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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어 끼니굶는 청년에게, 젊으니 돌도 씹어먹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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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공격하는 것들 - 11.청년 빈곤]
여유가 없을 땐 식비부터 줄여야 하는 청년들 현실
필요이상의 노동에 필요이하의 섭취..건강 이상
비용 고민하다 약속 취소까지..사회와의 단절 시작
소액대출로 빚의 굴레..청년 부채 증가속도 심각
일자리 양보다 질이 중요, 나쁜 일자리 단속하라
희망의 시작은 '청년수당' 심적·물리적 큰 도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8년 12월 21일 (금)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변진경 (청년흙밥보고서 저자, 시사인 기자), 민선영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 정관용> 오늘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선정해서 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안을 고민해 보는 우리를 공격하는 것들. 오늘 그 11번째 시간인데요. 오늘의 주제는 청년 빈곤 문제입니다. 청년 빚이 59조 원이라고 그래요. 지난 한 해 전체 가구의 부채 증가 속도는 5%인데 청년들의 부채 증가 속도는 42%. 8배가 넘는군요. 생활고 끝에 내리는 선택은 컵라면 하나로 밥을 떼우거나 아예 굶는 흙밥을 먹는 삶이라고 하는데. 오늘 이 문제 좀 심층적으로 진단해 봅니다. 얼마 전에 한 10년 간 취재 끝에 청년 흙밥 보고서라는 책을 쓰신 시사인의 변진경 기자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변진경> 안녕하세요.

◇ 정관용> 그리고 청년 참여연대의 민선영 차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민선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우선 변진경 기자께. 흙밥이라는 표현이 뭐예요, 흙밥.

◆ 변진경> 흙수저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 청년들, 빈곤한 청년들이 스스로를 흙수저라고 부르는데 그 청년들이 스스로 자기들이 먹는 밥, 식사를 흙밥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 정관용> 흙수저들의 식사. 이 책을 쓰시게 된 무슨 계기가 있나요?

◆ 변진경> 일단 인터넷의 커뮤니티에 하나 글이 올라온 걸 보고 제가 취재를 해 봐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어떤 청년이 이렇게 올렸어요. 이제까지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흙수저 같은 음식은 뭐예요라고 자기의 경험을 나누고 거기 댓글이 진짜 수백 개가 달린 거예요. 그런데 처음에는 재미있다고 봤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학교 식당에서 라면에 말아 먹으라고 파는 500원짜리 공기밥에 스낵 코너에 비치된 단무지 몇 개를 반찬 삼아서 구석에서 찌그러져 먹었어요. 혹은 밥 한 숟가락에 굵은 소금 한 개씩. 그다음에 물에 카레가루만 풀어서.

◇ 정관용> 잠깐, 잠깐만요. 밥 한 숟갈에 굵은 소금 한 개 얹어서?

◆ 변진경> 스님 같은 식사인데. 그리고 물에 카레가루만 풀어서 끓여서 마셔본 적 있어요. 자취할 때 물 끓여서 다시마만 넣어서 먹은 적 있어요. 그리고 자취 대학생인데 아리수만 먹고 3일 간 굶은 거예요. 이런 댓글들이.

◇ 정관용> 3일이나?

◆ 변진경> 네, 이 댓글들이 수백 개가 달렸는데 처음에는 이 친구들도 즐겁게 경험을 공유하는 듯이 이렇게 크크크 이러면서 하는데. 점점 읽을수록 슬퍼지는 거죠.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니까 사실 허세일 수도 있고. 또 과장이 섞여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저도 그냥 재미로 처음에 보다가 너무 많기도 하고 되게 생생하잖아요. 그래서 이게 진짜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청년들이 많이 빈곤하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저도 이제 여기저기 취재를 다니면서 몇 가지 경험들을 보았고 하면서 청년들이 잘 못 먹겠고 있구나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 정관용> 그런데 좀 충격이네요. 청년 실업문제, 주거문제. 우리 여러 차례 우리 방송에서도 다뤘는데. 그래도 설마 밥이야 굶겠어 했는데. 청년들의 식사권이라는 개념까지 필요하군요.

◆ 변진경> 가장 기본적이라서 사람들이 생각을 잘 못 하던 건데.

◇ 정관용> 민선영 위원장 정말 그러나요? 밥도 못 먹고 다닙니까?

