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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살자, 혁명은 못해도 풍자는 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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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無mean) 세대, 의미를 추구하지 않는 삶
치열한 경쟁과 소확행 트렌드가 결합한 현상
#대충살자 - 무민 세대의 태도 보여주는 놀이
삶의 포기가 아니라 다른 삶의 방식 추구하는 것
새 시대를 꿈꿀 수 없는 분위기, 기성세대의 잘못
'열심히 살자'는 유노윤호형 인간도 등장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11월 2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소설가 장강명, 이택광 경희대 교수

◇ 정관용>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보는 시간입니다. 격주로 꾸며드리는 리앤장의 금요살롱. 오늘도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씨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세요.

◆ 장강명> 안녕하세요. 장강명입니다.

 


◇ 정관용> 오늘 우리가 얘기해 볼 주제가 무민 세대라고 하는 건데요. 이게 없을 무(無)자에다가 영어로 의미를 뜻하는 민(mean)이죠. 그렇게 합쳐서 무민 세대. 무슨 뜻이에요, 이택광 교수?

◆ 이택광> 말 그대로 의미가 없다라는 뜻이고 물론 문법이 파괴된 말이죠. 인터넷 용어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 말 그대로 의미 없는 세대, 의미를 추구하지 않는 세대 이런 겁니다.

◆ 장강명> 어감은 귀여운데 뜻은 좀 끔찍하네요.

◆ 이택광> 원래 무민이라고 있죠. 캐릭터가 있어요.

◆ 장강명>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인데.

◆ 이택광> 하마도 아닌 것이 돼지도 아닌 것이 있죠. (웃음)

◇ 정관용> 그런데 그거랑 전혀 다른 거잖아요.

◆ 이택광> 전혀 다르죠. 그런데 거기서 연유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의미세대라고 하면 표시가 많이 나니까.

◇ 정관용> 무민. 무의미가 아닌 무민 세대라고 하면 특정 연령대를 말하는 거잖아요.

◆ 이택광> 그렇죠. 지금 주로 20대의 주요 키워드고요. 사실 청취자분들은 조금 생소하실 수 있겠지만 사실 20대들 사이에는 이미 이게 작년부터 굉장히 유행을 했습니다.

◇ 정관용> 2018년 20대 주요 트렌드 키워드 5개 가운데 하나랍니다.

◆ 이택광> 그렇죠. 그래서 의미를 추구하지 않는 삶. 특히 20대들이. 그러니까 의미를 추구하는 삶이 좀 이상하게 보이는 그런 느낌을 주는 말이죠.

◆ 장강명> 저는 좀 개인적으로 억울한 게 제가 2011년에 표백이라는 소설을 냈거든요. 거기서 어떤 자기들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 얘기였는데 그러면서 표백세대라는 말을 지어내서 좀 퍼뜨려보려고 했는데 어감이 좀 안 좋았나 봅니다. 표백제 이런 게 생각났나 보죠. 무민 세대가 듣기에는 부드럽네요.

◆ 이택광> 화학약품 느낌이 나네요.

◇ 정관용> 이 무민 세대와 함께 언급되는 ‘대충 살자’ 시리즈도 있다는데 이건 장강명 작가가 소개를 좀 해 줘요, 뭐예요, 이게?

◆ 장강명> 어떤 이제 트위터. 주로 트위터에서 사진을 올리고 약간 재치 있는 사진을 올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나 캐릭터들 비유를 해서 대충 살자, 누구누구처럼. 대충 살자, 누구누구처럼 이렇게 올린 그런 놀이인 것 같아요. 그 안에는 신화의 멤버인 김동완 씨가 짝짝이 양말을 신고 있는 모습이라든가.

◇ 정관용> 사진을 올려놓고 저렇게 양말 짝짝이 신어도 된다. 대충 살자 그런 거?

(사진=트위터 @CARROT_0324)

 


◆ 이택광> 그러니까 무민이 약간 존재론적인 이야기라면 ‘대충 살자’는 윤리죠. 존재론적 이야기에 보태지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무민 세대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렇게 물어보면 대충 살자 이렇게 대답을 하는 거죠.

◇ 정관용> 무민 세대는 대충 살자인데 그걸 존재론과 윤리라고 말하니까 뭐가 대단히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웃음)

◆ 장강명> (웃음) 이렇게까지 나가야 되나요?

◆ 이택광> 원래 그게 문화 비평입니다. 의미를 부여해 주는. 심지어는 의미가 없는 세대에게 의미를 부여해 주는. (웃음)

◇ 정관용> 우리가 오늘 그걸 해야 됩니다. 왜 무민 세대, 대충 살자 이런 게 특히 20대 젊은층 사이에 확산되고 인기 끄는지 그걸 한번 따져봅시다.

