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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타이거JK "드렁큰타이거, 왜 타임캡슐에 넣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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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타이거가 10집 '엑스 : 리버스 오브 타이거 JK'(X : Rebirth of Tiger JK)로 우렁찬 포효를 했다. 1999년 데뷔해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난 널 원해', '위대한 탄생', '굿 라이프' 등의 히트곡을 내며 한국 힙합 대중화와 역사를 이끈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포효라는 점에서 그 울림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뿌듯해요. 진짜 잘 만든 것 같아서" 10집이자 마지막 앨범 발매를 기념해 만난 타이거JK의 말이다.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아이돌그룹 CD들도 많이 보면서 소장가치가 있는 CD를 제작하려고 노력했고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김정기 작가가 앨범 아트워크 작업에 참여해주셨는데, 너무 멋져서 완성된 CD를 보고 팬들에게 장식용 물건이라고 팔아도 미안한 마음이 안 들겠구나 싶었죠. (미소).

타이거JK는 멤버 DJ샤인이 5집 활동을 끝으로 탈퇴한 뒤에도 홀로 드렁큰타이거의 명맥을 이어왔다. '왜 갑자기 마지막을 택했나'. 타이거JK가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이 없어지는 흐름이 안타까웠어요. 누가 유행하는 거 하면 다 따라하는 흐름도 아쉬웠고요. 그런 걸 지적하면 '꼰대' 취급을 받더라고요. 저희 때만 해도 아무리 잘해도 다르지 않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반대인가 봐요. 오히려 '저걸 아직도?', '감 잃었네' 같은 반응이 나오니까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드렁큰타이거를 계속 끌고 가서 추하게 만드는 것보단,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죠"

 

타이거 JK는 오랜 음악동료인 프로듀서 랍티미스트와 150여곡을 작업했고, 심혈을 기울여 총 30트랙 2CD로 구성된 앨범을 완성했다. 한국 힙합 역사에 큰 이정표로 남을 앨범인 만큼, 드렁큰타이거가 10집 '엑스 : 리버스 오브 타이거 JK'에는 많은 후배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앨범의 파트1에는 가리온의 MC메타, 도끼, 수퍼비, 면도, QM, 테이크원 등 한국 힙합신을 이끄는 래퍼들과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가 힘을 보탰다. 또, 파트2에는 윤미래, 비지, 주노플로, 앤원, 비비, 마샬, 후즈 등 타이거JK가 이끄는 필굿뮤직 패밀리를 비롯해 세븐틴 버논, 김종국, 은지원, 데프콘, 하하, 마이카 나인, 스타일리즈틱 존스, 미키 아이즈 등 오랜 동료들이 함께했다.

앨범에 대한 힙합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너나할 것 없이 완성도 높은 앨범의 등장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타이거JK는 이 같은 반응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젝스키스, H.O.T. 팬들이 재결합을 반가워했던 것 못지않게 저희 팬들이 표한 반가움도 위대했다고 생각해요. '혼자라고 느꼈던 순간, 드렁큰타이거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 '이 사회에서 버림받고 고통 받았지만, 드렁큰타이거 음악을 듣고 위로 받았다' 같은 반응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죠. 다시 책임감도 생겼고요. 신기하게도 어릴 적부터 제 음악을 들었다는 팬 분들을 중 많은 분이 작가나 PD, 예술가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역시 뭔가를 아는 사람들이셨던 거죠. (미소)"

 

물론, 타이거JK가 이끌었던 크루이자 한국 힙합씬을 주름잡았던 크루로 다이나믹듀오, 리쌍, 에픽하이 등이 속했던 무브먼트 멤버들의 단체곡이 하나쯤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며 약간의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있다.

이에 대해 타이거JK는 "저 역시 생각했던 부분"이라며 "다들 회사 사장이 되는 등 너무 바빠졌다. 물론, '형 카드'를 쓰면 가능했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엔 너무..."라고 말하며 웃었다. 드렁큰타이거의 시작을 함께한 DJ샤인이 참여한 곡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반응에 대한 물음에는 "만나긴 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조심스러워 하더라. 아쉬웠지만, 억지로 랩을 시키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앨범이 나온 뒤에는 '되게 멋진 여행이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비록 드렁큰타이거 앨범은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타이거JK의 음악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돈을 벌려면 드렁큰타이거라는 브랜드를 계속 가져가는 게 맞아요. 이걸 마지막이라고 묻어두는 것은 저에게 있어 큰 모험이죠. 약간의 걱정도 있지만, 드렁큰타이거를 타임캡슐로 보내고 난 뒤 앞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할 생각을 하면 설레요. 드렁큰타이거가 팬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냐고요? 음, 좋은 음악을 들려준 팀이요!"

인터뷰에서 끝을 논했지만, 드렁큰타이거의 10집 활동 역시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앨범을 낸 뒤 일주일 동안만 활동하고 홍보를 마치는 지금의 흐름이 과연 맞는 것인지 되물어 보게 돼요. 앨범을 완성하기 까지 1년 반이 걸렸는데 음원사이트 최신 앨범 코너에서 빠졌다고, 차트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고 우울해 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요. 전 이번에 천천히 길게 가보려고요. 후속곡 이후에 3속곡, 마지막에는 아듀곡으로 재밌게 오래 활동하며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을 즐기고 싶어요"

 

방송국에 출연할 때면 "안녕하세YO! 제 이름은 타이거JK입니다YO!"라고 인사해야 했고, 힙합이 뭔지, 랩이 뭔지 일일이 설명해야 했던 시절부터 '한국 힙합 전설'로 불리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드렁큰타이거를 응원해온 팬들에게도 타이거JK가 이번 앨범 활동을 펼치는 모습은 남다르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말미 타이거JK는 타임캡슐에 팬들을 향한 쪽지를 함께 넣는다면, 어떤 메시지를 적고 싶은지 묻자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우리가 만들었다'고 적고 싶어요. 저 혼자가 아니라 이걸 좋아해주신 많은 마니아 분들이 계셨기에 국내에 힙합이 대중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이번 활동 과정을 지켜보시면서 '우리가 함께 만든 일'이라는 걸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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