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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이 양만춘의 웃음기를 지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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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안시성'서 성주 양만춘 역 맡아
"전투 승리해도 안 웃는 주인공 연기에 주안점"
시나리오 두 차례 고사…"큰 부담감 딛고 도전"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배우 조인성이 대뜸 "눈치 빠른 관객들은 벌써 알아챘을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가 영화 '안시성'에서 연기한 주인공 양만춘에 관한 인터뷰 도중이었다.

"극중 양만춘은 전투가 끝났을 때 한 차례도 웃지 않아요. 주변에서 승리에 환호하더라도 양만춘은 웃지 않는다는 데 연기의 주안점을 뒀죠."

조인성이 영화 속 양만춘의 웃음기를 지운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안시성' 시나리오에서는 늦봄이(안시성 주민의 아기 이름·'만춘'을 우리말로 푼 뜻으로 극중 양만춘의 사람됨을 엿볼 수 있도록 돕는 장치) 아빠의 죽음이 나와요. 슬퍼하는 아이와 엄마의 손을 잡고 양만춘이 '미안하다'며 '네가 괜찮다면 내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니 양만춘에게는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전설의 영웅 양만춘을 재현해내는 일은 조인성에게도 커다란 도전이었다. 그가 '안시성' 시나리오를 두 차례나 고사했던 데는 이러한 부담감이 잘 뭍어난다.

"돌이켜보면 시나리오 거절은 편견에서 시작됐던 것 같아요. '나와 양만춘이 어울릴까'라는,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도 부끄러웠죠. 최민식·김명민 선배가 훌륭하게 연기했던 이순신 장군을 보고 배운 세대로서 '장군을 연기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편견이 컸죠."

조인성의 마음을 돌린 것은 연출을 맡은 김광식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설득과 도전에 대한 갈증이었다.

그는 "'당대 고구려 장군 나이가 30대 중후반으로 인성씨 나이대였다'는 제작진 말에 편견을 내려놨다"며 "무엇보다 '자꾸만 이것 때문에 안 되고 저것 때문에 안 되면 도대체 뭘 할 거냐'라는 배우로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책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 "현실서 공감 만들어가는 과정…오롯이 양만춘 카리스마 대입"

영화 '안시성' 스틸컷(사진=NEW 제공)

 

영화 '안시성'의 부제는 '칭송 받지 못한 영웅'(Unsung Hero)이라고 조인성은 설명했다. 양만춘이 실존했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연기도 상상력에 크게 의존해야만 했다. 그는 이를 두고 "득이 됐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안에서 중심을 찾았어요. 극중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는가'라는 양만춘의 대사가 있는데, 여기에 안시성 전투의 승리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던지는 사람은 이기기 쉽지 않은 법이잖아요."

결국 조인성은 극중 양만춘에게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관객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실었다.

"역사 속 양만춘은 연개소문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동조하지 않은 인물로 알려졌어요. '야망을 포기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야망을 포기하고 안시성주로 자리하겠다는 인물이라면 성민들과의 관계는 어땠을까'라는 물음표가 생겼죠."

조인성은 "고구려 사람들은 호전적이라고들 하잖나. 권력욕 없는 양만춘을 몰아내고 안시성을 차지하려는 성내 세력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라며 "양만춘은 이렇듯 함께하는 사람들을 아우르는 지혜가 있었을 테니, 실제 배우들이 현실에서 맺고 있는 관계와도 일맥상통했다"고 말했다.

"실제 나는 직함이 주연 배우이지만 (배)성우 형보다 어리고 (남)주혁이보다 나이가 많은 중간자 입장입니다. 어떤 순간이 오면 주연으로서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 돼요. 배우들 입장을 모아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제작진과 조율하는 일 등이 있어요."

그는 "이렇듯 현실에서 공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각자 배역으로 갖고 들어갔기에 한 팀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며 "결국 공감의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 "모험이자 값진 경험인 '안시성'…숙명적 작품"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영화 '안시성'에서 조인성은 굳이 사극 톤의 목소리 연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자기 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믿음에서였단다.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너무 깔려는 의도가 보여지면 관객들은 집중하기 어려워요. 조금은 어색하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자연스레 내놓다 보면, 상황이 진행되면서 어색하지 않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상황에 맞게 목소리 톤을 변주해 보자는 생각을 했죠."

제작비 200억원을 훌쩍 넘긴 이른바 대작 영화에 출연할 만큼 조인성은 한국영화의 간판으로 성장했다. 이를 두고 그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실 '내가 추석 대목 극장가에 왜 놓여져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도 '안시성'을 지키는 양만춘 장군의 마음으로 뛰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자기 자리를 잘 지키면서 제 몫을 다해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인성은 '안시성'을 배우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작품으로 여기려 애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한 의도를 갖고 작품에 임하면 관객들에게 다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 의도는 일부러 갖지 않으려 합니다. 결국 평가는 관객 몫이니까요. '안시성'처럼 한 인물에 집중하는 220억짜리 영화는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겁니다. 모험이었고 커다란 경험을 했습니다. 경험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발휘되는 법이니까 값진 재산이죠. (웃음)"

조인성은 "연기를 대하는 신중함과 부담감은 처음과 다름없다"며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을 만큼 연기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여전히 '할 수 있을까'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캐릭터가 좋으면 비중이 적아도 출연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작품을 하나하나 해 나가고 싶어요. 배역의 크기에 집착하지 않고, 극중 상징적인 인물로 출연하면서 작품을 해 나가는 배우로 자리매김해도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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