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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폭행에 과로자살…IT업계 양진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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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노동자 직장갑질‧폭행 피해사례 들어보니…
"골프채로 폭행, 채식주의자에게 육식 강요"
"좁은 업계‧계약직 근로자 많아 쉬쉬하고 넘어가기도"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인 '갑질 폭행'이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IT업계 노동자들이 '제2의 양진호'들의 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IT노동자 직장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회'를 열고 IT업계의 열악한 근로실태와 갑질문화에 대해 증언했다.

◇ 골프채 폭행에 반성문 강요까지…상상초월 직장갑질

디자이너 김현우(25)씨가 4년 전 한 IT 스타트업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하며 받은 돈은 단 15만원이다.

스타트업 대표는 김씨에게 회사의 지분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개인 사생활을 포기한 채 근무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개인용품을 회사에 가져왔다는 이유로 대표의 폭행이 시작됐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에 지원을 간 한 동료는 셔츠의 색상을 잘못 입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묵묵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IT스타트업이 아닌 사이비종교라고 생각해 탈출했다"며 "단순히 젊은 시절의 경험으로 치부하기엔 잃은 게 너무 많다"고 증언했다.

인터넷 강의 업체로 유명한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장민순씨는 2년 8개월의 근무기간 동안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한 기간이 46주가 넘는다고 했다.

직장 상사는 퇴근하기 전 매일 반성문 형태의 업무일지를 작성하라고 종용했고, 채식주의자인 장씨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지난 1월 장씨는 탈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씨의 언니 장향미씨는 "과로자살은 삶을 끝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일이 주는 고통을 끝내고 싶은 것"이라며 "도망칠 수 없던 피해자를 탓할 것이 아니라 회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블랙리스트 공공연·프로젝트 단위 기간제 근로 많아

IT업계에 갑질 문화가 만연한 것에 대해, 업계의 특성상 소문이 빠르고 옮겨갈 곳이 많지 않아 노동자들이 위축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례집에 소개된 한 IT 프리랜서는 갑자기 계약종료를 통보해 온 업체 관리자에게 'IT바닥 좁다''인력쪽에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협박을 공공연히 들었다고 증언했다.

파견과 프리랜서 계약 등 불안정 고용이 많고, 스타트업이 많은 특성상 명확한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3년 국회사무처가 조사한 'IT산업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근로 계약 기간에 대해 1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2.7%로 가장 높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 계약과 특유의 하도급 구조에서 파생되는 근로계약이 비이상적인 고용구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IT노조는 또 다른 '양진호사태'를 막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심층조사를 진행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김환민 IT노조 직장갑질TF 팀장은 "IT업계는 일반근로감독이 드물어 불법적 활동을 하더라도 내부단속을 통해 입막음을 하면 외부로 알려지기 쉽지 않다"며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도 또 다른 양진호가 존재할 수 있다"며 "단순히 양진호를 처벌하고 엽기행각에 분노해서만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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