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게임업체인 넥슨에 첫 노동조합이 설립돼 관련업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슨지회(넥슨 노조)는 3일 설립 선언문을 통해 "크런치모드를 워라벨모드로 바꿀 게임업계 제1호 노동조합을 세운다"고 밝히고 넥슨코리아 법인과 네슨네트웍스, 네오플, 넥슨지티, 넥슨레드, 엔미디어플랫폼 등 넥슨 그룹 자회사와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입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넥슨 노조는 지난 4월 노조를 설립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를 상급단체로 삼았다. 이는 국내 산별노조에 정보통신(IT) 기업이 가입한 사례가 없어 고육지책으로 관련 업계 종사자를 뒷받침할 산별노조로 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나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최대 IT 및 게임 대표기업 노조가 출범하면서 확장 규모에 따라 '정보통신 산별노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초대 집행부는 지난 7월부터 노조설립을 추진해온 배수찬(33) 지회장, 남현수 부지회장, 김태효 사무국장으로 꾸리게 됐다. 이날 출범 선언 직후 오전에만 200여명 이상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가입자는 늘고 있다. 넥슨그룹 전체 직원규모는 약 4천여명이다.
넥슨 노조는 계열사인 네오플이 분회 형태로 소속돼 계열사 분회조직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설립 선언문에서 "불합리한 업무 지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는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아왔는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았는가"라며 "국내 게임산업은 시장규 12조원대로 급성장했지만 정작 게임을 설계하고 만드는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야근이 공짜가 됐고 빈번해진 크런치모드(게임 출시 직전 단기간 고강도 근무체제)로 장시간노동의 과로는 일상이 됐다"며 "넥슨 노조의 탄생은 게임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해결해나갈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업계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워라벨'을 내세우며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처럼 하고 있지만 그동안 누적된 열악한 노동환경에 이어,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면서 촉발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게임회사들이 포괄임금제로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넥슨 노조도 제일 목표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내세웠다.
넥슨 측은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노동조합 설립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IT업종이나 게임업종은 특성상 젊고 이직이 잦고 업무집중도가 높지만 노동권과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무게와 방식은 또 다르겠지만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같은 외침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업계가 직원들의 노력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반면, 회사의 이익이 직원들이 아니라 경영진의 몫으로만 돌아가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구시대적인 기업성장 중심의 사고에서 탈피해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기업처럼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는 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