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 씨는 지인으로부터 남북 경협주가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6월쯤 철도관련 경협주로 코스피 상장사인 대호에이엘 주식을 샀다.
하지만 A 씨가 주식을 산지 몇달 만에 대호에이엘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고 거래는 정지됐다.
이후 대호에이엘은 한국거래소로부터 내년 3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이때까지 회사 측에서 책임있는 조치를 내놓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A 씨는 "투자의 책임은 결국 개인이 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면서도 "소액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분식회계 사실 등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 알지 못해서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 경남제약 소액주주 5천여명 '상장폐지' 반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지난 14일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개인투자자, 소위 '개미'들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경험하고 있다.
경남제약의 소액주주는 5252명으로 지난 3월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결론으로 거래정지 조치가 내려진 당시 종가 기준으로 1389억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경남제약은 비타민제 '레모나'와 무좀치료제 'PM' 등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잘아는 스테디셀러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장폐지 결정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사유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의 실적 측면 보다는 내부의 경영권 분쟁 문제가 큰 몫을 차지했다.
결국 정보가 부족해 외부로 드러나는 실적만으로 투자할 기업을 평가할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당할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향후 열리게될 코스닥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한번 결정하고 경남제약 측이 이에 불복할 경우 또 한번의 심사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아직 상장폐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그룹은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뒤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아들었지만 이후 열린 코스닥심사위원회에서 4개월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 "삼성바이오는 괜찮고 왜 우리는 안되냐"
정보의 불균형에 의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와 함께 경남제약을 비롯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소액투자자들의 불만 사항은 '형평성' 문제다.
최근 논란이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4조 5천억원의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하지만 경남제약의 경우 분식회계 금액이 4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8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120여건 이상 올라와 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하며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남제약의 분식회계 방식, 그리고 기업 실적 등을 단순 비교하기 힘들지만 이들의 주장을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매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 2문장짜리 상장폐지 공시 '논란 만들어'
경남제약 상장폐지 심의결과 공시 한(사진=한국거래소 홈페이지)
이같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데는 한국거래소의 불투명한 상장폐지 심사 제도도 한몫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제약 상장폐지 결정의 경우 지난 14일 장마감 이후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됐다.
해당 공시는 단 2문장으로 이뤄졌으며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를 결정했고, 관련 규정에 따라 향후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심의.의결할 것이라는 내용이 전부다.
공시 내용 어디를 찾아봐도 경남제약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처럼 경영권 분쟁이 상장폐지 결정의 주요한 이유라는 것도 공시 이후 각 언론의 취재를 통해 알려진 내용일뿐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경남제약 상장폐지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심사 과정이 너무나 불투명하다"면서 "이런 결정을 누가 내리는지 기업심사위원회 명단도 공개돼 있지 않고,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도 알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방식대로라면 앞으로 어떤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한 상장폐지 심사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