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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예멘 난민 사태,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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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CBS 연말기획③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출도제한 이후 난민혐오 확산… 거센 반대 여론 속 온정의 손길
480여명 중 난민 인정 단 2명… 국가인권위 "소극적 심사" 비판
지원시스템 실종 등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 국가' 허울뿐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삼아야… 보다 전향적인 난민 정책 주문

언론인 출신 제주 예멘 난민 인정자 2명. (사진=고상현 기자)

 

올해 제주도는 '예멘 난민 이슈'로 뜨거웠다. 심사 기간 내내 수용을 두고 반대 여론이 거셌다. 그럼에도 도민들의 따뜻한 손길 속에 최근 심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난민 지원 시스템이 실종되고, 단 2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된 부분은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로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 한해를 정리하는 제주CBS 연말기획, 세 번째 순서로 '예멘 난민 사태'를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제주 4·3 70주년 의미있는 진전 그러나 '산넘어 산'
② 이석문 제주교육 일선학교와 소통교육 시험대
③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우리는 무엇을 배웠나
예멘인들은 지난 2016년부터 조금씩 제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근 휴전 협정이 이뤄졌지만, 2015년 후티 반군과 정부군 간 내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4월 30일 예멘인 수백 명이 갑자기 난민 신청을 하자 화들짝 놀란 법무부가 출도(다른 지역 이동) 제한을 하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후 이슬람 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는 다른 지방으로 이동해 도움 받으려던 예멘인들의 발이 묶였다.

이 때문에 초창기 도움을 받지 못했던 예멘인들이 길거리에 나앉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섬이라는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으로 예멘인의 존재감이 부각됐다.

특히 낯선 문화권에 속했다는 점과 유럽의 대규모 난민 사태를 접한 국민들은 예멘인들을 두려워했고, 난민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잠재적 범죄자 등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렸다. 제주에서 발생한 각종 범죄를 예멘인과 연루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예멘인에 대한 두려움은 난민 혐오로 변해 빠르게 확산됐다. 급기야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7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제주 예멘 난민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SNS 글들.

 


◇ 난민 혐오 속에서도 '온정의 손길'

거센 난민 수용 반대 여론 속에서도 일부 도민들은 묵묵히 수백 명의 예멘인을 도왔다.

사실상 정부의 인도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도민들과 시민‧종교단체가 숙식 지원을 도맡아서 했다. 자신의 집이나 연습실을 생활공간으로 내준 도민들도 있었다.

또 한국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제주도 8개 지역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됐다. 도민 40여명이 선생님으로 봉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도민들의 이러한 '온정'은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난민에 대해 국경을 닫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두드러졌다.
지난 8월 예멘인들과 도민들이 함께 촬영한 사진.

 




난민 수용을 두고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던 가운데 지난 14일 예멘 난민 신청자 484명에 대한 심사가 완료됐다. 지난 6월 심사가 시작된 이후로 6개월 만이다.

그 결과 난민 인정자는 단 2명만 나왔다. 이들 모두 언론인 출신으로 후티 반군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시해 박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나머지는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불인정 56명, 직권종료 14명이다.

범죄 연루, 제3국 거주 가능자 등 단순 불인정자 56명은 차치하더라도 인도적 체류허가자 400여명이 불인정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들은 모두 본국 추방 시 내전 상황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점은 인정됐다. 다만 난민법상 5대 박해 사유인 인종, 종교, 정치적 견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불인정됐다.

그러나 유엔 난민협약 등 국제적인 기준에는 내전이나 강제징집 피신은 일반적인 난민 보호 사유 중 하나다. 법무부가 반대 여론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심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종 심사 결과 발표 직후 국가인권위원회도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가 난민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 것은 난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외레 난민에 대한 불안감을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 허울뿐이었던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소극적인 심사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정부의 난민 대응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됐다.

예멘인 수백 명이 난민 신청을 하자 허겁지겁 출도제한을 하며 제주도에 책임을 떠넘긴 것도 문제지만, 예멘 난민 사태 이후 정부는 일관되게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그동안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 국가' '유엔 난민 협약 기구 가입 국가'를 강조했지만, 정작 예멘 난민 사태가 터진 이후론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거센 반대 여론을 의식해 가짜뉴스가 나올 때만 수세적으로 해명하기 급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조차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가운데 가짜뉴스 등 난민 혐오가 확산되며 사회적 혼란을 낳았다.

특히 난민법상 난민 신청자에게도 생계비, 주거시설 등의 지원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사실상 정부의 지원은 취업 제한 해제와 일자리 알선뿐이었다.

이마저도 한국인이 기피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센 농‧수‧축산업과 요식업에만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가 일자리 적응을 못해 도민들의 인도적 지원에 의지해야 했다.

수개월에 걸친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전개 과정에서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라는 수식어는 정작 허울뿐이었다.
서귀포시내 한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예멘인들. (사진=고상현 기자)

 


◇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난민 관련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난민 대응 시스템을 촘촘히 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비록 예멘을 무사증 불허 국가로 지정하더라도 제3의 국가 난민들이 언제든지 이번 예멘 사례처럼 난민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안정된 만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이 그 만큼 늘어난 것이다.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위한 범도민위원회 위원장은 "난민 입국을 아무리 막으려 해도 국가 간의 이동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난민은 향후에도 계속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현재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걸맞은 난민 보호와 지원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번 제주 예멘 난민 사태처럼 정부가 반대 여론에 휘둘릴 게 아니라 보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갖추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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