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문제 '공동체 복원'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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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공급 패러다임, '공공·소셜섹터·민간' 협업구조로 바꿔야"

사회혁신기업 더함 양동수 대표

 

"공동체를 복원해 사람들이 안정감을 갖고 살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주거 문제 해결의 본질입니다." 국내 1호 협동조합형 뉴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를 추진하고 있는 '더함' 양동수 대표의 말이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관계망이 깨지고 있다는거예요. OECD 보고서를 봐도 어려운일 또는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만한 친구나 가족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꼴찌거든요. 이렇게 사회적 관계망이 깨지니까 돈을 많이 벌어도 아이를 안낳는거예요. 애를 낳게되면 그 애가 사회적관계망 없이 자랄것이란 불안함이 안에 있는거죠.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파트를 얼마나 빨리 지어서 공급하느냐 보다 아파트나 주택을 매개로 해서 그 안에서 공동체를 복원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위스테이 아파트는 입주민이 스스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단순 임차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공동체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거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주택관리뿐 아니라 공동체이익회사 등의 형태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시도할 예정이다.

보육을 예로 들면 조합원 가운데 시간이 되는 전업주부들이 공동체 이익회사에 고용된 보육교사와 함께 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동네 아이들을 돌본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친구와 어울리고 엄마들끼리 친분도 쌓을 수 있다.

"'더함'의 직원은 20명 정도인데 사업의 시행사 역할만 할거면 인원이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직원의 절반은 공동체를 어떻게 세우고 커뮤니티 활동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인지를 연구하고 프로그램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

◇ 공익변호사에서 소셜디벨로퍼로 변신

양동수 대표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동천'에서 상임변호사로 2009년부터 일했다. 재단법인 동천에서 난민, 이주민,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갖게된 양 대표는 2016년 유한회사 '더함'의 사회적경제법센터를 만들어 법률개선과 입법지원 등을 도왔다. '뉴스테이법'이 2016년 8월 만들어진 후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사업모델을 설계해 정부에 제안하는 등 소셜디벨로퍼로 변신했다.

"'동천'에서 일하면서 사회적 경제를 접하다 보니 영리와 비영리의 시스템을 모두 이해하고 접목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어요. 사회적 경제가 영리와 비영리의 하이브리드 영역이다보니 이 일이 로펌에서 일했던 저에게 잘 맞더라구요. 한국에서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이 많은 반면 금융이나 부동산문제를 다루는 사회적기업이 잘 안나타나는 이유가 뭘까를 연구했는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그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걸 알게됐죠. 원래는 큰 규모의 주택공급을 하는 소셜디벨로퍼 생각은 하지 못했고 동네에 100억이나 200억원의 자금을 펀딩해서 만들어내는 5~6층짜리 커뮤니티 센터 건립을 생각했는데 어려웠습니다. 그런 금융흐름의 방식이 우리나라에선 없었던거예요. 그러던 중에 공공자금이 90~96%까지 들어오는 뉴스테이 법안의 내용을 보고 이 정도면 얼마든지 건설사에 가는 막대한 이익들을 막아낼수 있는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비자인 입주자들에게 이익이 가게 하려면 입주자가 직접 주주로 들어가 자주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히 협동조합 뉴스테이(위스테이)로 귀결됐습니다."

'사회적부동산 프로젝트'라는 낯선 개념에 모두 당황했다.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의 구조는 단순했는데 한국사회가 기존의 관행을 깨는데 어려워해요.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에요. 이 사업도 그냥 무조건 건설사들과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나봐요. 저희가 사업계획서를 보여줘도 내용을 떠나서 우리를 못믿겠다는 반응을 보였죠. 지금은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성과평가 때문에 사회적경제조직들과의 협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저희는 듣보잡이었던거죠(웃음)"

◇ 협동조합 아파트, 주택공급 패러다임 바꿀까?

정부가 4조원을 지원한 뉴스테이 사업은 민간 사업자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처분이익만 2조3000여억원에 달했지만 임차인의 분양 우선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그래서 임대료 인상 제한 등 공공성을 강화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이름을 바꿔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 건설사가 사업을 주도하는 이상 정부가 땅과 건설자금, 세금혜택까지 온갖 특혜를 부여하고도 건설사만 배불리고 소비자는 혜택을 못 보는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가 20만호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짓겠다고 했잖아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약간 공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추진하면 기존의 뉴스테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그동안 주택공급 구조 자체가 건설사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시민들은 손해를 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급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될겁니다. 민간 임대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라도 기존 건설사의 논리로 가지 않는 이런 방식(협동조합형)으로 일정 쿼터를 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실험을 하면 다양한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이미 '위스테이'라는 모델도 보여줬고 해외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20~30% 싸게 공급하고 있는데 안할 이유가 없잖아요."

국내에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첫발을 내딛으면서 임대주택 공급의 패러다임을 공공이 사회적 경제주체와 협업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정부, 비영리·사회적 경제주체 육성해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일반화된 사회임대주택이 국내에선 아직까지 낯설다. '위스테이'를 추진하고 있는 '더함' 외에는 대규모 주택공급 역량이 있는 소셜디벨로퍼를 찾기도 힘들다. 그러나 여건만 조성되면 더 많은 사회적 경제주체들이 들어올 여지는 충분하다고 양 대표는 말한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협동조합 아파트가 많이 공급되기를 바라지만 협력할 사회적 경제주체가 '더함' 말고는 별로 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해요. 하지만 저는 견제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만 하면 이런 사업구조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충분히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게 아주 어렵거나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아니라는거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비영리 사회적기업들을 육성하고 파트너십으로 만드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민간 건설사만이 아니라 비영리나 사회적 경제주체 등에도 기회를 주고 역량을 키워서, 좀 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이끌어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 아닐까요."

실제로 최근 들어 소셜디벨로퍼 등 사회적 경제주체들이 기업활동을 하는데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처음에 저희는 사업 착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임팩트 투자자들을 구하지 못해 힘들었어요.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부동산이나 시민공동체 자산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자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어서 조금씩 환경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자금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무조건 자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커뮤니티 플랫폼' 서울시와 협력 구상

양 대표는 서울시와 협업도 구상중이다. 단지나 블록 전체가 하드웨어적으로는 스마트시티 개념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커뮤니티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구조의 도시를 개발하는 개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플랫폼 구조에서 주도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래요. 서울시에 그런 실험을 하도록 제안하려고 합니다. 당장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업성이 안좋아서 중단된 재건축·재개발 등 뉴타운의 출구전략으로 유용할겁니다. 저층 주거지나 도시재생 모델, 도시공원특례법에 의해 도시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문제 등에도 적용 가능하구요. 나중에 북한의 도시를 재건하거나 개발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풀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서 비영리 소셜벤처들과 오피스를 자산화하는 프로젝트도 추진해보려고 해요. 임차인들의 힘을 연대하면 얼마든지 건물을 소유할 수 있고 건물주에 휘둘리지 않는 장기적인 금융 프로세스를 만들수 있다고 봅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구요."

그는 "위스테이 사업처럼 공공이 땅, 자금 등에 보증을 해주고 유연성과 창의성을 가진 사회적 경제주체가 사업 전체를 효율적으로 운용·관리하며, 전문성을 가진 민간의 시공, 자금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추면서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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