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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혁신도시 놓고 스텝 꼬이는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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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인상 강조, 당내 이견에 수위 낮춰
여권發 공공기관 이전 이슈엔 각 못세워
"1차 공공기관 이전, 가슴 아픈 정책"
참여정부 시절 정책이 부메랑으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8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최근 여권발(發) 부동산 보유세 인상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참여정부에 몸 담았던 김 비대위원장이 현 여권의 정책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을 두고 한국당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비대위원장이 발언 수위를 낮췄지만, 과거 자신의 소신이 담긴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김 비대위원장은 해당 정책 설계 등에 깊게 관여한 바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취임 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줄곧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보유세 인상‧거래세 인하' 주장을 해왔다. 그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에 대해 "당시 보유세를 적절히 높이고, 대신 거래세를 떨어뜨리자고 했는데 손을 못 보고 직을 그만두게 됐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청와대 정책실장 재임 당시 김 비대위원장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는 세금 폭탄이 아니라 과세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야당의 수장이 됐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보여준 셈이다.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여당에서도 보유세 인상 카드가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30일 당정청 회의에서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강화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도 지난 3일 김 비대위원장의 보유세 인상‧거래세 인하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안"이라고 화답했다.

문제는 정작 한국당 내 다수 의원들의 보유세 인상에 반대하며, 김 비대위원장과 의견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조세 정책으로 부동산 수요를 잡으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보유세를 올리면 결국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뿐, 정작 집값은 잡히지 않는다"고 보유세 인상에 반감을 드러냈다.

기재위 소속 한 의원도 통화에서 "과거에도 세제강화로 부동산을 잡겠다고 했다가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결국 수급대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당내 여론을 의식한 듯 김 비대위원장도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정책의 가장 기본은 부동자금을 어떻게 산업계로 끌어오는지에 달렸다"며 "누누이 얘기하지만 국민 세부담을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 거래 과세에 대한 재조정이나 인하 등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후 "조세정책은 국가의 고유권한"이라며 보유세 인상을 강력히 주장한 것에 비하면 상당 부분 후퇴한 셈이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내세운 "보유세는 과세 정상화"라는 주장으로 인해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도 김 비대위원장에게 또 다른 부메랑으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놓은 '122개(실제 가능한 숫자는 이보다 적음)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에 대해 명확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6일 비대위 회의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 "1차 이전 프로젝트 설계에 참여했지만 가슴 아프고 고통스럽게 추진했다"며 "가족이 떨어져 살고, 공공기관 직원과 원래 주민의 화합 등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주장을 에둘러 비판하긴 했지만, 전날 김성태 원내대표가 '서울 황폐화' 등을 언급하며 여당을 겨냥한 것에 비하면 비판의 수위가 현저히 낮다는 평가다.

이같은 발언을 두고, 김 비대위원장 스스로가 과거 자신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자,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일각에서 제 입장이 변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변한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고통스러운 정책을 함부로 다뤄선 안된다는 이야기"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처럼 김 비대위원장이 여당과 각을 세우지 못한 채 애매한 스탠스를 취할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로는 그가 참여정부 시절 정부혁신·지방분권 위원장을 역임했다는 점이 꼽힌다. 노무현 정부 초기 핵심 과제로 불리는 국토 균형발전과 행정복합도시 추진 등이 그의 손을 거쳐간 셈이다.

이같은 이력 때문에 김 비대위원장 입장에선 대놓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반대할 경우, 과거 자신이 추진한 정책을 전면 부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1야당 대표로서 여당에 이슈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되는 입장에 서 있는 점도 부담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장이 노무현 정부의 핵심 요직에 있었던 만큼 '노무현 2기'라고 불리는 현 정부 인사들과 일치했던 생각들이 많을 것"이라며 "야당 입장에선 정부와 각을 세워야 하는데 이런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김 비대위원장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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