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국 백악관 제공/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일 신년사는 한반도 비핵화 및 대남, 대미 관계를 진전·발전시키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당초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 후반부에서 북미 관계를 언급하며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또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1,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행동 여하에 따라서는 과거의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 부분을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한 신년사의 구체적인 부분은 아래와 같다.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정세긴장의 근원으로 되고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여야 한다는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은 자신이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협상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핵 활동 재개로 돌아설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주요 외신들은 '새로운 길' 모색 발언에 주목하며, 이를 집중 조명했다. AFP 통신은 '북한이 경로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접근법 변화'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해 "협상 테이블에서 걸어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과 NHK 방송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의욕을 보였다고 보도하면서도 제재 압박이 유지될 경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점을 주목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A4용지 10장 반 분량의 신년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힌 12문장 중 딱 1문장 만이 경고와 엄포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며, 나머지 부분에서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북한은 제재 완화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원하는 영역에 대해 수위를 조절해 짚고 넘어간 것"이라며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새로운 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은 반복돼 왔던 것으로 새롭지 않다"고 분석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도 "북한이 미국에게 엄포를 놓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며 협상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때문에 이 발언은 현재 협상 판을 흔들거나 바꾸겠다는 암시라기보다는 대북제재 완화라는 자신들의 요구 사항에 응답이 없는 미국에 원론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년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제안에 화답했으므로 본격적인 대화 재개를 앞두고 최악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싸움을 거는 것이다.
또 재제 완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 측에서 영변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위한 상응조치로 무엇을 제시할 것인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불만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며 "미국이 어떤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인지 적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북미대화의 지루한 답보 상태는 장기화되고 병진노선으로의 회귀 가능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계속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