 



◆ 민선영> 이제 그럴 때가 있는 거죠. 내가 좀 여유가 없을 때는 청년들은 보통 곡기부터 끊어요. 이제 내가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괜찮아 이번 주에는 내가 점심값 세 번 아끼면 이걸 살 수 있어. 이걸 뭘 할 수 있어 이런 개념이 있는 거예요. 실제로 저도 종종 그렇게 물건을 사면 그런 식으로 아껴보고 그런 경험들이 있죠.

◇ 정관용> 우선 밥을 먹어야죠. 물건 안 사면 안 돼요?

◆ 변진경> 그런데 실제로 제가 취재하면서 설문조사나 연구조사 결과에 청년들이 이제 생활비가 부족할 때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이 굉장히 많은 비중으로 식비였어요.

◇ 정관용> 그래요?

◆ 변진경> 다른 항목으로는 교통비, 통신비 혹은 교재비, 학습비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사실 청년들에게는 이런 게 자신들 스스로 훨씬 더 필수적인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 정관용> 먹는 것보다? 교통비, 통신비, 교재비.

◆ 변진경> 이를테면 밥은 안 먹어도 휴대전화 데이터 요금을 내야 사실은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또 취업준비도 가능하고 그런 거죠.

◇ 정관용> 미래를 위해서 투자적 개념으로 필요한 것들을 없앨 수는 없다.

◆ 변진경> 그렇죠.

◇ 정관용> 그러면 당장 몇 끼 굶는 게 낫다 이렇게 된다?

◆ 변진경> 예를 들면 제가 취재했던 청년들 가운데는 이런 말을 했어요. 제가 옷은 멀쩡하게 입고 다니고 핸드폰도 멀쩡한 것 갖고 다니지만, 그건 남들한테 좀 보여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먹는 것은 가장 개인적이기 때문에 숨길 수 있는 거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렇게 다니지만 집에 와서 먹는 것은 가장 허름하고 싼 음식으로 대충 때워도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으니까 가장 내밀한 어떤 소비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민선영 위원장 주변에도 정말 끼니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 민선영> 그렇죠. 실제로 저는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파견업체를 통해서 한 기업에 일을 다니고 있는데 제 또래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직장에. 보고 있으면 점심시간에 다들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안 나가요. 다들 컵밥을 싸게 대량으로 주문해서 쌓아놓고 그거 하나씩 먹거나 그냥 컵라면에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대충 때우거나. 그런데 이제 다들 웃으면서 이야기하죠. 내가 오늘 점심을 굶는다거나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게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일석이조다 이렇게 얘기를 하지만 사실 밥을 챙긴다라는 건 내 스스로에게 밥을 대접하는 일인 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자기 존엄을 챙기지 못하는 일이라고 봐서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조금 씁쓸하게 이제 밥을 좀 대충 끼니를 때우는 거죠.

◇ 정관용> 그렇다 보면 건강에도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요.

◆ 민선영> 그렇죠. 사실 건강권은 정말 실존의 문제인 거잖아요. 그런데 이 건강권의 문제도 있지만 사실 필요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고 이제 필요 이하의 휴식과 필요 이하의 섭취를 하고 있는데, 아무리 건강한 몸이라도 이게 남아돌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계속 나중에 제가 30~40대 뼈가 조금씩 삭고 몸이 안 좋아지는 경험을 내가 대충 예측은 하더라도 지금 당장 급한 나의 생활이 있으니 이것부터 챙기고 보자라는 식인 거죠.

◆ 변진경> 제가 만난 여러 청년들도 굉장히 몸이 많이 상해 있는 상태의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개 한 몇 년간 하루에 바나나 하나로 식사를 하다가 한 친구들은 휴학, 휴직. 그러니까 겨우 뭔가를 학교를 다니고 취업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몸이 상한 상태여서 계속 지속을 할 수 없고. 휴학 상태인 친구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거든요. 그런데 '왜 휴학했어요?'라고 물어보면 결국은 제가 좀 대충 때우고 먹고 살았더니 몸에 병이 나더라고 이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서 이게 심각한 문제구나 이런 걸 느꼈고요. 실제로 건강검진 자료라든가 이런 것들을 보면 사실 20~30대의 유병률과 관련된 자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사실. 왜냐하면 집중적으로 우리가 조사를 하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렇지만 보면 극저체중, 극비만도 그 수치가 있는데 희한하게 20~30대가 제일 높아요. 그리고 아침 식사 결식률이라는 통계도 있는데 보면 20~30대가 가장 높고요. 결식률. 그러니까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비율. 이런 몇 가지 통계자료만 봐도 청년들이 건강이 이미 많이 상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조금 아까 또 민선영 위원장이 점심식사 하러 밖에 안 나간다고 그랬잖아요. 사람들 친구를 만나거나 또 사회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서 누군가를 만나거나 같이 식사나 한번 합시다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게 많을 거 아닙니까?

