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추진 중인 3천억원 규모의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을 위한 '스마트 법원' 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거금이 투입되고 재판과 직결되는 사업인데 사법부 구성원들이나 법조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논란이다.
대법원은 2024년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스마트폰만으로 집에서 재판이 가능하도록 하는 '스마트 법원 4.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법원 사업이 이뤄지면 인공지능 '챗봇'이 24시간 소송절차와 소장 작성, 소송서류 작성을 도와 '나 홀로 소송'을 지원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온라인 법정에 접속할 수 있어 집에서도 소송과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대법원은 소개했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스마트 법원 사업은 지난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6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는 제도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을 넘는 대형 사업의 경제적·정책적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거금이 투입되고 재판과 직결되는 중요 사업이 법원 내부 구성원이나 변호사협회, 법조 직역 단체 등과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치적을 위해 공론화 과정 없이 서둘러 졸속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현재 단계로 확정된 것이 아니고 타당성 심사를 통과해야만 예산을 받아 추진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서비스를 시작하는 목표 시점도 김 대법원장 임기가 끝난 이후인 2024년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법원장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공론화 지적에 대해서도 지난해에 10개 법원 소속 판사와 공무원 43명, 2016년에 53명의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말 전자소송 홈페이지와 법원에서 일반 국민과 법무법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5%가 사업 추진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타당성이 인정되면 예산을 얻게 되고 이후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현재 제기되는 문제 등을 고려해 법원과 변호사협회 등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탄력적으로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8월 전자법정 사업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윤리감사관실이 감찰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