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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안먹고 일하던 용균이...유품 속 라면 서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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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용균 씨 선배 "현장은 너무 참혹했다"
교육은 딱 3일, 그마저도 현장투입하라 독촉
사고 후 발전소 측 "인터뷰 말라" 입단속
현장 목소리만 들어줘도...사고 막을 수 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성훈(故 김용균 씨 직장 동료)

 


고장난 손전등, 얼룩덜룩한 수첩 그리고 컵라면과 과자 한 봉지. 한 청년의 유품입니다. 이 유품을 남기고 떠난 사람은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 씨입니다. 이번에도 구의역 때처럼 또 컵라면이 있네요. 아마 편히 앉아서 먹고 마시기도 쉽지 않았던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청년을 기리기 위한 촛불 추모제가 주말에 열렸고요. 이 유품이 공개됐습니다. 동료들은 하나같이 미안하다, 미안하다 합니다. 뭐가 그렇게 미안했을까요. 고 김용균 씨와 함께 가장 오래 근무했던 바로 윗선배는 뜻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직접 들어보죠. 태안화력발전소 한국발전기술 이성훈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성훈 씨, 나와 계세요?

◆ 이성훈> 네, 안녕하십니까. 이성훈입니다.

◇ 김현정>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바로 윗선배셨어요?

◆ 이성훈> 네, 제가 기술 분야 쪽에서는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아서 사수 역할 겸 기술 교육을 시킨 거죠.

◇ 김현정> 맨투맨 교육을 담당했던 사수 역할. 추모제에서 동료들이 하는 말을 쭉 들어보니까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한 친구였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런 얘기를 하시던데. 우리 이성훈 씨가 기억하는 후배 김용균 씨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 이성훈> 너무 착하고 여린 친구였죠. 그리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나가서 일을 하면 저희가 밥 먹으라고, 들어와서 밥 먹고 일하라고, 밥 먹고 일하라고 전화를 해야지만 들어와서 밥을 먹었던 친구거든요. 욕도 못 하는 그런 천진난만한 친구였습니다.

◇ 김현정> 그 유품에 컵라면이 있었던 거는 그럼 왜 그런 겁니까?

◆ 이성훈> 말 그대로 밤에 나가서 12시간 일하고 하다 보면 밥을 대신해서, 시간에 쫓겨서 일을 하다 보면 얼른 그거라도 하나 먹고 나가야 되는데 그것조차도 먹고 나갈 시간이 없을 때는 그냥 끼니를 건너뛰고 일하는 수가 태반사였죠.

◇ 김현정> 밤에 그렇게 야근을 하니까 출출할 때 누가 차려줄 사람은 없고 과자 한 봉지 뜯어 먹고 컵라면 먹고 그랬던 거군요?

◆ 이성훈> 네, 너무도 열악한 현실인데도 불구하고 용균이는 그나마 이 회사에 열정적으로 첫 직장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겠다고 정말 밝고 명랑한 친구였거든요.

(사진=전국공공운수노조 제공)

 


◇ 김현정> 그래요. 사고가 있던 날 그날 새벽에도 현장으로 바로 달려가셨어요?

◆ 이성훈> 현장은 3시 24분쯤에 발견하셨고요. 그 밑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옆의 동을. 그래서 그걸 듣고서 거기로 뛰어올라간 게 3시 40분쯤 됩니다. 그래서 용균이가 컨베이어 벨트 밑에 끼어 있는 걸 어떻게 꺼내가지고 인공호흡이라도 하려고 몸을 잡는 순간 걔 머리가 없어졌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너무 사건 현장은 처참했고요. 정말 뭘로 말로 표현하긴 어렵습니다, 이건. 너무 끔찍해서.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그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는 그 현장이라는 게 사실 우리는 안 가봐서 잘은 모르잖아요. 얼마나 위험한 현장인 거예요?

◆ 이성훈> 말 그대로 컨베이어 벨트라는 게 물건을 이송하는 벨트잖습니까. 그런데 그 컨베이어 벨트 무게만, 고무벨트 무게만 20톤이 넘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이라는 게 사람이 설 수도 없고 한 채 50cm도 안 되는 밑의 부분에 고장이 나거나 이물질이 생기면 사람이 들어가서 꺼내야 하거든요.

