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으로 모집한 청약통장으로 주요 도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되파는 수법으로 떼돈을 번 일당의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없다'이다.
4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최근 주택법 위반 혐의로 불법 청약통장 모집단 조직원 전 모(38) 씨 등 20명을 검거했다.
전 씨 등은 2014년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신혼부부 등 295명으로부터 청약통장을 사들여 전국 분양 인기 지역의 특별공급분에 청약을 넣어 당첨된 후 많게는 1억원의 웃돈을 붙여 되팔아 6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마친 뒤 고민에 빠졌다.
불법 청약통장 모집단을 일망타진했지만, 그들이 거둔 막대한 범죄수익에는 '손댈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은 범죄 수익금을 처분할 수 없도록 금지해놓고 유죄 확정시 몰수하는 '기소 전 몰수 보전'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기, 성매매처벌법 등 90여 개의 법률을 위반해 부당이득을 취했을 경우 범죄수익은닉 처벌법에 근거해 범죄수익을 동결할 수 있다.
사건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져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수익이 큰 사건의 수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범죄수익은닉 처벌법은 주택법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이번 사건 범죄수익의 행방을 모두 찾아낸다고 해도 기소 전 몰수 보전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경찰은 사실상 경제사범과 다름없는 주택법 위반 사범에 대해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법이 범죄수익은닉 처벌법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사건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불법 전매로 취득한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도록 국세청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