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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연이은 일탈·갑질'…부산경찰청장의 너무 늦은 '참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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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폭행, 거리서 음란행위, 운동화 절도 등 부산경찰 일탈행위 잇따라
인간미, 자율성 강조해온 부산경찰청장 뒤늦은 대책회의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박운대 부산경찰청장.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청장 후보를 포기하고 선택한 금의환향이었다. 경찰 생활의 마지막을 고향에서 꽃피우고 싶었을 것이다.

가장이 되어 돌아온 고향 집에서 그는 너그럽고 인자한 모습이었다. 안팎에서 조직 기강 이야기가 나올 때도 '인간미'가 우선됐다.

하지만, 그 사이 집안 사람들의 일탈이 이어졌다. 평소 회의 시작에 앞서 시를 읊던 그의 입에서 끝내 "참담하다"는 말이 나왔다.

박운대 부산경찰청장의 이야기다. 박 청장은 인천경찰청장 재임 당시 경찰청장 임명을 위해 치안정감을 대상으로 한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경찰청장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대신 고향인 부산경찰청장 전보를 희망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실제, 박 청장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2차례 근무를 했던 부산경찰의 수장이 되어 돌아왔다.

박 청장은 취임이후 부하직원이자 고향후배들에게 "일보다 사람을 먼저"라며 "인간미 있는 치안활동"을 주문했다.

조직 내 인간미도 강조됐는데, 직원들에게 신뢰와 자율성을 주면 조직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는 박 청장의 철학이 반영됐다.

실제, 박 청장은 신임 청장 취임 후 의례적으로 있었던 일선경찰서 초도 순시를 없애는 등 일선서는 물론 각 부서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해줬다.

박 청장은 치안 철학을 넘어 자신의 개인적 취향을 조직 분위기에 전파하려고도 했다.

청사 1층 로비에 시를 내걸고 회의자료 첫 면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적어 직원들과 공유하는가 하면 가끔은 회의 석상에서 직접 시를 읊조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급 체계가 명확한 경찰 조직에서 격식을 없애고 인간미를 우선한 박 청장의 다소 파격적인 행보는 박 청장은 물론 구성원들에게 양날의 칼이 되어 돌아왔다.

박 청장은 부산지검장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전해들은 특정 수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당 부서 담당 간부들에게 전달했다가 적절성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추석을 앞두고 있은 간부회의 자리에서는 '기업인 불구속 수사원칙'을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더 큰 문제는 박 청장 취임 이후 조직 구성원들의 상식을 넘어선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새벽 일선서 과장급인 A 경정은 술에 취해 병원 응급실에서 소동을 벌이다가 이를 제지하는 의사 등 병원 관계자 2명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앞서 지난 8월 31일에는 부산경찰청 소속 간부 경찰관인 B 경정이 길거리에서 바지를 벗는 등 공연음란행위를 하다 입건된 이후 신고자의 진술을 번복시키기 위해 돈을 건네기도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부산 모 경찰서 소속 C경장은 학교정화구역 내에서 이른바 키스방을 운영하다가 현장 단속반에 적발된 이후 오피스텔을 임차해 유사성행위업소를 운영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밖에 지난달 22일에는 모텔에서 함께 투숙한 여성의 몰카를 찍은 경찰관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가 하면 같은 달 3일에는 경찰관이 술에 취해 운동화 3켤레를 훔치는 일도 있었다.

부산의 한 경찰서 간부가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 등 관계자를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또, 부산경찰청 소속 한 총경은 과거 부하직원을 상대로 자녀의 학교 과제물을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연일 터져 나오는 경찰관들의 일탈 행위에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부끄럽다"는 말이 들린다.

박 청장 역시 5일 오전 열린 간부회의에서 "부덕의 소치"라며 "참담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9천명이 넘는 부산 경찰 조직에서 구성원 몇명의 일탈을 수장의 치안 철학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부산청 안팎에서 나오는 기강 해이를 청장의 '인간미' 때문으로 몰아갈 수도 없다.

하지만, 취임 이후 연이어 터진 경찰관 일탈 행위를 접하고도 지금껏 경고의 목소리조차 내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수장의 말 한마디가 전체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어느 조직보다 큰 경찰에서, 박 청장의 뒤늦은 "참담함"이 아쉬운 대목이다.

경찰은 시민들 앞에 당당해야 치안활동을 벌일 수 있다. 하지만, 부산경찰은 지금 스스로에게 부끄럽다고 말한다.

박 청장은 오는 7일 지역 15개 경찰서 서장을 소집해 여는 간부회의에서 조직 기강과 관련한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한다.

박 청장의 금의환향이 경찰조직은 물론 부산시민들에게 환영받을만한 일이었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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