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고(故) 노회찬 의원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49) 씨 측이 노 전 의원이 실제로 자살했는지 규명해야 한다며 관련 자료를 제출했지만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김씨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최근 열린 김씨 공판에서 노 전 의원 사망을 재연한 동영상 등을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시민단체가 제작했다는 2시간 분량의 해당 영상에는 △높은 아파트 창틀에 올라서기 힘들다는 점 △시신이 아파트에서 9.7m 떨어진 거리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을 들어 노 전 의원의 사망에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 측은 "노 전 의원이 143cm 높이의 창틀에 올라가기 힘들고 비좁은 창문틀에서 먼 거리를 투신할 수 없다"며 노 전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사망 하루 전 사진에 찍힌 노 전 의원 손톱이 사망 직후 찍힌 손톱의 모양과 다르다는 점도 의혹으로 제기했다.
김씨 측은 해당 자료들을 정식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사건 현장에 대한 현장검증신청도 기각된 바 있다.
재판부는 "자료에 특정 단체의 해석이 들어간 내용이라 증거로 보기 어렵다"며 증거가 아닌 의견서 형식으로 제출하라고 결정했다. 증거 채택 절차상 해당 자료가 증거로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있다는 취지다.
통상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선 본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해당 동영상 등은 노 전 의원 사망과 관련 없는 제3자가 표명한 의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제3자가 전문가일 경우 채택이 가능할 수는 있다. 의사나 교수 등이 '감정 증인'으로서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에 한정해서다. 그러나 김씨 측 자료를 만든 시민단체를 전문가로 보기도 힘들다.
법조계에선 김씨 측이 줄곧 노 전 의원의 사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두고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해온 김씨 측에서는 돈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노 전 의원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인으로 나온 김씨는 "노 전 의원이 자살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 시신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내 목숨을 걸어도 좋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도 중요하지만 고인을 모욕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