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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5일 3년 만에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린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8개 국가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서 '한시적 예외'를 인정받았다. 6개월(180일)간 이란 산 원유를 계속해서 수입할 수 있도록 예외로 두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며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에 특화된 우리 정유업계와 인구 8천만 이란시장에 수출 중인 우리 기업들의 숨통을 틔운 반가운 소식"이라고 기뻐했다.
그런데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경질유 덕분에 한국은 살았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글은 국내 업체가 이란 산 초경질유를 수입해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미국에 납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번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득을 봤다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는 초경질유로부터 추출된 나프타를 분해해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등 각종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한다. 이 때문에 나프타의 가격은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수익에 늘 큰 영향을 미친다.
초경질유의 가격이 오르면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부담도 늘게 된다는 뜻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국제유가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국내 초경질유 도입량 중 이란산의 비중은 최근 3년 평균 기준 약 54%를 차지하며 국내에 가장 많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이란산 원유 중 초경질유의 비중은 2016년 62.9%에서 2017년 74%, 올해 1분기에는 70.5%에 달했다.
이란산 초경질유의 도입단가는 최근 3년 평균 기준 배럴당 50.4달러로 카타르산보다 배럴당 2.5달러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업체가 이란산 초경질유를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국내업체들은 나프타를 미국에 얼마나 수출하고 있을까?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가공 석유화학 원료 중 나프타는 미국에 수출하지 않고 있다. (자료=한국석유공사 제공)
한국석유공사 국내석유정보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3년간 미국에 수출됐던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는 휘발유, 등유, 경유, 항공유 등 총 10가지 중 7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항공유는 금액 기준 61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윤활유는 4억8000만 달러, 휘발유는 2억 50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 3가지 원유만을 제외한다면 경유, 아스팔트, 벙커C유, LPG의 순으로 비중은 낮았다.
결국 나프타의 수출 실적은 같은 기간 단 한 건도 집계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석유정책연구팀 팀장은 지난 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나프타를 쓰기 위해 초경질유를 수입해 쓰는 것인데 이를 다시 미국에 수출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나프타를 수입하는 국가인데다가, 가공유인 나프타는 가격이 높기 때문에 타 국가에 수출하기 보다는 국내에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도 초경질유가 나오고 나프타를 생산하기 때문에 이 때문에 미국의 이란 제재국으로 한국이 예외 적용을 받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것보다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국임을 강조했고 자료 또한 충실히 제출했기에 미국 국무부가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월 이후 수입이 완전히 중단됐던 이란 원유는 한시적으로 풀림에 따라 국내 석유업체의 부담 또한 덜어낼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이란으로부터 수입되는 국내 원유의 비중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었다"며 "이번 미국의 이란 제재 예외국 적용으로 국내 석유가격 안정에도 일정부분 기여하고 제조 원가 상승 압력에도 어느 정도 해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