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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회담 탄력받나…北 대화 손짓에 진의파악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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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조건없는 개성공단 재개' 등 모호한 표현 놓고 해석분분
'상응조치' 해법 놓고 북미간 중재 시험대…北 후속 대화공세 가능성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만나 이동하는 모습. (사진=백악관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대내적으로도 공언하는 등 보다 전향적 태도로 관계개선 의지를 밝힘에 따라 북미와 남북 간 후속 접촉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북한 신년사에 담긴 '새로운 길' 등의 언술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때 제기됐지만 현재로선 북미 간 대화 동력이 빠르게 살아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긍정 평가한데 이어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훌륭한 편지'(great letter)라고 상찬했다.

다만 이번 신년사 내용 중 일부는 엇갈린 해석이 나올 만큼 모호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향후 분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일방적 제재·압박을 계속하려 한다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편에선 '협박'이자 '경고' 메시지로 해석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뉘앙스나 발언의 맥락상 오히려 '간청'에 가깝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어쩔 수 없이'와 '부득불'이라는 동어가 반복된 점과,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어색한 표현이 사용된 점을 들어 강경과 온건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한 부분은 북미 간 교착상태를 풀어갈 '상응조치'라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여부는 현실적으로 한미 양측의 의지가 중요한데도, 오히려 북측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며 아량을 베푸는 듯 나서는 태도부터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전제조건과 대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개성공단 일방 폐쇄에 따른 북한 측 피해를 불문에 부치고, 금강산관광은 비영리적 활동부터 풀어나가자는 뜻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강산 관광도 입장료를 면제시켜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북측이 전향적 입장을 내놓은 이상 현재로선 구체적이고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제재 해제 카드를 빼들며 문재인 정부의 '중재외교'를 다시 시험하고있는 형국이다.

자칫 한미 간 균열이나 남남갈등까지 일어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비핵화 동력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북측의 속내를 간파해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3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어 북한에 대한 고위급회담 제안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측의 회담 제안 여부와 상관없이 북측이 먼저 적극적 태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곧 후속조치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 제안 등을 예상했다.

반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의 경우는 "북미가 자연스럽게 만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특사나 고위급회담을 (지금) 거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북미 접촉 결과를 기다린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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