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로 이어진 정기국회 개회 연설마다 여야가 고성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각 당이 '협치(協致)'를 시대정신으로 내걸면서도 실제 모습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대목이다.
문 의장은 5일 김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 의장을 '블루하우스(청와대)의 스피커'라고 비난한 데 대해 "국회의장 임기 동안 청와대나 정부의 말에 휘둘린다면 제 정치인생을 몽땅 걸겠다"며 반박했다. 그는 이날 본회의 산회 선언에 앞서 “저는 국회가 국회다워야 한다는 의회주의자”라며 이 같이 말했다.
문 의장의 지적은 김 원내대표가 그의 정치적 중립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자 나온 발언이다. 김 원내대표는 "입법부 수장으로서 품격도 상실하고 균형도 상실한 코드 개회사였다"며 "어떻게 입법부 수장이 블루하우스의 스피커를 자처하느냐, 심판이 선수로 뛰려고 하시느냐"고 거센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3일 문 의장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 때 여야 지도부가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문 의장은 김 원내대표의 '스피커' 발언 직후 마이크를 잡았다. 이어 "김 원내대표의 따끔한 충고 잘 들었다"면서도 "그런 일은 없다"고 못 박아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의장이 모욕당하면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며 꼬집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같은 당 출신의 문 의장(무소속)이 비판을 받자, 김 원내대표의 발언 동안 고성을 지르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박경미(초선‧비례대표) 의원은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발언이 너무 세다, '역대급'이다. 어느 정도로 받아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홍영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했다. 불쾌했다는 얘기다.
지난 4일 이 대표의 대표연설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었다. 당시 이 대표가 "불과 1년 전만해도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위협으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평화를 만들어냈다"고 하자, 한국당 의석에서 "뭘 만들러내요?"라며 신경질적인 항의가 제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