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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울 답방 명분 생겼지만, 남아있는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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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통해 北, 협상 테이블 복귀 손짓
김정은 답방 정치적 명분 얻었지만 여전한 美 불신
영변 폐기하더라도 美, 대북제재 완강할까 불안
성과 없는 서울 답방은 협상 회의론 야기할 수도
韓, 유엔 제재 면제 확대 등 추진해 北 이끌어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1월 또는 2월에 가질 것이라며 강력한 대화 의지까지 표명한 상태지만, 김 위원장이 현 교착이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 없이 명분만 믿고 서울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 美 의지 확인…'서울 답방→북미회담' 명분 얻은 김정은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날 열렸던 G20계기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답방이 성사될 경우 전해달라며 "김 위원장에 대해 아주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김 위원장을 좋아한다. 그런 만큼 함께 북미간 합의를 이행하기를 바란다. 또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내가 이뤄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협상 의지가 약해졌다는 관측이나, 남북관계만 앞서나가는 것을 우려한다는 시선을 불식시키고, 직접 대화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1월 또는 2월에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담 장소에 대해 "실제로 3군데를 놓고 얘기하고 있고, 아직 장소를 결정하지는 못했다"며 논의가 진행 중임을 못 박았다.

한미 정상의 이러한 적극적인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이 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에게 제재 완화 등의 조치를 통해 신뢰를 쌓고 싶지만 미국이 완강해 난감한 상황"이라며 "스스로는 움직이기 어렵지만 우리 정부의 중재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이 만들어져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영변 핵시설의 폐기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비핵화 완료 시점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지 확신이 부족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내가 이뤄주겠다'고까지 말한 상황이므로 다시 톱다운(Top-down) 협상 테이블에 오를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 文 정부 '비핵화-제재완화' 조율할 묘수 찾아야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침묵을 깨고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가 세계에 보내는 평화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 등 모든 것을 담은 것이라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 답방이 방문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외교적 이벤트에 그치고 만다면, 교착에 빠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북측 최고지도자가 남측을 찾았음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 내부적으로도 회의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미 남북미는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이벤트가 이뤄졌음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노력'이라는 포괄적 협의 이후 '악마의 디테일'을 극복하지 못해 협상이 지지부진해진 경험을 겪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형식이 아닌 내용적 면에서도 더 알찬 내용들이 담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듯 연내 답방 성사는 협상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조치를 어떻게 조율하냐에 달려있다.

북한이 바라는 조치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G20 정상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일과 3일 연달아 동해지구의 수산사업소와 원산 구두공장 시찰 모습을 공개하며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시급한 목표가 경제 개선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미국이 건넨 상응조치가 탐탁지 않아 쉽사리 테이블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러한 처지를 미국에게 분명히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도 핵심 핵시설인 영변에 대한 조치가 있다면,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칠 가능성도 크다. 외교 소식통은 3일 "미국 조야에서도 북한이 영변에 대해 신고하고 사찰에 동의한다면 굉장히 의미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영변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있다면 상응하는 제재 완화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한 물밑접촉 통해 김 위원장의 불신을 누그러뜨리고 서울 답방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모멘텀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까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계속 강경한 입장을 펼친다면 최소한 우리 정부가 남북 경협 부분의 유엔 제재 면제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여 북한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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