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해부] 숨겨진 적폐, 국회의원 '연구활동'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연구활동 정책보고서' 111개 확보해 전수조사
사실과 다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보고서 많아
표절률 50% 넘긴 보고서도 16개, 91% 표절률도
[숨겨진 적폐, 국회의원 '연구활동' 심층해부①]

노컷뉴스는 69개 국회 연구활동단체가 연구활동 후에 제출한 보고서 111건 전부를 달라고 국회에 정보공개 청구했다. 사진은 국회가 열람하라며 내놓은 연구활동결과보고서의 원본이다.(사진=노컷뉴스)

 


국회의원은 다양한 예산을 지원받는다. 국회의원 개인적으로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연구단체를 통해서는 연구활동비를 각각 지원받는다.

그중 연구활동비는 여러명의 국회의원이 관심 분야를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하는 금액이다.

일반인에게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연구활동비로 지난해 69개 연구단체가 총 10억 895만 원을 사용했다.

연구 활동비를 받기 위해서는 '정책연구보고서', '법안제·개정 발의', '세미나·공청회·전시회', '간담회(언론보도 포함)', '각종 조사활동' 연구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핵심이 정책연구보고서(이하 보고서)이다.

CBS노컷뉴스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대 국회의원 연구단체 69곳이 지난해 제출한 보고서 111개 전량을 어렵게 확보해 들여다봤다.

하지만, 아래 표와 같이 사실과 다르거나 현실과 맞지 않은 엉터리 보고서도 많았다.

[팩트체크①] 미혼모에게 돈주면 낙태가 줄어든다?
[팩트체크②] 출산률 높이려면 정부가 중매를 서야한다
[팩트체크③] 비정규직 임금 올려주면 잠잠해진다?
[팩트체크④]스페인 난민급증, 리비아 수용소 때문?
[팩트체크⑤] 우파 포퓰리즘, 국내에서도 시동걸었다?

 


보고서가 다른 저작물을 얼마나 베꼈는지도 검사해 봤다.

이를 위해 서면으로 제출받은 문서를 다시 디지털 문서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어 표절 검색사이트에 해당 보고서를 일일이 넣어서 표절 여부를 검사했다.

그랬더니 111개 연구보고서가운데 16개가 표절률 50%를 넘겼다.

91%의 표절률을 보인 해외동포무역경제포럼이 제출한 '글로벌 한인무역네트워크 구축방안' 보고서를 살펴봤다.

이 보고서는 2009년 지식경제부 무역진흥과의 용역 보고서 등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른 보고서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논문 표절 검색사이트에서 해외동포무역경제포럼이 제출한 <글로벌 한인무역네트워크="" 구축방안=""> 보고서의 표절검사 결과(좌측은 표절한 보고서, 우측은 원문). 보고서는 각종 타기관의 보고서, 블로그 등의 원문 글을 출처 표시 없이 베낀 뒤 국회의원 이름으로 제출했다. (사진=표절률 검사 결과 화면)

 


표절률이 낮은 보고서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의 보고서는 관련 연구나 인터넷 게시물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베껴왔다.

오탈자까지 그대로 베끼거나, 구어체·문어체 등 문체가 섞인 것까지 그대로 옮겨 온 보고서도 보였다.

대한민국미래혁신포럼(대표의원 김학용)의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구전담장관 신설에 대한 연구' 보고서 16p에서는 장례추계인구를 문어체로 설명하는 중 갑자기 구어체로 문장 표현을 바꿨다. 이후 문장은 다시 문어체로 돌아온다.

2017년에 제작된 보고서는 29p에서는 자료를 인용하며 '얼마전 유엔인구기금이 발표한 2009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란 표현을 썼다. 사실상 다른 자료를 그대로 베껴왔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연구활동을 잘했다는 연구단체 활동은 어떨까? 우수 연구단체로 선정되면 별도의 인센티브를 돈으로 받는다.

지난해 19개 연구단체의 보고서가 우수 연구사례로 뽑혔다.

그 가운데 하나인 대한민국미래혁신포럼의 '방위산업의 제도적 육성을 위한 제언'의 표절률을 검사해 봤더니 역시 69%에 달했다.

19개 연구단체 보고서 전체의 표절율은 평균 24%였다.

 


연구 심사를 맡은 외부 심사위원 A 교수는 "모든 연구 보고서를 다 대조해서 표절률을 살펴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심사위원도)문제제기를 많이 했다"며 "직관적으로 너무 심한 것도 있고 겉표지도 안 낸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회의원 연구활동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어느 정도 스크린을 해줘야 되는 부분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시스템은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다"고 말했다.

심사를 담당한 B 교수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B 교수는 "지금 자료만으로는 법안 발의에 도움이 됐는지 안 됐는지 평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평가는 상당히 강화돼야"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 C 교수는 "성과가 나지 않으면 연구 활동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해야 되는데 그런 시스템이 전혀 없다"며 "이건 연구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회사무처에 확인한 결과 부실한 연구보고서를 제출한 단체의 연구활동비를 회수한 사례는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측은 자체적으로 평가나 검증이 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문제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부족한 점을 시인했다. 이어 "2018년도 평가에는 표절시스템을 적용한다든지, 사후 연구비를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 연구단체가 제출한 연구활동보고서의 표절 여부에 대해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았다. (사진=노컷뉴스)

 


이번에 표절률을 조사하면서 세운 표절 감지 기준은 '6 어절 이상 일치' 또는 '1문장 이상 일치'로 했다.

이 조건을 대입하니 전체 111개 보고서 평균 표절률은 26%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문장을 조금씩 바꾸어 쓰거나 교묘하게 표현을 달리해 표절을 빗겨간 보고서도 있었다.

특히 제출받은 보고서를 스캔하고, 문서파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글자가 잘못 인식돼 표절로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전자 문서로 돼 있는 보고서 원본을 표절검사하면 이 보다 더 높은 표절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계속)

* 숨겨진 적폐, 국회의원 '연구활동' 심층해부 기획페이지 바로 보기 [클릭]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