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입니다' 넥센 박병호가 11일 LG와 원정에서 9회 쐐기 1점 홈런으로 팀의 3 대 1 승리를 이끈 뒤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잠실=넥센)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32·넥센)는 올 시즌 부상에도 2개의 대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KBO 리그 최초의 5년 연속 100타점과 홈런왕이다.
박병호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LG와 원정에서 9회 통렬한 1점 홈런을 날렸다. 2 대 1, 불안하게 앞선 리드에서 쐐기를 박은 한 방으로 3 대 1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거리 130m 대형 아치로 박병호는 시즌 37호 홈런을 기록했다. 또 시즌 98타점째로 100타점에 2개만을 남겼다.
일단 하나의 대기록은 사실상 시간 문제다. 사상 첫 5년 연속 100타점이다. 이대호(롯데) 역시 이 기록에 도전 중이지만 95개로 현실적으로 박병호가 먼저 고지를 밟을 공산이 크다.
올해 박병호는 95경기에서 98타점으로 리그에서 유일한 경기당 1타점 이상을 기록 중이다. 그만큼 탁월한 타점 생산 능력을 뽐낸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의 주인공도 박병호다. 2015년 146개를 찍었다.
물론 리그 최초의 5년 연속 타점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리그 1위 김재환이 111타점으로 박병호에 13개나 앞서 있다. 박병호는 103경기를 뛴 안치홍(KIA)과 함께 타점 공동 5위다. 그러나 최초의 5년 연속 100타점은 사실상 박병호의 차지가 될 수 있다.
'터졌다' 넥센 박병호가 11일 LG와 원정에서 9회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잠실=넥센)
다만 다른 하나는 쉽지 않다. 최초의 홈런왕 5연패다. 박병호는 리그 홈런 공동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10일까지 1위였던 제이미 로맥(SK)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재환(두산)이 11일 롯데와 원정에서 37, 38호 홈런을 몰아치며 단독 1위로 치고 올라왔다.
만약 박병호가 홈런왕에 오른다면 사상 첫 5년 연속 수상이다. 이미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리그 최초의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타점왕 4연패도 박병호의 몫이었다. 2016, 2017년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여전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다만 올해 수상 여부는 미지수다. 김재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김재환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7경기에서 5개를 몰아쳤다. 같은 기간 4개를 때려낸 박병호에 앞서는 형국이다.
더욱이 박병호는 팀의 잔여 경기가 상대적으로 적다. 넥센은 125경기를 치러 정규리그 19경기만을 남겼다. 두산은 120경기로 넥센보다 5경기를 더 치른다. 최근 주춤하지만 로맥의 SK 역시 넥센보다 6경기를 더 소화한다.
물론 박병호는 한 달의 부상 결장이 있었다. 올 시즌 박병호는 95경기, 김재환은 118경기, 로맥은 116경기를 뛰었다. 경쟁자들보다 20경기 이상 적게 뛴 셈이다.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부상이 없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병호의 힘은 리그 최강이다. 몰아치기에 능한 만큼 남은 기간 치열한 홈런왕 레이스를 펼칠 전망이다. 박병호는 2014년과 2015년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쏘아올리며 '홈런=박병호' 공식을 세웠다.
그렇다면 박병호는 어떤 기록에 더 애착이 갈까. 홈런과 타점 모두 거포에게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덕목이다.
2015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사상 최초의 4년 연속 홈런, 타점왕에 올라 소감을 밝히는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일단 박병호는 홈런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운 듯하다. 11일 경기 후 박병호는 홈런 1위에 오른 김재환과 타이틀 경쟁에 대해 "홈런이야 많이 나오면 좋은 게 사실"이라고 운은 뗐다. 이어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 봤듯 감이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다"면서 "그런 것(홈런왕 경쟁)에 신경 쓰면 나도 팀도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가질 여유가 없고, 팀 상황이 말해준다"는 이유다. 넥센은 현재 치열한 가을야구 순위 싸움 중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5위 LG에 1.5경기 차로 쫓겼던 넥센은 그나마 이겨 한숨을 돌렸다. 3위 한화에 4경기 차, 갈 길이 멀다.
다만 타점에 대해서는 욕심이 난다. 팀 승리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오늘도 개인적으로 1회 (무사 1, 3루에서) 쳤으면 타점도 따라오고 팀도 여유있게 가는데 그런 게 아깝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박병호는 1루 파울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 "그래서 타점이 오히려 신경이 쓰인다"면서 "앞에 주자들이 힘들게 만들어놓은 기회에서 불어들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5년 연속 100타점에 더 애착이 가는 이유다.
박병호는 아시안게임에서도 결승전을 포함해 4경기 연속 홈런으로 대표팀의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경기마다 괴력의 대형 홈런을 날려 상대를 주눅들게 했다. 장염, 고열 등의 악조건에서도 대표팀 4번으로 든든했다. 박병호는 "아시안게임을 다녀와서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누구도 변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최대한 티를 안 내고 있고, 이 또한 이겨내야 강해질 거라 생각하고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의 고참으로서 가을야구를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 때문이다. 박병호는 "우리 팀은 어린 선수 많고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고참 선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에 나부터 반성해서 분위기를 잘 이끌어야 한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매 경기 선수들이 끝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로 집중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남은 경기 순위 싸움이 중요한데 그만큼 조금만 정신차려서 경기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민국 4번 타자에서 영웅 군단의 4번 타자로 돌아온 박병호의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