◆ 민선영>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그러면 부담이 되잖아요.

◆ 민선영> 그렇죠.

◇ 정관용> 좀 비싼 음식을 혼자가 아니라 또 여러 사람이 먹게 되면. 이거 돈을 누가 내야 되나. 그런 약속조차도 안 하게 되겠네요?

◆ 민선영> 그렇죠. 이번에는 내가 사야 하나. 아니면 좀 째째해 보이더라도 한 두 푼 전부 다 쪼개서 더치페이를 해야 되나 이런 고민을 할 바에야 그냥 내 식사도 내가 못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나의 모습을 굳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도 있고. 해서 그냥 약속을 취소하는 거예요, 거짓말을 해서. 나 오늘 급하게 일이 생겼어,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 안 만난다거나. 그런데 사실 이런 청년이야말로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잖아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게 너무나 중요한 때인데 사실 이런 때에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고립이 되는 이렇게 사회와 단절이 되기 시작하는 좀 위험한 것들도 있죠.

 



◇ 정관용> 이 정도인지도 사실 몰랐습니다. 게다가 오늘 제가 시작하면서 청년들의 부채 증가 속도가 42%, 지난 한 해에. 전체 가구 부채 증가 속도는 5%. 8배가 넘는다. 뭐 때문에 이렇게 빚을 지게 되죠? 학자금 이런 건가요? 대부분? 생활비, 학자금?

◆ 민선영> 보통 많은 분들이 예측하시기로는 학자금 대출이 있는데 실제로 규모액이 크다 보니까 학자금 대출이 턱턱 잡히기는 해요. 그런데 사실은 소액 대출의 영향이 되게 커요. 실제 청년들이 지금 당장 급한 월세나 생활비나 또 통신비를 내지 못해서 진짜 30만 원, 50만 원, 100만 원 받던 이 소액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니까 계속해서 장기 체납이 되는 거예요. 이런 빚의 굴레에 빠지다 보니까 사실은 원금 상환은 뒷전이고. 이자 내기조차 버거운 그런 상황에 있어서 사실은 학자금 대출도 이제는 더 이상 증가 추세가 아니고 생활비 대출을 오히려 더 많이 받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사는 데 있어서 필요한 절대적인 소비가 있고 이게 너무나 고비용이다라는 견해가 있는 거죠.

◆ 변진경> 그런데 제가 만난 청년들도 학자금 대출 같은 경우에는 사실 대학에 진학하면 국가장학금도 있지만 학자금 대출 다 해 줘요. 나중에 그거는 아예 기본으로 갖고 있고.

◇ 정관용> 그런데 학교 다니는 과정에서 학자금 대출이 상환의 의무는 없잖아요. 나중에 상환하면 되니까.

◆ 변진경> 그렇죠. 하지만 공부를 하려고 하든 취업 준비를 하든 먹고 입고 자고 또 뭔가 기분 전환도 해야 되고 뭔가 교재도 사야 하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데에 들어가는 돈을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공부를 못해요. 취업 준비를 못해요. 그래서 한 학기 동안 내가 아르바이트에 시간 뺏기지 말고 공부에 한번 집중해 보자,빨리 취업을 하기 위해서라면. 그러려면 빚을 져야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취업준비나 공부를 못하거나 아니면 빚을 지거나 이런 선택밖에 없는 거죠, 청년들에게.

◇ 정관용> 부모님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그렇게 되는 겁니까?

◆ 민선영> 그렇죠. 사실은 부모님의 지원이 있으면 있을수록 취업준비 기간도 늘어나고. 휴학을 하지 않고 대학을 빨리 졸업할 수 있는 기간도 훨씬 짧아져요. 그런 식으로 학교를 다니죠.

◇ 정관용> 부모님 지원이 있다면.

◆ 민선영> 그렇죠. 용돈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친구들과 그렇지 않은 친구들의 학교에 남아 있는 비율과 사회에 진출하는 속도가 확연하게 달라요.

◇ 정관용> 자기가 벌어서 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취업도 더 오래 걸리더라, 그런 얘기인 거죠?

◆ 민선영> 그렇죠.

◆ 변진경> 그리고 등록금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부모님이 지원을 해준다고 하셔도 등록금까지만 사실 여력이 거의 가능하잖아요. 그 이후로는 또 부탁드리기가 청년들이 나도 이제 성인인데 이런 생각으로 하는 거죠. 그러면 생활비로 또 빚을 지거나 아니면 아르바이트로 때우거나.

