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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극 연출한 진종오 "8.4점 한발에 욕심을 버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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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황제 진종오 (자료사진=노컷뉴스)

 


"욕심을 버리게 해준 한발이 나온 것 같습니다"

진종오는 6일 오후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52회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아르템 체르노우소프(러시아)를 슛오프 접전 끝에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진종오는 첫 두 발을 각각 9.4점, 8.4점에 쏴 결선에 오른 8명 중 8위로 출발했다. 반면, 아르템 체르노우소프가 첫 10발까지 104.4점을 쏘며 압도적인 1위를 질주해 금메달의 주인공이 일찌감치 결정된듯 보였다.

하지만 진종오는 놀라운 막판 집중력으로 엘리미네이션 게임에서 살아남으며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렸다.

나란히 200점 동점에서 시작된 대표팀 동료 이대명과의 2-3위 맞대결에서 승리한 진종오는 기세를 몰아 체르노우소프를 잡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2발에서 각각 10.3점, 10.4점을 기록한 진종오는 같은 구간 9.1점, 10.0점에 그친 체르노우소프와 극적인 241.5점 동점을 이뤘다. 이어 마지막 슛오프에서 진종오는 10.3점으로 사격을 마친 뒤 체르노우소프가 9.5점을 쏜 순간 두 손을 들고 환호했다.

이로써 진종오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사상 최초로 남자 10m 공기권총 2연패를 달성했다. 더불어 지난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측의 어이없는 운영 탓에 5위에 머물렀던 아쉬움도 한꺼번에 날렸다.

다음은 진종오와의 일문일답.

▲ 오늘 경기를 마친 소감은?

"아시안게임 때 좋은 성적을 못 내서 욕도 많이 먹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세계선수권이 4년 주기로 열린다.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대회가 아닌가 생각해서 힘들게 경기했는데 좋은 결과 얻어 매우 기쁘다. 오늘만큼은 총 쏘는 거 생각 안하고 마음껏 즐기고 싶다"

▲ 큰 점수차로 벌어졌을 때 심정은?

"결선은 8명이 들어간다. 한승우, 이대명과 함께 들어가니까 확률적으로 우리가 금메달 딸 수 있따는 안심이 들었다. 후배들과 같이 하니까 힘이 됐다. 한국에서 열렸고 후배들이 다같이 들어와주니까 마음은 더 좋았던 것 같다.

결선 시작하면서 8점 쐈는데 러시아 선수가 너무 잘 쏘더라. 절대 못 이기겠다는 생각도 했다. 운이 따랐다고 해야 하나 너무 감사하다. 개인전도 개인전이지만 우리 남자 권총이 전세계 최고라는 걸 오늘 확인시켰다. 이대명, 한승우가 함께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박병택 코치님 다치셔서 아시안게임에 못 오셨는데 여러 생각이 나서 눈물이 왈칵 났다"

▲ 아시안게임에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오늘 본선에서도 고전했다

"아시안게임 때 운이 없다고 자꾸 얘기하게 되는데 다른 음식도 안 먹고 양치도 생수로 했는데 장염에 걸렸다. 너무 속상했다. 5일동안 너무 고생했다. 준비도 열심히 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지니 너무 속상했다.

바로 또 세계선수권이 열렸다. 오늘 본선이 너무 힘들게 풀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초반부터 너무 어렵게 나가니까. 민폐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발 때문에 우리가 입상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스스로 계속 주문했다. 내 평생 후회할 수 있는 한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역전의 원동력은?

"본인에게 최면을 거는 게 원동력 같다. 초반에 탈락 위기에 놓이니까 욕심을 안 부리게 됐다. 욕심을 부리면 더 긴장하게 되고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초반에 8등 처진 순간 내가 또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그때부터 긴장도 풀리고 많이 내려놨던 것 같다. 욕심을 내려놓으니까 내 기술이 제대로 나온 것 같다. 물론, 안 좋은 거다(웃음). 욕심을 비우게 해준 한발(8.4점)이 나왔다"

▲ 오늘 이기겠구나 싶은 순간은 언제였나?

"마지막 한발까지 그 생각이 없었다. 3등까지 결정났을 때도 그냥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이 정도 성적 나오는구나, 신기하게 오늘은 1등 생각이 들지 않았다. 러시아 선수가 워낙 잘 쐈다. 마음을 비운 것이 슛오프까지 가면서 이런 경기가 나온 것 같다"

▲ 메달 획득의 비결이 있다면? 그리고 향후 목표는?

"단체전 우승의 비결은 내가 쏜 한발로 우리 후배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더 했던 것 같다. 창원시가 우리 메달을 만들어줬다(웃음). 시설도 좋았고 선수가 훈련할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 모든 선수가 민폐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목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다.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다. 오늘은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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