◆ 이택광> 사실 너무 규범이 강화되니까, 사회가. 이게 무민 세대가 등장하는 것 같고요. 무민 세대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게 일본을 보면 사토리 세대라고 있습니다. 득도 세대라고 하거든요. 득도세대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는 세대예요, 그러니까. 그런데 이제 대충 살자는 제가 볼 때는 말 그대로 대충 살자,잖아요, 아무것도 하지 말자가 아니라. 뭘 하기는 하는데 적당히 하자라는 것이고 역설적으로 말하면 사토리 세대와는 다르게 좀 다른 삶의 방식을 추구해 보자 이런 의미도 저는 담고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무민 세대라는 말도 너무 그 의미에 집착하기보다는 이분들이 하는 무민이라는 말이 사실 어른들이 부여하는 기성세대가 만든 의미와는 좀 다른 의미를 뜻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좀 드는 거죠. 아예 삶을 포기했다기보다는 자기들의 어떤 삶의 방식을 찾아나가자는 쪽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 정관용> 너무 치열하게 살 것 없다. 그런 정도.

◆ 이택광> 치열하게 살아도 안 되니까.

◆ 장강명> 기사들 보니까 주로 해석은 한국 사회가 주로 너무 피로 사회고 특히 청년들이 새로운 약자들로서 어떤 세상이 요구하는 건 많은데 거기에 부응할 에너지는 없고, 또 어떤 스펙 경쟁이라든지 이런 거에 너무 지쳐서 그런 거에 대한 반발로 대충 살자 이런 자기들끼리 자조하는, 또는 사회의 어떤 압박 이런 걸 좀 풍자하는 이런 식의 해석들이 있었고 저도 동의합니다.

◇ 정관용>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여론조사 비슷한 걸 했는데 자기를 무민 세대라고 생각한다, 20대가 한 47. 9%, 30대도 44. 8%, 비슷하게 나왔어요. 무민 세대가 된 이유를 물으니까 제가 보기에는 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취업이나 직장생활 등 치열한 삶에 지쳐서, 노력해도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 이게 이제 같은 맥락 아니에요? 또 하나는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겁니다. 그러니까 소확행이라고 하는 것하고 치열한 경쟁하고 이 두 가지가 같이 결합돼서 나오는 현상으로 일단 지금 여론조사 상으로는 드러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세요?

(사진=사람인 제공)

 


◆ 이택광> 그러니까 치열한 삶이라는 게 결국은 뭐냐고 보면 미래가 없는 삶이죠. 미래를 계획할 수도 없고 미래를 또 예측할 수도 없는 삶이다 보니까 지금 젊은 세대들은 주로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그런 어떤 삶의 방식들을 추구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대충 살자가 나온 것 같고 이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대충 살자라는 건 살지 말자는 건 아니라는 거죠. N포 세대처럼. N포 세대는 사실 기성세대가 20대들을 향해서 이렇게 이름을 붙여준 측면이 좀 강하다고 보는데 이 대충 살자는 사실 20대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문화에 가깝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20대들의 어떤 삶의 방식들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여지들을 주는 거죠, 그러니까.

◆ 장강명> 저는 교수님께서 아까 존재론, 윤리론 말씀을 하셨으니까 저도 한번 멋있는 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정관용> 뭐예요?

◆ 장강명> 변증법적 역사 발전. 이런 거 말씀드리면 어떻습니까? (웃음)

◇ 정관용> (웃음) 해 봐요.

◆ 장강명> 원래 사실 어떤 시대에 그 사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집단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그게 어떤 변혁의 에너지가 된다고 배웠습니다. 왕정시대에 부르주아 계층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어떤 새로운 사상과 함께 부르주아 혁명을 일으키게 됐고 자본자들의 등장으로 어떤 노동계급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프롤레타리아 혁명, 그런 기운들 사회주의 혁명들 같은 게 나오게 되고 그런데 지금 젊은 세대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의 방향이 그럼 새 시대를 꿈꾸자. 옛날 사람들이 안 지쳐서 여유가 있어서 어떤 변혁을 그런 걸 외쳤던 게 아니거든요.

지금은 왜 이게 반대 방향으로 왜 밖에 나가서 외치지 않고 이렇게 안에서 그냥 대충 살자, 그냥 나의 그냥 소소한 맛있는 거 먹고 이런 걸 즐기자 이렇게 되는 걸까 생각을 해 보면 대안이 되는 사상 이런 게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나름대로 이렇게 수정자본주의 또 어떤 민주주의 이런 거의 체계 안에 있고 그 다음 사회를 생각을 할 때 별로 생각이 안 난다는 말이죠. 나름 이게 이론적 체계가 있는 사회에 있고 그러다 보니까 뭘 해야 될지 모르겠고 변혁의 에너지도 휘발되는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까 그냥 대충 살자 이런 식으로 가라앉는 것 아닌가.

