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박종민 기자)
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1년만에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당장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한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콜금리 등 초단기시장금리가 즉시 변동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등 단기시장금리도 비슷하게 오르게 된다.
이어 국고채와 회사채 등 만기 1년 이상 장기시장금리와 은행 여수신금리도 통화정책 방향의 영향을 받게 된다. 또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당장 1500조원 넘게 빚을 낸 가계의 이자부담이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전체 가계대출의 이자상환 부담액은 연간 2조5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총액이 1427조 7000억원, 예금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0.2%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에서다.
특히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는 금리 상승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분기 기준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85조1000억원으로 차주수로는 149만9000명이 이른다. 이들은 고금리인 비은행 대출보유 비중이 65.5%에 달해 금리상승에 직접 노출돼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역할을 하는 코픽스 금리는 3년만의 최고치로 솟았다.
10월 코픽스 금리는 잔액기준과 신규취급액 모두 1.93%로 각각 0.03%포인트, 0.1%포인트씩 오르면서 2015년 2월과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에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에 바짝 다가섰다. 이 번 기준금리 인상과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안정세를 찾은 부동산시장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매수세가 더 얼어붙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인지가 중요하다"면서도 "부동산시장은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실물부문에서는 기업의 조달비용을 증가시켜 투자가 줄어들고 가계소비도 위축을 받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통화정책이 실물변수에 영향을 미치려면 2분기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번 0.25%포인트 인상만으로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선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이와관련,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투자에 부담을 주고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이 번 인상이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고 우리 경제가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원은 "실물경기는 여러 여건이 좋지 않아 기준금리 한 차례 인상만으로 판단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춘성 거시경제연구실장도 "이 번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요인 때문이 아닌 금융안정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경제전반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