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블랙스쿼드 제공)
가수 나비(본명 안지호)가 날갯짓을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2008년, 스물 셋의 나이로 가요계에 데뷔한 나비는 지난 10년간 각종 무대에서 특유의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뽐내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아이 러브 유'(I LOVE YOU), '마음이 다쳐서', '눈물도 아까워', '잘 된 일이야', '다이어리', '집에 안갈래' 등 리드미컬하고 파워풀한 곡들로 음악 팬들의 가슴을 뻥 뚫어줬고, '길에서', '그리워 말아요' 등 애절한 분위기의 발라드곡들로 매마른 감성을 적셔주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노래 실력뿐만 아니라 노래를 만드는 실력까지 뛰어나다는 점.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곡들은 유명 작곡가들의 곡이었지만, 나비는 데뷔 초부터 앨범에 직접 작사, 작곡한 자작곡을 꾸준히 수록해왔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나비는 이달 초 발매한 정규앨범 '10'을 통해 그런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타이틀곡 '빈집'을 비롯해 총 10곡으로 채워진 앨범 전곡이 나비의 자작곡. 나비는 프로듀싱까지 직접 도맡으며 그간 못다 보여준 음악성을 뽐냈다.
"벌써 10주년이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CBS노컷뉴스는 최근 나비와 만나 그의 가수 활동 10년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직접 프로듀싱한 새 정규 앨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가수 나비가 아닌 '서른 셋 안지호'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눴다.
▶근황이 궁금하다."얼마 전 데뷔 10주년을 기념한 정규 앨범을 냈다. 앨범 발매 날 콘서트도 열었다. 한양대학교과 서울예술종합학교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음악을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감은. "하다 보니 10주년이 됐다. (미소).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다. 오글거려서 과거 영상을 잘 안 찾아보는 편인데, 얼마 전 유튜브에서 데뷔 초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이 정말 촌스럽더라. 당시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웃음). 노래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 그래도 과거 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잘 해왔구나. 앞으로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엇던 것은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덕분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나비가 생각하는 지금의 나비를 있게 한 곡은. "일단 데뷔곡이었던 '아이 러브 유'를 꼽고 싶다. 당시 '핫' 했던 타블로 님이 랩 피처링으로 참여해신 곡인데, 그 노래로 '윤도현 러브레터'에서 첫 무대를 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이후로 '마음이 다쳐서', '길에서', '잘 된 일이야', '다이어리' 등의 곡이 사랑 받았다. 저에게는 '효자곡' 같은 곡들이다. (미소). '집에 안 갈래' 같은 경우는 요즘도 행사장이나 공연장에서 부르면 많이들 따라 불러 주신다. 심지어 아기들까지"
▶10년 전과 비교해 가수 나비의 감성은 많이 깊어졌나. "그렇다. 데뷔 때와 비교해 가장 좋아진 건 감성적인 부분이라고 느낀다. 어릴 때는 그냥 노래를 잘 하는 친구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해본 만큼, 가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좀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여유도 생겼다. 예전에는 정말 예민했고, 무대에 올라가기 전 목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아도 불안함이 컸다. 지금은 컨디션 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르는 편이다. 또,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서 노래를 부르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10주년 기념 앨범 '10'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그동안 제 노래를 좋아해주신 분들을 위해, 그리고 10년간 잘 버텨온 저 스스로에게 선물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로 채운 앨범을 만들게 됐다"
▶곡 수가 딱 10곡이다."10주년인 만큼, 10곡을 채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록곡 중에서는 타이틀곡 '빈집'만 발라드곡이고, 나머지 곡들은 기존에 들려드렸던 곡들과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프로듀싱까지 직접해서 온전히 저의 감성을 담으려 노렸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었기에 창작을 할 때 고통받거나 하진 않았다. 곡들이 모두 쉽게 쉽게 나와서 즐거웠고 편했다. 결과물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타이틀곡 '빈집'은 어떤 곡인가."사실 '빈집'은 데뷔하기 전 연습생 때 써두었던 곡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아끼는 곡인데 10년만에 들려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 녹음과 편곡 작업을 다시하면서 과거 연습생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같은 회사에 있던 길구봉구와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었는데...(미소). 그런 의미에서 초심을 되찾게 해준 곡이기도 하다"
▶지난 10년의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보면, 타이틀곡은 대부분 유명 작곡가의 곡이었는데."그때는 분위기나 흐름이 그랬고, 그렇게 곡을 받아 발라드나 미디움 템포의 한국 팝적인 노래를 많이 불러었다. 그런데 사실 전 가수가 되기 전부터 R&B 등 흑인 음악 장르를 좋아했다. 가수 생활을 하면서 나의 감성을 놓치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해봤다"
▶수록곡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 "일기를 쓰듯이 가사를 쓴 곡인 9번 트랙 '파인'(Fine)이다. 10년간 가수 생활을 하며 좋은 일도 겪었고, 나쁜 일도 겪었다. 저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며 비난하실 때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파인'은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텨낸 저 스스로에게 '수고했어' '괜찮아' '앞으로 더 빛날거야'라고 말하는 내용의 곡이다. 이 곡을 듣고 상처를 받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그 외 꼭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너무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후배이기도 한 '김꽃'과 함께 부른 3번 트랙 '프렌드'(Friend)다.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존재'에 대한 내용의 곡인데, 개인적으로 저에게 힘을 많이 주는 언니 같은 동생과 함께 곡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곡이다"
▶이번 앨범을 들은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 "거부 반응을 보이시면 어쩌나 싶었는데, '좋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해주셨다. 역시 팬들이시더라. (웃음). 특히 '이제야 나비가 진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봤을 때 정말 큰 힘을 얻었다. 동료 가수 분들에게도 응원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더 힘이 났다"
▶앨범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10주년 앨범이자 정규 앨범인 만큼, 내년 1월 말까지는 활동하려고 한다. 공연을 주기적으로 할 생각이고, 요즘 트렌드에 맞춰 SNS를 통해서도 팬들과 꾸준히 소통 하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이든, 음악 프로그램이든 방송 활동도 많이 하고 싶다"
※[인터뷰②] 나비 "알고보면 여린사람, 가수 그만둘까 고민도"에서 계속됩니다.
CBS노컷뉴스 김현식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