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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겨냥한 정부… 미세먼지 주범 '비산먼지'는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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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재비산먼지'는 아스팔트·타이어 마모, 공사장 날림먼지
서울 인천 주요도로 '재비산먼지' 작년보다 악화
UN·유럽환경청 "타이어 마모 비산먼지가 미세먼지 유발"
환경부 "전국 미세먼지 배출량 중 비산먼지 44%, 車 2.5%"

서울 양천구 인근 도로에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연 회색빛을 띠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NOCUTBIZ
연일 한반도를 덮치고 있는 미세먼지가 국가적 재난으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도로재비산먼지'의 농도는 심해진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국내 학계와 환경부는 물론 UN과 유럽환경청도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 등으로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결국 정부가 '도로재비산먼지' 관리는 소홀히 하고 경유차에만 고강도 조치를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세계가 경고한 '비산먼지'… "경유차보다 심각"

도로재비산먼지는 말 그대로 도로에 쌓여있거나 흩날리는 먼지를 말한다. 주로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 아스팔트 마모와 공사현장에서 발생해 도로에 쌓인 뒤 대기로 퍼지는 지름 10㎛이하 물질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도로재비산먼지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았다.

유엔 유럽 경제 위원회(UNECE)는 "타이어는 수명 동안 1~1.5kg의 무게가 빠지고 이 중 0.1~10%가 10μm 미만의 입자 형태로 방출된다"며 "연구에 따르면 타이어 마모로 인한 물질은 공기와 물, 토양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레이크는 대략 50%의 이물질이 공기로 배출된다"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유럽환경청(EEA) 역시 도로 미세먼지 원인으로 타이어 비산먼지와 같은 '비연소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29%에서 2015년 55%까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도 비산먼지 비중이 1%에서 37%로 늘었다고 밝혔다.

도로재비산먼지에 대한 위험성은 환경부도 파악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3년 연구를 통해 전국 미세먼지 배출량 중 비산먼지가 약 44.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고 차량 등에서 나온 미세먼지는 2.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의 경우도 "서울 내 비산먼지가 초미세먼지에 기여하는 수준은 직접배출의 경우 40% 정도, 간접배출까지 고려하면 12%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 환경부 통계자료를 봐도 수도권에서 발생한 총 미세먼지 중 차량이 내뿜은 것은 3,530톤에 불과했지만 비산먼지는 2만 7,177톤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이 미세먼지의 대책을 차량이 아닌 비산먼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하는 근거다. 이마저도 차량은 노후차량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유차의 경우 배출가스 기준이 '유로6'까지 확대된 것처럼 계속해 저감기술이 개발됐지만 비산먼지의 경우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 서울과 인천 '도로재비산먼지' 올해 더 악화

정부는 지난 2016년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라 비산먼지를 집중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수도권 비산먼지는 작년보다 올해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않았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측정결과에 따르면 우선 서울 강동구 상일로(북→남)는 올해 꾸준히 '매우나쁨' 수준을 보였다.

올해 7월 16일 측정에서 312㎍/㎥을 기록했고 8월 510㎍/㎥, 10월에는 1,433㎍/㎥, 11월 1,690㎍/㎥까지 치솟았다. 상일로는 작년엔 7월 185㎍/㎥, 8월 16㎍/㎥, 10월 146㎍/㎥, 11월 79㎍/㎥에 불과해 올해 더 나빠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도로의 비산먼지 농도는 올해 더 나빠졌다. (그래픽= 김성기PD)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남→북)도 심각해졌다. 올해 측정에서 비산먼지 농도가 6월 269㎍/㎥, 9월 382㎍/㎥, 10월 579㎍/㎥, 11월 602㎍/㎥로 '매우나쁨'을 기록했다. 7월과 8월은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마곡중앙로는 작년에도 비산먼지 농도가 매우 나쁜 지역이었지만 올해 더 심해졌다. 작년 6월 평균농도가 312㎍/㎥이었고 9월 207㎍/㎥, 10월 143㎍/㎥, 11월~12월 422㎍/㎥이었다.

서울 송파구 동남로 역시 올해 10월 208㎍/㎥, 11월 236㎍/㎥으로 작년 11월 평균인 190㎍/㎥ 수준보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은평구 응암로도 작년 평균인 88㎍/㎥보다 나빠져 올해 5월 181㎍/㎥, 8월 118㎍/㎥, 11월 249㎍/㎥까지 올랐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박달로는 올해 5월 268㎍/㎥를 기록했고 꾸준히 100㎍/㎥ 이상을 유지했다. 작년 박달로의 평균 비산먼지 농도는 70㎍/㎥에 불과했다.

인천 남동구 논현고잔로도 11월 세 차례 측정에서 229㎍/㎥, 104㎍/㎥, 580㎍/㎥을 기록해 작년 11월 기록 186㎍/㎥,141㎍/㎥을 넘어섰다. 인천 중구 서해대로도 올 6월 203㎍/㎥, 10월 119㎍/㎥, 213㎍/㎥, 11월 213㎍/㎥을 기록해 작년보다 나빠졌다.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아우성만 치고 있으면서 효율적인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에 있어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하다"며 "도로에서 나오는 비산먼지도 문제지만 나대지, 농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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