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전직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감찰 내용 폭로에 대해 강력한 법적조치를 예고했지만, 김 수사관의 비위 행위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점에서 관리 소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8월 김 수사관이 작성한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의 비위 첩보 수집을 조국 민정수석 역시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조 수석 책임론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청와대의 초기대응 역시 매끄럽지 못해 사안을 키웠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우윤근 '혐의없음' 해명은 정식 검찰 수사 아닌 靑 내부 판단
청와대는 지난해 9월 김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관련 비위보고서를 작성하자 특감반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추가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우윤근 비위 보고서'가 알려진 직후인 지난 15일 "보고를 받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국회 사무총장이 특별감찰반의 감찰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특별감찰 대상은 관계법령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으로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었던 우 대사는 주러시아대사에 사실상 내정된 상태로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어서 관련 첩보는 조국 민정수석과 인사 검증 라인에 보고됐다.
조 수석은 인사 검증 차원에서 청와대 인사 관련 라인을 가동해 우 대사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했고, 조사결과 첩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돼 인사절차를 진행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하지만 첩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가 당초 청와대가 밝혔던 검찰 수사 결과가 아닌 우 대사 해명에 따른 자체 판단이었다는 점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철저한 인사검증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물론 '구색맞추기' 해명에 급급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의 첩보 내용이 지난 2015년 3월 모 일간지에 실렸던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검찰이 저축은행 사건 및 (우 대사의) 1000만원 수령 부분을 조사했으나 모두 불입건 처리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는 박근혜 정부 때였고 우 대사는 야당 의원이었다. 2017년 8월 청와대의 민정이 김 수사관의 첩보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박근혜 정부 때의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였다”고 적극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판단이었다는 청와대 해명과 달리 당시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장모씨가 조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고소 사건에서 우 대사가 인사청탁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은 정식 고소가 아닌 별건 형식의 진정서로 접수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장씨에게 우 대사 관련 진정 부분은 따로 정식 고소를 하는 편이 좋다고 안내했지만 장씨는 따로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정식 내사나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부분을 검찰 판단이 개입된 '불입건'으로 포장해 인사검증은 물론 김 수사관 비위첩보의 신빙성을 판단하는데 쉽게 활용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검찰 수사결과 우 대사 의혹이 클리어(해소)된 게 아니라 수사를 하지 않아 입건이 안됐다'는 기자들의 질의에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봤을 때 장씨가 제기하는 주장에 신뢰를 부여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다"고 군색한 해명을 내놨다.
김 수사관 첩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서 근거로 들었던 검찰 수사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자 말을 바꾼 셈이다.
◇ 靑 오락가락 해명…민간 은행장 첩보에 엄중경고→'시정조치'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특감반에서 근무하면서 (민간) 은행장 동향 보고 등 불법으로 여겨질 만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엄중경고했다고 밝혔다가 시정조치 수준으로 권고했다고 말을 바꿨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는 지난해 7~8월 김 수사관이 작성한 민간 은행장 동향첩보에 대해 특감반 감찰 대상이 아니어서 당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브리핑에서는 엄중경고가 아닌 '시정조치' 수준으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말 것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수위를 낮췄다.
김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김 수사관이 특감반 초기에 왔을 때 특감반장이 '이런거 쓰지마라. 업무 밖이다'라며 엄중 경고라기 보다는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김 수사관이 감찰 범위를 벗어난 보고서 작성을 청와대가 진즉 파악해 엄중하게 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수사관이 이를 듣지 않고 민간인 감찰로까지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계속했다며 개인 일탈로 몰아가려다 관리 부실 책임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시정조치로 수위를 낮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장 나온다.
김 수사관이 올해 8월 특감반원 자격으로 자신이 감찰을 맡고 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실의 개방직 5급 사무관 채용에 응모한 것을 두고도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별다른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년 1월로 예정된 검찰 정기 인사까지 방치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은 이미 2018년 8월 부적절 행위로 경고를 받았고, 이번에 새로운 비위 혐의로 (검찰로) 복귀한 게 명백하다"며 김 수사관의 일탈행위를 거듭 강조하기만 했다.
하지만 시정조치를 포함한 엄중 경고가 계속됐다면 청와대 근무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게 전직 특감반원들의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특감반원을 근무했언 한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특감반원에 대한 청와대 내 경고는 통상 서면이 아닌 구두경고로 이뤄지는데, 한 두 차례 반복되면 바로 원대복귀시키는 게 관례"라며 현 청와대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전직 총리에 대한 김 수사관의 첩보 생산도 처음에는 민간인 감찰이어서 바로 폐기했다고 밝혔다가 이후 가상화폐 대책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정당한 기초 데이터 수집 활동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해당 첩보 생성 주체는 김 수사관이 아닌 동료 특감반원이었다고 처음에 설명했다가 이후 김 수사관이 맞다고 정정하는 등 혼선을 키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