◇ 김현정>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어요, 직접 들어가서 꺼내는 것 외에는?

◆ 이성훈> 설비 개선 장치를 요구를 계속해도 원청 회사인 한국서부발전에서는 그거를 갖다 묵살해 버렸거든요.

◇ 김현정> 그럼 여태까지 늘 거기에 이물질이 끼면 사람이 들어가서 뺐던 겁니까, 늘?

◆ 이성훈> 네, 사람이 들어가서 손으로 빼거나 직접적으로 긴 글갱이 같은 걸로 빼야 되는데 그 글갱이 같은 것도 한번 벨트에 말려들어가서 삽이 부러지고 철근이 다 휠 정도로 그렇게 심하게 훼손된 적도 있었거든요, 공구 자체도.

◇ 김현정> 철근도 그 사이에 끼면 휘는.

◆ 이성훈> 네, 다 빨려들어가면 다 휘어버립니다, 그사이에.

고(故) 김용균 씨의 생전 모습 (출처=발전비정규연대회의)

 


◇ 김현정> 저희 취재진에게 우리 이성훈 씨가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내가 입사 때 교육을 했던 사람으로서 너무 마음 아픈 게 있다라고 말씀하셨다는데 그게 어떤 겁니까?

◆ 이성훈> 제가 사고 11일날 아침에 9시 한 40분쯤에 집에 와가지고 정신도 없고 막 그런 상황에서 (담당 팀장이) 전화해서 밑에 애들 입단속 잘해라. 그리고 기자들 만나면 인터뷰하지 마라. 기자들 만나면 그 기사들을 그 사람들은 오보해서 쓸 수가 있으니까 인터뷰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저한테 멘트를 하고 있거든요, 전화를 해서.

◇ 김현정> 그 얘기를 직접 들으셨어요? 입단속 잘해라. 밑에 사람들 입단속 잘해라. 취재 기자가 뭐 물어도 답하지 말아라?

◆ 이성훈> 네. 그래서 제가 그거를 녹취록을 따놔가지고 단톡방에다가 전부 다 그걸 올려버렸어요.

◇ 김현정> 그 내용을 저희한테도 공개해 주실 수 있죠, 선생님?

◆ 이성훈> 네.

◇ 김현정> 그 녹취록 내용 잠깐만 듣고 오겠습니다.

[녹취 / 발전소 관계자]
“뭘 얘기 나오면 그거 가지고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이 기자들 아니야? 걔네들은 이쪽 사정을 잘 모르니까 엉뚱하게 얘기 들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

◇ 김현정>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지금 제가 보니까 뭐 하나 얘기 나오면 그걸 가지고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이 기자들 아니냐. 걔네들은 이쪽 사정을 잘 모르니까 엉뚱하게 얘기될 수 있잖아, 그렇지 하면서 그러니까 아랫사람들 입단속 잘해라. 이걸 그냥 이렇게 취재진한테 공개하고 나서 회사 측에서 그다음에 대응은 어땠습니까?

◆ 이성훈> 그다음에 이 사람들도 더 이상 대응할 게 없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선생님 이렇게 다 이야기하고 나서 이 사건 지나고 나서 회사 생활 어려워지시면 어떡해요. 곤란한 일 당하시면 어떡해요?

◆ 이성훈> 저 여기서 회사 생활 안 합니다.

◇ 김현정> 그만두실 생각이세요?

◆ 이성훈> 여기서... 생각해 보십시오. 내 눈 앞에서 그 어린애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맨 정신에 벨트에 끼어서 죽은 모습을 봤는데 이 회사를 더 이상 어떻게 다닙니까? 밤에 저는 불 끄고 자지도 못해요, 지금 무서워서. 너무 끔찍했어요, 현장이. 지금도 무너집니다.

◇ 김현정> 그 교육을 직접 시킨 사람이 우리 이성훈 씨. 그래서 너무나 미안하다,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셨다던데 그게 무슨 이야기셨어요?

◆ 이성훈> 조금 더 내가 붙들고 교육을 시키고 조금 더 이런 건 조심하고 더 그걸 갖다가 좀 더... 좀 더 자세히 가르쳐줬으면 이런 사고 안 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 자책감이 들어서. 그런데 3일 교육 시키셨다고 하는데 3일이면 되는 겁니까?

