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 2박3일 일정의 첫날인 1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만나는 것을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2000년 첫번째 정상회담은 55년의 분단을 건너 화해와 교류의 첫 삽을 떴고, 2007년 두번째 정상회담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경제와 군사분야의 실질적 논의에 착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세번째 평양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합의문이 나올지 기대가 높다.
◇목표는 '평화'…비핵화 조치 어떻게 담길까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를 '평화'라고 밝혔다.
17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평화"라며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구축이야말로 남북이 국제정세에 휘둘리지 않고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 되는 길이고, 경제적인 공동번영과 통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밝힌 이번 정상회담의 세가지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중재 촉진',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위협 종식'이다.
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의제는 비핵화 조치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북핵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지만 기본적으로 비핵화 협상은 북미간에 진행 중이다. 우리는 중재자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 대통령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직접 비핵화 협상을 주도할 수는 없고 문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의 비핵화 조치 요구와 북측의 적대관계 청산과 안전 보장을 위한 상응 조치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인 것이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구체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로드맵이 담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은 "핵심이 될 공식적인 비핵화 관련 로드맵은 북미간 협상에서 나오게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 논의가 오고가더라도 궁극적으로 미국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므로 로드맵을 담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우리는 중재자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의향과 현 정세를 전달하고, 북한을 설득한 뒤, 다시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윤활유가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합의문에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재확인 하는 표현 정도만 담길 가능성이 높다. 대북특사단 자격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밝힌 것처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문구가 담겨 실질적인 이행의지를 담보할 수도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저희들로서는 두 정상 간에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그 과정에서 어떤 합의가 나올 수도 있고, 조금 더 공감대가 확대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나눈 대화가 어느 정도로 우리 국민들에게, 또 국제사회에 공표될 수 있을지 그것은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재에 막힌 경협 ↓, 이산가족 문제는 기대감 ↑문재인 정부는 수시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구도를 강조해왔다.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까지 선언했던 문 대통령이다.
이번에도 다양한 특별수행원들의 동행을 통해 남북교류 활성화에 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프레스센터에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특히,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달래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합의문에 담길지 주목된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산가족의 고통을 더 늦기 전에 근원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계속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상설면회소는 물론이고, 저희들은 좀 더 수시 상봉, 그리고 전수조사를 통한 생사 확인, 화상 상봉 등 모든 종합적인 방법을 통해서 더 늦기 전에 만날 수 있는 조치를 의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임 실장은 "합의문에 다 담지 못하더라도 북측도 상당히 적극적인 의사가 있어서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북제재의 여파 때문에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판문점 선언을 뛰어넘는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어떤 사업을 제시한다거나 자금이 흘러가는 것은 대북제재 완화로 비춰질 수 있기에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각계 분야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으로 합의되는 정도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수호 연구위원도 "북한이 비핵화에 성의있는 행동을 보인다면 구체적인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그리는 정도로 예상된다"며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한 것도 경제 협력의 비전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핵심은 포괄적 군사분야 합의…군사공동위원회 설치되나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18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설치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평양 첫 만남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번 회담의 평화라는 목표에 가장 밀접하고, 또 달성하기 용이한 것은 군사분야의 긴장 완화 조치다.
문 대통령은 17일 "남북한 사이에서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인한 긴장과 무력 충돌의 가능성, 그리고 전쟁의 공포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는 남북이 미국 등 주변국과 논의할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며 합의문에 군사분야의 구체적 내용이 담길 가능성을 내비쳤다.
때문에 그간 장성급 회담에서 논의된 비무장지대 GP 시범철수나 공동경비구역 JSA의 비무장화, 공동유해발굴 등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향후 군축 논의까지 염두한 군사공동위원회 설치가 합의문에 명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남북이 모두 민감한 NNL이나 군축 등의 문제는 합의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군사공동위원회라는 명칭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군사분야를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 군사분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