◇ 정관용> 멋있었어요.

◆ 장강명> (웃음) 고맙습니다.

◇ 정관용> 우리 우석훈 박사의 88만 원 세대 벌써 오래전이잖아요. 우석훈 박사는 어쨌든 50대의 기성세대라는 말이죠. 그런 책에서는 88만 원 세대라고 하면서 바리케이트를 치자, 짱돌을 들어라 이런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장강명 작가식으로 보면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서 만들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 그게 없다?

◆ 장강명> 사회 모순 부조리가 쌓였을 때, 적폐가 쌓였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인간의 모습은 그 모순 부조리를 향해서 짱돌을 던지고 바리케이트를 그 앞에 치는 걸 기대를 하죠. 투쟁하는 인간. 그런데 투쟁을 하려면 지향점이 있어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가 지금 뭘 지향하지라고 해 보면 마땅히 생각이 안 납니다. 거기에 지금 한국 사회의 어떤 비극도 있는 거 아닌가.

2017년 2월 25일,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사진=이한형 기자)

 


◇ 정관용> 이택광 교수는 어떻게 생각해요?

◆ 이택광>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저도 몇 년 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해 왔는데 사실 이념이 없죠.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에 우리에게 제시됐던 그런 유토피아적인 이념이라는 건 다 실패했다고 많은 분들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서 지금 기성세대가 너무 현실논리를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니냐, 젊은 세대들에게,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젊은 세대들이 좀 더 꿈을 꿀 수 있고 그런 유토피아적인 그런 실천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여지들을 많이 줘야 되는데 기성세대가 너무 현실논리를 가지고 모든 걸 재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러다 보니까 젊은 세대들은 거기에 대한 어떤 반발의 논리보다는 그냥 포기하고 자기들의 어떤 거처를 말 그대로 중요하게 삼아서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는 거죠. 버로우한다고 그러는데, 옛날 한참 유행했던 말로. 그래서 땅굴을 파고 들어가서 자기들의 세계만을 구축하려고 하는 그런 느낌을 많이 줘요. 마치 과거 일본 같은 느낌을 많이 줍니다. 일본 사회와 같은 느낌을 지금 많이 주고 있고.

◇ 정관용> 그런데 이념이 없다, 대안적 사회의 모습이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북유럽형 복지사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 아닌가요? 그 정도면 하나의 이념이라고 말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 이택광> 그런데 그건 일단 존재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대표적인 게 제가 어제 인권위 건물을 지나가다가 어떤 이민 반대를 주장하시고 북유럽의 예를 들면서 다문화 정책을 취했다가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겼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반발이 가능하죠. 꿈이라는 것은 어떤 현실과 관계는 있지만 이 현실의 어떤 그런 논리를 갖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꿈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현실을 배반하는 측면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없다는 거죠. 북유럽은 사실 분명히 모델은 될 수 있지만 모델이기 때문에 그것은 또 현실적 비판들이 가능해지고 사실은 꿈과는 좀 다른 측면이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렇군요.

◆ 장강명> 저도 정 선생님처럼 이렇게 북유럽형 어떤 사민주의 사회 이런 게 우리가 가야 될 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이제 옛날에 어떤 부르주아 혁명,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런 거의 뜨거운 에너지에 비하면 약간 좀 미세조정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기도 하고.

◇ 정관용> 그리고 또 한편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그런 목표가 있다는 것까지는 알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아마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 이택광> 희망이 없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희망이 어떻게 보면 현실을 배반하는, 금방 장 작가가 이야기했던 그 에너지가 아닐까요?

◇ 정관용> 치열한 경쟁과 그 속에서 치이고 또 희망이 별로 없고 하면 곧바로 절망이 떠오르는데 그나마 이건 절망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봐야 돼요? 어떻게 봐야 돼요?

◆ 이택광> 저는 사실 절망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거고요. 뭔가 그래도 대안을 추구하는. 그런데 그 대안이라는 것이 너무나 미래를 꿈꿀 수가 없기 때문에 너무 현실적 대안으로 수렴돼 버린 거죠. 그런데 에너지도 분명히 그 밑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예를 들어서 이런 대충 살자 분위기가 있는 한쪽 면에서는 유노윤호처럼 살자라는 얘기도 있거든요. 유노윤호라고 동방신기죠. 동방신기의 멤버인데 이분이 항상 예능 이런 데 나오시면 항상 노력을 강조하십니다. 열심히 살자. 본인은 사실은 한물 간 가수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리고 항상 이렇게 대충 사는 걸 비판한다든가. 또 그런데 유노윤호를 긍정하고 좋아하시는 20대분들도 많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상충되지만 사실 크게 보면 결국은 다른 삶에 대한 꿈 이런 것을 20대가 아직까지는 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사진=JTBC '아는 형님' 스크린샷)

 


