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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함께…송강호 '마약왕'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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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두삼 흥망성쇠 '유신시대'와 일치
몰락의 길 자초한 닮은꼴 개인과 권력 모순
부마항쟁 등 언급…영화 밖 논의 확장 기대
'택시운전사'로 이어지는 비극의 씨앗 잉태

영화 '마약왕' 스틸컷(사진=쇼박스 제공)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마약왕'은 1970년대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난 수많은 마약 유통사건에 모티브를 뒀다. 제작진은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렇게 탄생한 상징적인 인물이 이두삼(송강호)이다. 이름 없는 하급 밀수업자에서 아시아 마약 카르텔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로 변신하는 그의 흥망성쇠는 정확히 박정희 유신시대(1972년부터 1980년까지 유신헌법 지배를 받던 시대)와 일치한다. 주된 지리적 배경이 그 독재정권에 치명타를 안긴 부마항쟁의 도시 부산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두삼의 일대기 '마약왕' 이야기는 1972년 부산에서 시작한다. 밀수품 감정을 위해 이두삼을 데리고 항구에 간 유엔대사(송영창)가 내뱉는, "(이 일이 틀어지면) 금은방 20개 작살난다"는 말은 비상직이 상식을 집어삼켜 끌고다니던 그 시대상을 드러낸다. 밀수선으로 쓰이는 국정원 소유 선박, 희생양이 돼 고문당하는 이두삼의 모습은 1973년 김대중납치사건과 절묘하게 얽히며 극단의 시대를 대변한다.

정치·경제·사회 부조리로 궁지에 몰린 박정희 정권은 1971년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의 위협에 직면한다. 더욱이 재야·학생이 주도하는 반독재투쟁이 치열해지면서 장기집권 로드맵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4·19혁명 열기를 잠재운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지 10년째였다.

3선개헌으로 취임한 제7대 대통령 박정희는 결국 이듬해인 1972년 10월 17일 전국에 비상계엄을 내리고 대통령특별선언을 시작으로 유신체제를 다져간다. 국민들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 종신집권의 야욕을 오롯이 드러낸 셈이다.

'유신'이라는 말이 일본 근대화를 가리키는 메이지유신에서 따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일제 강점기 민족 반역자들이 해방 뒤에도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던 시대의 아픔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는 영화 '마약왕'에서 만주 출신 한국인 이두삼과 제주 출신 재일조선인 김순평(윤제문)이 비주류 세계에서 살 길을 모색해 나갈 수밖에 없던 씁쓸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이 영화에서 그려지듯이 "애국이 별게 아니다. 일본에 뽕 팔믄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라는 이두삼의 대사는 그 시절 정권이 온갖 불법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만큼 부패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권력의 심장부로 한걸음씩 다가서면서 타락하는 이두삼의 여정은 몰락할 수밖에 없는 독재·부패 정권의 그것과 결을 같이 한다.

 

수많은 정치·경제·사회적 갈등을 빚던 유신체제는 결국 1979년 한계에 다다른다. 급기야 그해 10월 16일 부산대 학생 500여명이 벌인 반정부 시위를 기점으로, 학생·시민들의 대규모 반정부 민중항쟁인 부마항쟁이 시작된다. 영화 '마약왕'에서도 극 말미에 항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주요 인물들을 통해 당대 시민들이 지녔던 분노를 엿볼 수 있도록 돕는다.

부마항쟁은 이틀뒤인 10월 18일 마산으로까지 확대된다. 박정희 정권은 부산에 계엄령을, 마산·창원에 위수령을 내려 군대를 투입하고 강도 높은 진압에 나선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10월 26일 대통령 박정희는 최측근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쏜 총에 쓰러진다.

유신시대의 종말과 함께 영화 '마약왕'의 주인공 이두삼 역시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그 몰락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 초래했다는 점에서 필연적이다. 그렇게 이 영화는 이두삼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유신시대의 시작과 끝을 전한다.

관객들은 그 참혹했던 시대의 끝이 또 다른 잔인한 권력자를 잉태하고 있었다는 데까지 이야기의 흐름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송강호 주연 영화 '택시운전사' 등을 통해 익히 봤던,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이 폭발한 5·18민주화운동과 이를 총칼로 진압하고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의 탄생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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