◇ 정관용> 게다가 자기 집에서 다니지 않는 지방 학생들이 서울에 와 있다든지 서울 학생이 지방 대학을 다닌다든지 그러면 주거비가 될 거 아니에요. 그게 또 가장 크죠?

◆ 민선영> 그렇죠. 주거비 어마어마하게 들죠.

◆ 변진경> 제가 한 10년 전에 처음에 청년 주거문제의 기사를 썼었는데 그때는 청년주거권이라는 말은 아직 생겨나기 전이었어요. 한창 88만 원 세대 이런 게 떠오르던 시기였는데 그때 사실 주거문제라고 하면 주로 빈민들의 문제로 치부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빈민운동의 하나의 분야였는데 그게 그때 청년들도 주거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10년 뒤에 제가 되돌아봐도 하나 변한 게 없고 훨씬 더 심각해지고 정말 사람들이 많이들 알고 있는 청년문제의 하나로 딱 공고해진 거예요. 그만큼 이제 해결은 되지 않고 점점 깊어만 갔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렇게 결국은 적절한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이런 일들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는. 부모의 지원이 없다면. 그렇죠? 그런데 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회는 또 점점 줄어가고 있고. 또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내가 나를 준비하는 데에도 돈이 부족하니까 잘 다다르지를 못하고. 자꾸 장기화되고 악순환되는 그런 거죠?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면?

◆ 민선영> 방안은 정말 즉각적인 방안 하나랑 정말 근본적인 방안 하나가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은 일자리가 없으면 일자리를 주면 돼요. 그런데 이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 보통 정부가 하고 있는 방안은 공공일자리를 계속해서 푸는 일인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공공일자리를 계속해서 많이 푸는 것 자체가 이게 정말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미 민간 시장에 풀어져 있는 일자리도 너무나 많고 실제로 놀고 있는 일자리들이 꽤나 있기도 하고. 그런데 이 일자리를 그 누구도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 거죠. 이제 청년들은 자기 삶을 자기 삶과 일의 균형이 필요한데 이런 게 맞춰지지 않는 일자리에 자기 삶을 던지고 싶어하지 않아요. 누가 그러겠어요. 일을 해도 내가 삶이 지켜지지 않는데. 그래서 이런 나쁜 일자리부터 단속하고 관리감독을 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실제로 일자리의 양과 질을 잡기 위해서 이제 많이 고군분투하시는데. 이번 정부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양과 질 중에 하나라도 일단 먼저 해 보자. 하지만 사실은 두 가지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고용노동부에서 좀 더 관리감독을 좀 더 충분히 하고 일자리를 푼다 하더라도 지금처럼의 단기일자리가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좀 더 증편할 수 있는 그런 공무원들을 많이 대폭 확대해서 이제 일자리 구조 같은 것도 같이 조정하는 방안으로 나가면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도 있는 거죠.
자료사진 (사진=이한형기자)

 


◆ 변진경> 저는 일자리수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 정관용> 숫자, 양이 문제가 아니다.

◆ 변진경> 일자리 자체는 그러니까 제가 만난 많은 흙밥 청년들도 다 일을 하고 있어요. 다 일자리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정기적이지 않고 또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고 급여가 굉장히 낮고 밥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는 굉장히 질 낮은 일자리일 뿐이지. 일자리는 도처에 많아요. 정말 많은데. 그 청년들이 흙밥을 먹지 않을 수 있는 일자리 있잖아요. 흙밥을 먹지 않는다는 건 단순히 임금이 높다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미래를 바라볼 수 있고 심리적인 여유 또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면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일자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런 일자리를 만드는 게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는데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청년 빈곤 문제를 위해서 일자리가 궁극의 목표는 맞는데. 그 좋은 일자리로 가는 과정에서의 청년의 삶 있잖아요. 예를 들면 취업 준비라든가 진학 준비라든가 그런 가정 속에 있는 청년들을 좀 바라봐주고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고. 예를 들면 청년수당 같은 정책들이 거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 정책들도 관심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궁극적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청년들이 그 좋은 일자리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이것이 이제 답이다라는 건 알겠는데. 지금 방금 언급한 중간에 그 청년수당 있잖아요. 청년수당을 받고 있는 청년들은 혹시 취재해 본 적 없나요?

◆ 변진경> 많이 만나봤습니다.

◇ 정관용> 뭐라고 하던가요? 도움이 된대요?

◆ 변진경> 제가 느끼기에는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일단 저는 식사 쪽에 집중을 많이 해서 취재해서 그런지 굉장히 밥을 잘 먹게 되었고요. 못 먹던 밥을 먹게 되었고.

