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경찰이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08__hkkim)'의 소유주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지목한 것을 두고 이 지사와 경찰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혜경궁 김씨=김혜경씨'라는 수사 결과에 대해 이 지사가 SNS는 물론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을 맹비난하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이에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해당 사건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가운데 이 지사의 경찰을 향한 독설 수위가 높아지자 실제 수사를 진행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내부에서도 20일 현재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李 "B급 정치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 노골적 불만 제기
앞서 경찰 수사결과가 지난 17일 알려지자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슴을 말이라고 잠시 속일 수 있어도 사슴은 그저 사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는 "경찰이 정치를 했다"며 경찰을 '지록위마'에 빗대 강력 비난했고 "수사 아닌 'B급 정치'에 골몰하는 경찰에 절망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특히 지난 19일 경기도청 출근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 결과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그 계정, 그 글을 쓴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차고 넘치는 증거 중에서 그게 이재명의 아내라고 하는데 목표를 정하고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을 겨냥한 특유의 일침도 이어졌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사건 관련) 수사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상황은 없다만, 수준이 떨어지는 수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 경찰 "수집된 증거가 뭔지는 아나?… '정치 경찰'로 폄하마라"경찰은 이 지사의 당초 반박에 '무대응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독설이 잇따르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맞받아쳤다.
민 청장은 무엇보다 '혜경궁 김씨' 관련 사건 규명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우회적으로 이 지사를 비판했다.
민 청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소 의견 송치는)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내린 결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검찰의 보충 수사와 판단의 단계가 남았다. 그런 과정에서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경기남부청 내부는 이 지사의 언급에 발끈하면서도 "수사는 공정했다"며 맞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우선적으로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혜경궁 김씨' 관련 정황과 간접 증거들 말고도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이 충분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찰 관계자는 "(이 지사가) 자꾸 스모킹건, 스모킹건 하면서 '허접하다' 하는데… 증거라는 것이 하나의 단편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증거가 여러 개, 간접증거가 제시됐을 때 그걸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의 근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경찰에 수집된 증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지사가) 언론을 통해 충분히 항변할 수 있다"며 "경찰에서 증거관계를 확인시켜주면 그건 여론 재판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경찰은 이 지사 반박에도 대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욱이 이 지사가 '정치 경찰'이라 비난한 것을 놓고 경찰이 이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어차피 본인(이 지사)도 여당이고, 현 정권도 같은 당인데. 경찰을 '정치 경찰'이라고 한다면, 이런 결론을 통해 경찰이 정치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경찰한테 어떤 이득이 있겠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