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던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해온 군 특별수사단이 당시 610 부대장으로 사찰을 지시한 책임자인 소강원 소장 등 3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 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군 특수단은 유병언 검거 TF팀장을 맡았던 기모 준장에 대해서는 불범감청에 따른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수단은 6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세월호 민간인 사찰 사건은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기간 동안 통치권 보필이라는 미명 아래 권한을 남용해 조직적이고 기능적으로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특수단에 따르면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6. 4. 지방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정부의 국민보호의무 소홀, 초기대응 미흡 등의 사유로 이른바 ‘세월호 정국’이 당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정국 조기전환을 위한 출구마련과 VIP 지지율 회복 등을 도모하기 위해 관련 TF를 구성 운영했다.
기무사는 또 실종자 수색포기와 세월호 인양포기를 세월호 정국 조기전환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유가족을 설득·압박하기 위해 실종자가족 개별성향과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사항 등 유가족에게 불리한 여론형성을 위한 첩보를 수집했다.
특수단은 "기무사는 세월호 관련 BH(청와대) 등 상부관심사항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세월호 참사 이후 수회에 걸쳐 BH 주요직위자 등에게 정국 조기전환을 위한 단계적·전략적 방안을 제시하며 그 틀에서 유가족 사찰실행을 보고하는 등 세월호 관련 현안 보고 및 후속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무사는 참사 초기부터 참모장을 TF장으로 하는 세월호 TF를 구성했고 진도·안산 현장지원부대 및 사이버 운용 부대는 TF의 지시에 따라 유가족 사찰행위를 실시한 후 보고하는 등 기무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운영했다고 특수단은 설명했다.
610부대장이었던 소강원 소장(당시 대령)은 실종자 가족이 주로 머물던 진도체육관 등지에서 실종자 가족 개개인의 성향(강성, 중도), 가족관계, TV 시청내용, 음주실태, 실종자 가족 중 여론 주도자 식별 등 유가족 사찰 관련 첩보를 수집하여 보고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310부대장이었던 김모 준장은 부대원에게 안산시 등지에서 유가족 및 단원고 복귀학생 동정, 유가족 단체 지휘부의 과거 직업·정치성향·가입정당, 합동분향소 주변 시위 상황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여 보고하게 했다.
기무사가 모든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관련 여망 및 제언수집’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정국 조기 전환방안을 수집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특수단은 "그 방안의 하나로 실종자 수색포기를 위한 세월호 수장방안이 BH에 보고됐다"며 "사건 초기에는 실종자 수색을 조기에 종료하고 조기인양 취지의 검토보고를 올리지만 인양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자 수장과 추모공원 조성으로 제언 방향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군 특수단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 검거작전에도 기무사의 불법감청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기무사가 유병언 검거를 위해 본래의 방탐·보안 임무에 공백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은신 의심지역에 인력 및 장비를 전개한 후 유병언 관련 통신 파악을 위해 공공기관 무전통신부터 항만·공사장·영업소 등 개인간 무전통신까지 무차별적으로 감청· 채록하여 수백 쪽에 달하는 채록문을 TF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모 부대의 경우 2014년 6월 28일부터 7월 21일까지 용인 등 13개 지역에서 2만2천여건, 또다른 부대는 유병원이 은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성 금수원 등지에서 1천3백여건의 불법감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