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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나흘새 '미·중·러' 연쇄회담…대북제재 이견 속 '외교강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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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러시아 푸틴·15일 미국 펜스·17일 중국 시진핑까지…릴레이 양자회담
문 대통령, 회담 과정서 '대북제재 완화론' 공개 거론 안 해
제재 둘러싸고 '미국 對 중국·러시아' 구도 속 마찰 최소화에 '방점'
美 선거 이후 정상급 '대북 대화 기조' 재확인…靑 "평화프로세스 큰 틀 유지"

 

국제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 13일부터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중국·러시아 정상 또는 정상급 인사와 한반도 문제를 놓고 연쇄회담을 이어갔다. 주요 당사국인 이들은 북한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은 중간에서 마찰을 최소화 하는데 방점을 둔 '경계선 외교'를 펼쳤다.

대북 제재 완화를 놓고 미국과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긴 했지만, 미 중간선거 이후 첫 정상급 면담을 통해 대북(對北) 대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큰 틀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게 이번 릴레이 회담에 따른 청와대의 진단이다.

연쇄 회담의 대상국들은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사실상 '대치 상태'였다. 미국은 선(先) 비핵화·후(後) 대북 제재 완화 입장에,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 행동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가까웠다. 때문에 9월 말엔 유엔 무대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15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대북 제재를 놓고 이전 만큼 명확한 입장을 공개 표명하지 않았다.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대북 제재 완화론'을 주도적으로 꺼냈던 지난 달 유럽 순방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진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공개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이 내놨던 '비핵화 촉진제로서의 제재완화론'을 감안하면, 푸틴 대통령에게 당부한 '적극적인 역할'은 제재완화를 위한 국제사회 설득으로도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두 정상 모두 포괄적으로 제재 완화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고 했을 뿐, 문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펜스 미국 부통령도 문 대통령과 만나 기존 입장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내놨다. 펜스 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비가역적인 방식(CVID)으로 비핵화를 이뤄야 하는 부분에서 진전을 봐야 하기에 계속 노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에게 '제재의 틀 안에서 한미 공조 하에 남북 교류 협력을 추진, 북한이 비핵화를 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력한 제재 공조로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미국의 입장에 배치되지도, 완벽하게 부합하지도 않는 선의 의사를 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선 두 만남과 달리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공개된 대화에선 '제재'라는 표현은 없었다. 다만 시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며 공평하고 공정한 국제질서를 수행하는데 입장이 비슷하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중 양국은 동북아 평화 번영이라는 전략적 이익이 일치하는 만큼, 한중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완성을 위해 양국이 더욱 긴밀히 공동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결국 문 대통령은 기존의 제재완화론을 공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미국 대(對) 중국·러시아'의 마찰 구도 가운데 어느 한쪽에도 서지 않은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펜스 부통령은 모두 문 대통령과 만나 북한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에 큰 진전이 있었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만남이 내년 1월1일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문제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국의 대북 대화 의지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정상급 인사가 시사한 셈이다.

펜스 부통령은 "다음 북미 정상회담에선 핵 시설 사찰 수용과 핵 무기 폐기에 관한 계획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북핵 목록 신고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뜻도 함께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큰 틀이 계속 되는 게 중요하다. 큰 틀이 유지되면 해법은 나오게 돼 있다"며 "때때로 그 틀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판이 깨지지 않고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조율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급 만남과 맞물려 한미 장관·실무급 대화도 긴박하게 이뤄지는 기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6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남북관계와 북미협상이 나란히 유지되도록 조율을 심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9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담할 예정이다. 교착 상태에 놓였던 북미 고위급 대화가 조만간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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