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사진=연합뉴스)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인사 불이익을 받은 서지현 검사가 자신의 사건 증거 기록 일부를 확인한 뒤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서지현 검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증거기록 일부에 대한 열람, 복사가 허가됐다"며 "관련 검사들의 새빨간 허위진술을 본 후에 시작된 메스꺼움이 며칠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나는 그래도 일부 정치검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검사들은 선량하다 믿고 15년을 살아왔다"며 "이제 명백히 비주류로 분류된 나를 향한 그들의 멸시와 조롱에 선량하다고 믿었던 검사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사무친다"고 호소했다.
자신의 사건에 대한 동료 검사들의 '새빨간 거짓 진술'을 고발한 내용이다.
서 검사는 그러면서 이른바 '주류 지향'의 검찰 조직의 생리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단적인 예로 2004년 검사 임관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서 검사에 따르면 당시 사법연수원에 마친 검사는 2월, 법무관 마친 검사는 4월에 임관했다고 한다.
즉 2월에 임관한 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4월에 임관한 검사는 대통령 직무대행 고건 전 총리 명의의 임명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진=서지현 검사 페이스북 캡처)
그는 "4월 임관 검사 중엔 2월 임관 검사를 보고 '우린 고건한테 임명장을 받아 너무 다행이다, 노무현한테 임명장을 받은 애들은 창피해서 어떻게 검사하느냐'고 했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검사를 비아냥댔다는 것이다.
서 검사도 당시 이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고 한다. 검사생활을 거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는 것.
그는 '비주류에 대한 멸시와 조롱, 주류라는 오만, 주류에의 동경'을 언급하며 "대부분의 검사들이 멸시받지 않기 위해 주류가 되기 위해 주류속에 남기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적었다.
주류를 지향하다보니 검찰 내 주류는 정권과 상관없이 항상 같았다고도 했다.
여검사들은 당연히 비주류에 속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여검사에 대한 성폭력 역시 비주류에 대한 멸시와 조롱이었다"는 대목에서는 미투를 처음 고백한 그의 뒤늦은 깨달음이 베어난다.
그는 "대통령도 비주류로 분류돼 수모를 당했다"는 말로 주류 지향의 검찰이 장악한 대한민국의 뒤틀린 실상을 한 번 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