◆ 장강명> 저도 이렇게 좌절감, 열패감 이렇게만 보이지는 않고 나름대로 서로 위로해 주려는 그런 느낌도 들고 또 대충 살자 게시물들 보면 웃기더라고요. (웃음) 재치가 있고 해서 무슨 느낌이 드냐 하면 한창 지쳤을 때 왜 친한 사람이랑 소주 한잔 마시는 그런 느낌입니다. 우리 한창 피곤할 때 이렇게 술 한잔 마시면서 푸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풍자 좀 시니컬한 면이 담긴 풍자죠. 이게 정말로 어떤 면에서는 소주하고 비슷해서 자꾸 마시면 중독됩니다. 자꾸 마시면 중독되고 다음 잔만 계속 마시게 되고 그리고 뭘 거기에 중독되면 뭘 못 해요. 그래서 가끔 한 잔씩 이런 냉소, 풍자로 세상을 향해서 쏘고 거기에 위안 받고 내가 그렇게 완벽하게 할 필요 있나. 가끔 대충 살자, 풀어지자 하다가 현실로 복귀하면 좋은데 이제 대충 살자가 지금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어떤 시대정신처럼 돼서 온통 냉소주의가 번지고 어떤 패배주의 이런 게 세대를 대표하게 된다면.

◇ 정관용> 그리고 그런 대충 살자는 또 한편 사회에 대한 무관심, 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 남북관계 나랑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또 연결되지 않나요?

◆ 장강명> 제가 사실 아까 말씀드렸던 표백에서 썼던 게 바로 이런 주제의식인데 가까운 서점에 있습니다. (웃음)

◇ 정관용> 두 분은 어떤 스타일이에요? 대충 살자, 무민 세대 쪽이에요? 유노윤호처럼 살자 쪽이에요?

◆ 이택광> 저는 아무래도 386세대라는 유노윤호 쪽에 가깝죠. 우리는 끊임없이 열심히 살라고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제가 버릇 바꾸기는 참 어려운데 그런데 가끔 나를 풀어주고 싶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는 또 대충 살자라는 구호를 외치게 되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장 작가는?

◆ 장강명> 저는 386세대로 묶이지는 않겠지만 저도 무민 세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살면서 의미 없는 삶을 산다는 건 되게 개인적으로도 불행하고 이렇게 사회의 한 세대가 우리 의미가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굉장히 비극이거든요.

◇ 정관용> 사실 무민 세대, 대충 살자도 썩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유노윤호처럼 살자도 사실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 중간 어디쯤이 제일 좋은 거 아닌가요?

◆ 이택광> 저도 그 절충안을 제안을 하고요.

◇ 정관용> 열심히 할 때는 열심히 하고 쉬고 적당히 할 때는 적당히 하고 이게 좀 결합된 이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

◆ 장강명> 월화수 일하고 수요일 밤에 소주 한잔 마시고 목, 금 일하고 토요일에 또 한 잔 마시고 이런 거 좋지 않습니까? (웃음)

◆ 이택광> 사실 그런 삶이 인간다운 삶이겠죠. 그런데 이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문화가 생긴 거 아닌가 싶고요. 사실 문화라는 건 증상이기 때문에, 뭔가 우리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문화가 나온다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어떤 세대들. 저희 같은 경우에는 386세대인데 우리 386세대가 무민 세대처럼 살 수는 없겠죠. 무민 세대는 무민 세대 나름대로 논리가 있는 것이고 그런 부분들을 잘 서로 긍정하고 있으면 꼰대처럼 이렇게 뭔가 가르치려 들지 말고 노력하려고 이렇게 주장할 게 아니라 무민 세대만의 어떤 그런 논리들을 또 인정해 주면 또 사회가 조화롭게 발전해 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장강명> 제가 마이크에 대고 무민 세대 여러분 기운 내십시오, 이렇게 응원을 하고 싶은데 그게 너무 꼰대 같은 건가요. (웃음)

◆ 이택광> 응원은 꼰대가 아니죠. 야단을 치면 꼰대가 되는 거지.

◇ 정관용> 어떤 의미로 보면 무민 세대, 대충 살자가 기운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나름 기운이 있어요.

◆ 이택광> 아니, 어떤 교육학자가 저한테 해 준 말인데요. 지금 세대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인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사실 저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굉장히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죠. 다만 그걸 펼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보다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기회들을 많이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 정관용> 무민 세대, 대충 살자. 그 반대로 유노윤호형 인간. 양극단의 모습을 20대는 함께 가지고 있다. 그렇게 일단 규정을 하고요.

◆ 이택광> 저는 그렇게 봅니다.

◆ 장강명> 좋은 돌파구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 정관용> 아무튼 뭐라고 가르치려고 하지 맙시다. 수고하셨습니다.

◆ 장강명> 고맙습니다.

◇ 정관용>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소설가 장강명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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