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차한성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하는 등 법원행정처 수뇌부를 향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지난달 27일 신병을 확보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진술을 거부해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 우려가 나왔지만,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그동안 확보한 증거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80여명의 전·현직 판사를 조사하면서 확인한 진술 등을 토대로 임 전 차장의 진술 없이 윗선 개입 여부를 확인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7일 차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한 차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삼청동 공관에서 만나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싼 조치를 논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차 전 대법관은 당시 김 전 실장으로부터 징용소송의 최종 판결을 최대한 미루거나, 전범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전원합의체를 통해 뒤집어 줄 것을 요청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이 지난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후 전직 대법관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기는 차 전 대법관이 처음이다.
법원행정처 수장이었던 차 전 대법관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차 전 대법관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난 박병대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지위 확인 소송과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개입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 후임인 고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전직 대법관 조사에 이어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 등이 관여한 상당 부분에 양 전 대법원장이 사전에 보고 받았거나 지시를 내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가 이번 달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