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북한이 미국과 소통을 이어나가면서도 한 차례 연기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에 선뜻 호응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 측이 북미정상회담을 내년 초 개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못 박으며 군불을 때고 있지만 북한은 머릿속이 복잡해 보인다.
북미 고위급회담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북미 양측이 주고받는 표면적 신호는 일단 긍정적으로 읽힌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우선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내년 한미연합 기동훈련인 '동수리 훈련' 범위를 축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미국은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북한 역시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대북 제재 유지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화의 틀을 유지한 채 줄다리기 중이다.
이도훈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워킹그룹 회의를 마치고 귀국길 기자들과 만나 "(고위급회담 연기 후) 양측이 아주 침착하게 대응했고 이후 아주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달 말 회담이 성사된다면 27~28일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북 측은 미 측의 대화 재개 의지에도 불구하고 북미 고위급 회담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북한이 비핵화 세부 로드맵 의제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동의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대화의 틀을 박차고 나오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 북미고위급 회담의 주요 의제는 미국 측의 강한 의지로 핵 처리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 논의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조건 없이 핵무기와 핵시설 등을 신고하라는 건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를 거부해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6월 정상회담 이후 단계적인 제재 해제와 종전선언을 기대했지만, 그 문턱을 미국이 더욱 높여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지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당시와 같은 자발적인 형태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미국의 경우 핵 검증·신고 체제의 로드맵이라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5일(싱가포르 시각) 미국 NBC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와 미사일 기지 목록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문제된 모든 무기를 확인하고 개발시설을 확인하고 현장에 사찰관 파견을 허용하고, 핵무기를 폐기하는 계획을 갖고 회담장을 떠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에 대해 "당장 신고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보다 유화적 입장을 내보이면서도, 신고 검증은 필수라는 사실을 재강조한 것"이라며 "북미가 미묘하게 충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선대인 김정일 전 위원장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검증 부분을 논의하다 대화가 깨지곤 했었다. 지금이 가장 힘든 부분이고 고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