◆ 이성훈> 3개월도 짧습니다. 3개월도 짧은데 3일만, 3일도 그것도 말이 3일이지 그 전날부터 위에 팀장이나 실장님은 야, 빨리 현장 투입해, 현장 투입해. 아니, 얘를 일주일도 아니고 그 시간이 뭐가 아쉬워서 투입하라고 그렇게 독촉을 하는지.

◇ 김현정> 굉장히 위험한. 거기 잘못 끼이면 그냥 사람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장소인데 선생님 보시기에, 전문가가 보시기에 3개월 교육해도 부족한데 3일도 빨리 끝내라고 해요?

◆ 이성훈> 네.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금.

◇ 김현정> 선생님은 아예 그냥 회사를 그만두겠다라고 결심하셨는데 사실은 그게 쉽지 않은 결정이잖아요. 목구멍이 포도청.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해야 될지 모르는데 그래서 대부분의 동료들은 그냥 또 그 자리에서 일을 해야 될 거예요.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요.

 


◆ 이성훈> 그 동료들도 지금 여기서 일하다가 저는 또 사고가 날 거라는 걸 100% 자신합니다. 그래서 동료들한테... 여기 있는 애들 나이 평균이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거든요. 너무 어린애들이잖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애들이 현장에서 이게 안전 조치며 무슨 개선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이상은 이런 사고를 떠안고 걔들은 또 일을 해야 되거든요.

◇ 김현정> 그러네요.

◆ 이성훈> 여기 현장을 한번 와보시면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닙니다, 여기는.

◇ 김현정> 그런데 한번 이렇게 큰 사고가 나고 나면 이제 좀 개선이 되지는 않을까요? 사과문도 내고 이번에는 바꾸겠다라고 이렇게 공언도 했는데?

◆ 이성훈> 그건 문서상 얘기죠. 현장 상황은 또 똑같아지죠.

◇ 김현정> 지금 보도가 하나 새로 나온 게 뭐냐 하면 그전에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 사고가 한 5번 정도 있었는데 국회에 전혀 보고가 되지 않고 그냥 흐지부지 덮고 넘어갔다. 이번에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게 이게 신기할 정도로 전에는 덮고 넘어갔다는 기사가 지금 새로운 사실이 하나 보도가 됐습니다. 전에도 사망 사고 났을 때 변화가 없이 쭉 왔다는 거네요?

◆ 이성훈> 그렇죠. 이게 만약에 그때 사람이 죽었어도 설비 개선하고 보완 조치하고 사과문 똑같이 냈는데 그러면 지금 이 상황이 발생이 안 되어야 하는데 왜 똑같은 상황이 또 발생이 됐을까요? 안 변했기 때문이죠.

◇ 김현정> 뭘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다. 어떤 생각하세요?

◆ 이성훈> 저는 아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거를 반영해서 들어준다면 이런 상황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적이 있느냐. 이 질문하시는 거예요?

◆ 이성훈>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또 하실 말씀 있으세요, 대안 관련해서?

◆ 이성훈> 하늘에 가 있는 용균이가.. 라디오 방송 전파가 제 목소리가 훨씬 멀리 퍼지니까 용균이한테 한마디 하고 싶어요.

◇ 김현정> 그러십시오.

◆ 이성훈> 용균아, 목소리 들리지? 너도 거기서는 먼지 뒤집어쓰지 말고 이제는 거기서 편히 쉬어. 어머니, 아버지는 내가 위로해 드리고 보살펴드릴 수 있게끔 해 줄게. 용균아, 미안해. 너무 미안해, 용균아. 잘 지내, 거기서... 다 했습니다.

◇ 김현정>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선생님. 분명히 용균 씨가 이 이야기 들었을 거고요. 너무 자책감 가지시지 마시고요. 우리 선배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셨다고 저는 생각하니까요.

◆ 이성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용기 가지고 다른 후배들 상황을 개선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 주시기 위해서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성훈>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어려운 인터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성훈> 수고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난주에 우리 마음을 참 아프게 했던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사망 사고 고 김용균 씨의 바로 윗선배세요. 가장 오랜 시간 함께 근무했던 이성훈 씨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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