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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꿈·타국의 벽…예술계 미투, 유학생은 절대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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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집, 비자, 핸드폰 모두 A씨에게 일임…유학 망칠까 두려워"
"스승이자 보호자인 지위…위계 이용한 성적 착취"
음악계 특유의 '도제식 교육'도 문제제기 힘들게 해

(사진=자료사진)

 

독일 한 극장 소속 한인 성악가의 연쇄 성추행‧성폭행 의혹은 예술계의 권력형 성범죄에 해외 유학생들이 더욱 취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기사 :18. 10. 26 CBS노컷뉴스 [단독] 독일서 한인 성악가, 유학생 연쇄 성추행·폭행 의혹"")

◇"초기 유학생활 조력자 절실…행정 도맡아해 저항 어려웠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독일연방공화국 형법 177조 성적강요죄(Sexueller Übergriff)로 고소한다는 접수 확인서

 

독일 음대를 지망했던 유학생 피해자들은 독일 현지에서 자신들의 행정업무를 도맡아뒀던 성악가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해도 저항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은다.

상당수 피해자들이 독일 극장 단원이었던 A씨의 권유로 독일 유학길에 올라, 타지에서의 생활을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피해자 B씨는 "집, 핸드폰, 비자 등 행정적으로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독일에서의 모든 생활이 A씨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어서 사실을 폭로했을 때 해코지가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상하관계를 알고 있는 거다. 자기가 독일 업무를 봐주니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 생각하고 제자들을 건드린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 유학생 역시 "현지 생활을 A씨가 맡아 봐주고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핸드폰과 통장까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그런 A씨에게 쉽게 저항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선택한 독일 유학생활과 독일 음대 진학의 진로를 망칠까봐 두려운 마음도 컸다.

다른 피해자 유학생은 "열심히 하면 음대에 입학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성추행을 당하는 그 순간에도 이제 내 레슨은 어떻게 되는 건지 미래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정말 싫었다면 피해자들이 왜 그동안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겠냐"며 "레슨에 도움이 되는 행위도 있었고, 피해자들이 좋아서 그랬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무고로 고소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문가들 "위계적 관계 이용한 성적 착취"

A씨가 피해자에게 보낸 이메일

 

기댈 곳 없는 유학생의 신분과 음대 진학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성악가의 지위가 만든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변호사는 "가해자가 유학에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위력에 의한 성범죄로 봐야 한다"며 "위력의 판단은 관계의 본질을 봐야 하는데, 가해자와 피해자는 음악을 가르치고 배우는 스승과 제자의 사이이기 때문에 성적 행위를 할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구조적인 폭력 하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거부의사를 자발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착취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도 "가해자가 스승이자 일종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위계적 관계를 이용해서 성적으로 착취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 수업이 많은 데다 특유의 '도제식 교육'으로 맺어진 수직적 관계 때문에 쉽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해외라는 공간의 특수성도 피해자들을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예술계의 잇단 미투 바람에서 폭로된 권력 관계의 민낯은 해외 유학생들 사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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