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현역의원 21명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하는 ‘인적쇄신’을 단행하면서 한동안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지난 15일 전체 지역구 253개 중 173개에 기존 당협위원장 잔류를 확정하는 동시에, 현역의원 지역구 21개를 포함한 79개 지역을 ‘물갈이’ 대상으로 지정했다.
예상보다 큰 폭의 인적쇄신이 발표된 다음날인 16일 당내에선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일부 당사자들이 해당 결정을 수용하거나 반발하는 등 엇갈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대다수 인적쇄신 대상자들은 언급을 자제하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먼저, 명단에 이름이 포함된 원유철(5선)‧김용태(3선)‧윤상현(3선) 등 일부 중진의원들은 이같은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박‧잔류파에 속하는 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당을 살려야 한다는 선당후사의 간절한 심정으로 당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대한민국과 우리 자유한국당의 미래를 위해, 성찰하고 고민하며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원내대표였던 원 의원은 '공천 파동' 등을 이유로 이번 교체 명단이 이름이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당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을 맡으며 인적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한 비박‧복당파 김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2008년 총선 출마 후, 내리 세 번씩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주신 양천을 지역을 떠난다"며 "당의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선도탈당해 바른정당 창당 멤버로 합류한 김 의원은 당 분열 책임 등을 진 것으로 보인다.
친박‧잔류파 윤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할 말이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의 분열, 두 분 대통령 구속, 대선 참패에 저도 책임이 있다"고 수용의사를 내비쳤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및 의정활동 성과 등을 내세우며, 당의 결정이 ‘표적심사’라고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친박‧잔류파 곽상도(초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에 헌신해 온 입장에서 이번조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당협위원장 교체는 납득할만한 기준이나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역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불공정하게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곽 의원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바 있어,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강특위는 당협위원장 교체의 주요 기준으로 공천파동과 국정농단 연루 등을 제시했다.
친박‧잔류파 핵심인사인 홍문종(4선) 의원은 현 상황을 지켜본 후, 오는 17일 공식입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체제 하에서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비박‧복당파 홍문표(3선) 의원도 언론 등을 통해 복당파 출신들 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처럼 일부 의원들은 수용 내지 반발 등으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 대다수 의원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당내 주도권이 이미 김병준 비대위에서 친박‧잔류파의 지지를 기반으로 압승을 거둔 나 원내대표 쪽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힘이 빠진 지도부와 대결에서 얻을 실익이 적다는 판단에서다.
또 내년 2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이어 총선을 앞두고 펼쳐질 보수진영 정계개편 등 유동적인 변수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협위원장 자리가 결국 ‘총선 공천권’이라는 종착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현 상황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비대위 소속 한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막판 인적쇄신 명단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조강특위가 제시한 원안이 관철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번에 박탈된 사람 중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의원들이 추후 공천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부대의견이 있었던 점을 보면,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적쇄신 명단에 포함된 한 비박‧복당파 의원실 관계자도 통화에서 “비대위가 임기 막판에 ‘망신주기’식으로 저렇게 발표를 했지만, 지역구라는 게 당 지도부가 한 번에 흔들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곳이 아니다”라며 “진짜 승부는 총선이 2~3개월 남았을 때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