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던 모습. 윤창원기자
검찰이 재판개입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착수한 뒤 처음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최고위층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해당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영장 갈등을 빚어온 법원이 최고위층에 대해 내놓은 압수수색 영장이 검찰의 '불만 잠재우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0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 승용차를 비롯해 차한성 전 대법관의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과 박병대 전 대법관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과 고영한 전 대법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윗선 수사에 탄력이 붙으며 실체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수사에서 그동안 검찰의 강제수사 시도가 번번이 가로막혔던 점과 비교하면 결국 일부 혐의가 소명돼 영장이 발부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허용한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형식적인 영장 발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퇴임 이후 사용 중인 차량에 한해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함께 청구한 자택에 대해서는 '주거 안정의 가치가 중요하다', '증거 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시절 사용한 차량도 아닌 데다 증거 자료가 있을 개연성만 놓고 따진다면 가능성이 더 큰 자택은 제외하고 법원이 차량만 받아들였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나온다.
여기에 차한성,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는 현재 사용 중인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고 아직 외부 사무실이 없는 고영한 전 대법관은 자택이 포함된 점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인 압수수색 영장 발부와 비교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어떤 기준으로 발부를 결정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인사도 "퇴임 이후 마련한 법무법인이나 로스쿨 사무실에 의혹과 관련한 자료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사무실이 있으면 자택을 면한 꼴인데 전직 대법관 3명만 놓고 보더라도 형평에 맞느냐"고 반문했다.
법원이 사태가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사법부 최고위층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면서 수사 협조 외형을 갖췄지만, 여전히 핵심 대상을 제외한 만큼 실제 협조 의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