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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맥그리거 '언어폭력'은 정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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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챔피언 불명예 안은 하빕 벌 받을 듯
"내 종교와 조국, 아버지 건드린 맥그리거 용서못해"
흥행에 눈 먼 UFC와 미디어도 합세
맥그리거 도 넘은 트래시토크는 또다른 폭력

 

"내 종교와 조국, 아버지는 건들지 마."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 러시아)가 승리 직후 난투극을 벌인 이유는 그동안 참았던 코너 맥그리거(30, 아일랜드)의 도 넘은 트래시토크에 대한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때문으로 드러났다.

하빕은 지난 7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29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코너 맥그리거(30, 아일랜드)를 4라운드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꺾고 1차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하빕은 경기 직후 관중석에 있던 맥그리거 팀동료 딜런 대니스(벨라토르 소속 파이터)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후 난투극에 가담한 자기 측 스태프 3명과 함께 경찰에 연행됐고, 맥그리거가 고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에야 풀려났다. 대니스는 경기 중 하빕에게 종교 관련 욕설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UFC 최고 빅매치는 최악의 난투극으로 막내렸다. 하빕은 '무패 챔피언'(27전 27승) 타이틀을 지켰지만 '폭력 챔피언'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앞으로 UFC 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네바다 주체육위원회에서 이번 일을 조사하고 있다. 하빕의 대전료 지급이 보류됐고, 타이틀 박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미국 비자 발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빕은 3분 여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지만 주먹을 휘두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우선 네바다주체육위원회와 라스베이거스 쪽에 사과한다"고 밝힌 뒤 "맥그리거는 나의 종교와 조국, 아버지를 트래시토크 소재로 삼았다. 그리고 지난 4월 미국 브루클린에서 내가 타고 있던 버스를 습격하는 바람에 엉뚱하게 UFC 동료 파이터들이 다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맥그리거는 심리전의 달인으로 불린다. 경기 전 심기를 건드리는 트래시토크로 상대의 평정심을 무너뜨리는데 능하다. 트래시토크는 대회 흥행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UFC 측에서도 권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빕은 선수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트래시토크를 기사화하는데 급급한 미디어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미디어가 종합격투기를 바꿀 수도 있다. 종합격투기는 서로를 존중하는 스포츠지 트래시토킹 스포츠가 아니"라며 "내 종교와 조국, 아버지를 욕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하빕은 조국과 종교,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대단하다.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의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출신인 그는 UFC 경기장과 계체장, 기자회견장 등에서 항상 다게스탄 전사들이 썼던 털모자(일명 파파카)를 착용한다.

다게스탄은 국민 70%가 동방 정교회 신자인 러시아에서 대표적인 이슬람권 지역으로 꼽힌다. 독실한 무슬림인 하빕이 과거 UFC 200 출전 제안을 받았지만 라마단 기간이라는 이유로 고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종합격투기는 다게스탄의 국민스포츠다. 거리 곳곳에 격투기 훈련장이 즐비한 다게스탄에서 하빕은 국민 스포츠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특히 그의 아버지 압둘마나프는 유명한 레슬링 코치이자 하빕의 격투 스승이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맥그리거는 하빕의 종교와 조국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아버지 토니까지 트래시토크에 가세했다. 토니는 미디어를 통해 "하빕이 9살일 때 곰과 스파링을 시킨 그의 아버지는 아동학대범"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내전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코카서스 산맥의 화약고 다게스탄의 격투기 전사 하빕. 경기장 안에서 주먹을 휘두른 그의 행동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맥그리거의 언어 폭력도 정당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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