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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대신 행복을" 수능날 입시 거부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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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쳐… 정작 내일조차도 확신 못해"
"등급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자 그 사람의 미래였다"

대학입시를 거부한 투명가방끈 회원들이 수능이 치러지는 15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시를 거부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형준 기자)

 

수능 당일인 15일, 10여명의 청년들이 "경쟁에 떠밀리기를 멈추겠다"며 대학입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학입시를 거부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은 이날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설명했다.

지난해 대학에 떨어지고 올해 재수를 하다 입시를 거부하기로 결심했다는 성윤서(20)씨는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왜 대학을 가느냐고 물었더니 현실적인 이유로, 취업하기 위해서 간다며 오히려 '대학을 안 가면 뭘 하며 살아갈래'라고 되물었다"고 말했다.

성씨는 대학에 가지 않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선생님은 그에게 "대학에 가지 않으면 하루살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살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하루살이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시간들이 당장 내일조차도 확신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을 해, 입시를 거부하기로 결심했다는 게 성씨의 얘기다.

그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공부를 찾아서 하고 싶다"며 "청소년센터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자퇴를 선택하고 입시를 거부했다는 김나연(19)씨도 "학교는 학생들을 성적만으로 평가하고, 1등급 한우나 3등급 돼지고기처럼 등급을 붙인다"며 "등급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자 그 사람의 미래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람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이 다 다른데 우리 사회는 한 가지의 목표만을 강요한다"며 "대학에 간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낙오자나 패배자 취급하고, 노력하지 않았기에 차별받아도 당연한 존재가 된다"고 자신이 입시를 거부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검정고시를 보면 대학에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자퇴했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아니라고 대답하겠다"며 "우리는 모두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기에 입시경쟁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입시를 거부한 투명가방끈 회원들이 수능이 치러지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다양한 삶이 존중받는 세상'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형준 기자)

 

성씨와 김씨처럼 올해 대학입시 거부 선언을 한 13명은 공동선언문에서 "어떤 진로를 택하든 학력과 학벌의 줄 세우기와 차별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이제는 창의성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신과 무한 경쟁을 반복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생존하기 위해 멈추지 말고 경쟁하라는 논리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을 당장 바꾸는 것은 별로 없을지 몰라도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고민과 상상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함께 멈춰 빼앗긴 고민을 되찾고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자"고 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이윤경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수능날만 되면 비행기 이착륙이 고정되고 출근과 등교 시간이 늦춰지는, 국가 시스템보다 입시가 우선인 이상한 나라"라며 "우리 사회는 입시에 실패하면 인생의 실패자라며 학생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 왔지만, 더 이상은 공범이 되지 못하겠어서 연대에 나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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