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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아연 "제 안의 격한 감정까지 끌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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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연이 1년 6개월 만에 돌아왔다. 음악 색깔은 '백아연 노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다. 기존 백아연의 노래는 '시크'했다. 대표곡인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와 '쏘쏘', 그리고 이전 앨범 타이틀곡 '비터스윗'(Bittersweet) 모두 대체로 그랬다. 솔로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곡이면서도 가슴 절절한 분위기가 아니었고, 사랑에 실패한 순간을 툭툭 넘겨 버리자고 덤덤하게 이야기 하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새 앨범 '디어 미'(Dear Me)에 수록된 곡들은 결이 확연히 다르다.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 '마음아 미안해'부터 마지막 트랙 '시간은 돌고 돌아서'까지 곡들이 대부분 가슴 절절하다. 조금 낯설지만, 백아연의 한층 깊어진 감성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컴백을 기념해 만난 백아연과 길었던 공백기와 달라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전과 비교해 음악 색깔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감정을 격하게 부르지는 않았다. 발라드 장르의 곡이더라도 표현해낼 수 있는 감정 중 50%만 내서 덤덤하게 불렀는데 이번에는 격한 감정까지 끌어내 성숙된 저를 보여주고자 했다"

-타이틀곡 '마음아 미안해'는 어떤 곡인가.
"자기 마음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노래다. 좋지 않은 인간관계나 사랑을 끝냈을 때 '왜 그런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을까' 하면서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내용이 가사에 담겼다"

-곡의 감상 포인트는.
"내 얘기를 진심을 다해 누군 한테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만날 때 어떨 때는 밝은 내가 되기도 하고, 조금 우울한 내가 되기도 하니까. 그런 면에서 '마음아 미안해'는 진심을 다해 스스로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 같은 노래다"

-자작곡이 아닌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이 정도로 아픈 사랑을 해본 적이 많이 없다. 또 아무래도 제가 그동안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들이 가벼운 느낌이었다보니 계속 그렇게만 써지더라. 그런 곡들은 앞으로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와 안 맞는 것 같았고, 그보단 좋은 곡을 받아서 컴백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최근 들어 스스로에게 가장 미안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노래 가사랑 똑같다. 헤어진 연인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다. 그게 제 마음에게 제일 미안했다. 너무 사람을 잘 믿었던 것 같다"

 

-음악 색깔이 달라져서 힘들지는 않았는지.
"박진영 피디님은 백지영 선배처럼 한을 담아 불러야 하는 노래라고 생각하신 듯하다. 그런데 전 덤덤하게 부르는 편이다 보니 안 슬퍼보이셨는지, '다 울고 나서 체념한 사람처럼 불러야 하는데 아직 울 힘이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시더라. '힘없는 사람처럼, 목 놓아 불러보라'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또 점차 작업을 해내가면서 데뷔 앨범 때와 이번 앨범의 구성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아, 내가 원래 이런 노래를 좋아했었고 자신 있어 했었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공백 기간이 길었다. 어떻게 지냈나.
"계속 레슨 받으며 지냈다. 다시 연습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타이틀곡을 제외하면 대부분 2년여 전부터 준비한 곡들인데, 곡 수정 작업도 계속하며 지냈다"

-그 기간 동안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녹음해놓은 곡들을 발표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많이 불안했지만, 오래 기다린 만큼 언젠가 빛을 발하는 때가 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지냈던 것 같다"

-이전에도 2년 공백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처음이라 더 힘들었다. 아마 그때 2년 공백기를 겪지 않았다면 이번에 훨씬 힘들었을 거다. 다행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이정도면 괜찮아', '언젠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있나.
"혼자 생각하고 혼자 정리하는 편이다.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다 보면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남한테 이야기하기 보단 일기장에 적는 편이다. 가사를 쓸 땐 상처 받은 이야기를 그대로 이야기하긴 창피해서 너무 우울하지 않게, 덤덤하게, 누구나 느끼는 감정처럼 표현하려고 하는 편이다"

 

-모범생 이미지다. 일탈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데.
"가끔은 일탈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음악적으로나 평소 생활하는 것에 있어서. 그런데 너무 늦은 거 같다. 처음부터 이것저것 경험을 해왔다면 자연스러웠을 텐데. 사실 일탈이 뭔지 잘 모르겠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데 방법을 모르겠다.

-살면서 해본 가장 큰 일탈은 뭔가.
"혼자 부산에 갔던 거다. 그냥 갑자기 혼자 여행가고 싶어서 부모님께 '부산 갔다 올게' 하고 내려갔다. 그런데 비가 와서 숙소에만 있었다. (웃음). 사실 아직 혼자 영화 보는 것도 한 번도 안 해봤다. 집에서 '혼밥', '혼술' 등 혼자 하는 것들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살면 그런 걸 좀 해볼 기회가 많아질 텐데, 아직 가족들과 같이 살아서 엄마 눈치가 좀 보여서...(미소)"

-경험이 많아야 곡도 잘 쓸 수 있지 않나.
"요즘 들어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음악적인 부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파스타 집에 가면 시즌별 메뉴를 꼭 다 먹어본다. (웃음). 예전에는 도전하는 걸 싫어했는데 나라는 도화지에 어떤 색깔을 채워나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다"

-오랜만에 컴백했는데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크겠다.
"워낙 컴백하는 분들이 많으셔서...순위 보단 앨범 전체를 들으신 분들이 '명반이다'라는 반응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어느덧 데뷔 7년차가 됐다.
"예전부터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친구 같이 편안한 가수이고 싶다'고 답했다. 그동안 제가 곡 잡업에 참여하거나 부른 노래들이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고, 많은 분들이 어느 계절에나 편안하게 들어주시는 것 같아서 차근차근 잘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친구 같은 가수이고 싶은지.
"누군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때가 있지 않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같은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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