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욕설에 따돌림까지…초등 영양교사 '갑질' 증언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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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들 "영양교사의 노예 같다" 토로
강릉교육지원청 "해당 학교 감사 예정"
전문가들 "조리사 노동실태 조사 필요"

조리사와 조리실무사들이 지난 16일 오후 강릉교육지원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리사에게 갑질을 일삼은 H 영양교사를 파면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원 강릉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H 영양교사가 조리사에게 부당한 업무지시 등 '갑질'을 일삼았다고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증언이 쏟아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0년 넘게 근무 중인 조리사는 "아침마다 K 영양교사 사무실에 물을 떠 놓고, 청소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며 "하루는 떠 놓은 물 뚜껑에 뭐가 묻었다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외 지시에 반발하는 조리사가 있다면 영양교사는 해당자를 따돌리기도 했다"며 "영양교사가 조리실 종사자를 지도·감독해야 하는 본래 권한을 넘어 직접 조종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조리사는 "C 영양교사는 윽박지르는 것을 넘어 직접 욕설까지 한다"며 "아이들 앞에서 면박을 주고 욕설까지 퍼부어 인권이 짓밟힌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이 조리사에 따르면 C 영양교사는 1인당 1개씩 나눠줘야 하는 파인애플이 한 학생 식판 위에 2개가 놓여져 있을 것을 보고 무작정 조리사들에게 다가와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파인애플은 학생 친구가 건넨 것이었다.

조리사들은 "마치 우리를 자신들이 다룰 수 있는 것처럼 조종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노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곳이 바로 인권 유린의 현장"이라고 가슴을 쳤다.

이들은 "몸이 힘든 것은 집에 가서 쉬면 되는데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주변에서 얼굴이 너무 안 좋아서 병원에 가라고까지 말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조리사들이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 H 영양교사는 병가를 낸 상태다.

취재진은 H 영양교사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K 영양교사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만 말한 채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강원도강릉교육지원청 전경모습. (사진=유선희 기자)

 

앞서 조리사와 조리실무사들은 지난 16일 오후 강릉교육지원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리사에게 자신의 딸에게 줄 밥상을 차리라고 지시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음식을 집어 던지는 등 갑질을 일삼은 H 영양교사를 파면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강릉교육지원청은 지난 13일에 현장 확인을 마친 후 감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릉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감사 일정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 도 교육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초등학교 영양교사 '갑질' 문제에 대해서는 "조리사들이 직접 교육지원청에 요구하지 않으면 선제적으로 나서 전수조사를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조리사들에게 업무 외 일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 욕설을 하는 것 등은 모두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며 "일선 학교의 책임자인 교장은 물론 교육청은 일상적으로 조리사들의 노동실태를 점검하고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리사들은 강릉교육지원청이 적극적으로 감사에 나서지 않으면 청와대에 민원을 넣고, 경찰서에 형사 고발까지 고려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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