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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사법부 블랙리스트' 수사 속도…4년치 문건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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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블랙리스트' 파문 이후 행정처 문건 작성 안 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힌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대법원이 3차례에 걸친 자체 조사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의 단초가 된 사법부 블랙리스트 실체가 없다고 밝혔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6일 압수수색을 통해 2014~2017년까지 4년 동안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한 이 문건을 확보했다.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은 음주운전이나 성추행, 폭행 등 각종 비위를 저지른 판사들에 대한 인사조치 검토를 위해 작성된 법원행정처 보고서다.

문제는 이 문건에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판사들의 이름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게 인사불이익을 검토, 실제 블랙리스트 기능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문건 중 2015년 1월 작성된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1심 판결을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 판결'이라고 비판한 당시 수원지법 성남지원 소속 김동진 부장판사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한 일간지에 기고한 문유석 부장판사가 포함됐다.

(포토그래픽=노컷뉴스)

 

이 외에도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비판하는 글을 쓴 당시 수원지법 소속 송모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에 출마해 '사법행정에 부담을 줬다'는 이유로 김모 부장판사 이름도 들어있다.

검찰은 법정 폭언이나 폭행, 성추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법관 명단에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판사들을 포함해 근무지나 사무분담 등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해당 문건은 블랙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지난해 3월 이후에는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기인사에 반영할 문건이 생성되지 않은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사와 관련된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종 비위를 저지른 판사들의 인사조치를 검토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작성한 관행에 비춰보면 올해 작성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블랙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이후 해당 문건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법원행정처가 작성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문건은 박병대 법원행정처장과 양승태 대법원장 등 당시 사법행정 수뇌부의 결재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블랙리스트 실체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의 최고결정권자가 자필로 서명한 문건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법원장이 서명한 공식 문건에서 물의를 일으킨 법관으로 규정된 사실만으로 해외연수나 각종 선발성 인사 등에 불이익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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