 15.3%다. 이는 미국 등 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