◇ 정관용> 청년수당을 받으면.

◆ 변진경> 하루에 한 끼 먹던 것을 세 끼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순댓국, 특순댓국 이런 걸 시켜먹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기운을 얻고 또 중요한 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 거예요. 집 밖에 나가서 뭔가 활력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좀 보였고요. 그리고 그래서 청년들이 이야기를 하는 게 내가 사회와의 연결망이 좀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사회, 국가, 지자체가 나를 믿어주고 있는 걸 느끼고 나도 국가나 사회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해서 저도 생각보다 ...월 50만 원씩 6개월인데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인데 좀 이 사람들이 자기가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었대요.

◇ 정관용> 심적으로도.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실제 도움이 되고.

◆ 변진경> 실제로 취업에 성공한 비중도 꽤 되고요. 그리고 고민 중이던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러니까 내가 뭘 할지조차도 좀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던 그런 친구들이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준비, 미래 준비에 들어가서 뭔가를 준비하는.

◇ 정관용> 청년수당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그거 가지고 취업준비에 쓰는 게 아니라 유흥비에 써버리면 어떻게 하느냐 막 이런 비판도 있었는데 그런 지적도. 그런 언론 기사에 대해서는 뭐라고 반응하던가요?

◆ 변진경> 그렇죠. 청년들이 가장 스스로 자기검열을 많이 하더라고요. 유흥비도 사실 거기에서 제일 많이 잡힌 게 치킨값인데요. 많은 치킨을 파는 곳들이 이게 주점으로 찍히거든요, 이게. 카드내역이나 보면. 거기서 이제 그걸 갖고 주점 이런 몇 건 이렇게 지적을 했는데 청년들이 그래서 어느 날은 너무 너무 면접에서 떨어지고 너무 마음이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치킨 한 번 사고 싶은데 '사먹어도 되나요?' 이렇게 행정하는 곳에다 전화를 해서 물어보고 그랬대요. 그런데 먹으면 안 될까요? 청년수당으로 치킨 먹으면 안 될까요?

◆ 민선영> 먹어야죠. 그런 날에는. 그렇게 고생했는데 몸보신도 좀 하고 마음의 기운이라도 차려야 하는데.

◇ 정관용> 어쨌든 현장에서 직접 수혜를 받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만큼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도움이 됐다면 그거야말로 좋은 정책 아닌가요?

◆ 변진경> 궁극적인 목표인 일자리로 다가가는 청년들을 기운나게 해 주는...

◇ 정관용> 좀 아까 우리 변진경 기자가 일하고자 하면 일자리는 어디든지 있다. 문제는 질이다 그런 표현을 했었는데. 그런 걸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제도를 하고 있는 건데. 아직은 그게 제대로 현장에서 숙성되어 있지 못한.. 지금 그런 상황 아닐까요.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출연한 시사인 변진경 기자, 청년참여연대 민선영 위원장(사진=시사자키 제작진)

 


◆ 민선영> 그렇죠. 사실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나 끝도 없이 가게 되는데. 실제로 청년들이 맞이하게 되는 첫 일자리가 정규직이 아니고 계약직이거나 파견직인 경우가 대다수거든요. 사실 이런 일자리의 질부터 좀 더 안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또 최근에 있었던 위험의 외주화라고 이야기되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그런 사건들부터 시작해서 이런 일자리 할 수 있는 안전망부터 좀 같이 챙겨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 변진경>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저는 청년들을 맞이하는 고용주나 혹은 기성세대분들이 청년들에게 젊을 때는 돌도 씹어 먹는다 이런 류의 말이나 생각을 조금 덜하셨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 정관용> 돌 씹어먹으면 다 죽어요(웃음).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아무튼 저는 오늘 상당히 새로운 충격을 받은 게 청년 실업, 취업난, 주거문제 이런 등등만 봤는데 그것의 직접적인 표현이 밥도 못 먹는구나. 그러다 보면 건강을 해치는구나, 사회적 관계를 해치는구나. 이러다 보면 점점 또 고립되고 더 취업은 어려워지는. 취업준비기간은 장기화되는. 아까 어떤 악순환에 빠져드는구나라는 걸 좀 절감하게 됐습니다. 오늘 청년 빈곤, 특히 식사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흙밥'이라는 단어로 배워봤네요. 시사인의 변진경 기자, 또 청년참여연대 민선영 위원장 두 분 고맙습니다.

◆ 변진경> 감사합니다.

◆ 민선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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